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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한 제품명은 "강글리오·꿀·사과 커피"입니다.


 어쩌다 보니 새로운 원두를 구입하지 못한 지 한 달이 지났고 냉장고에는 아직 150g정도의 원두가 남아 있는데 새로운 커피는 마시고 싶은, 아주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원두를 사면 재고가 쌓이니 안 될 일이고, 아직 도전하지 않은 프리미엄 스틱커피도 이젠 없는데… 한숨이 절로 나오려던 순간, 아직 도전하지 않은 물건이 하나 있긴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그래, 이젠 강글리오라도 괜찮아.


 강글리오의 컬트적인 매력은 유명합니다. 곧이곧대로 옮기다가는 농심 측 변호사의 전화를 받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요. 개인적으로는 커피가 건강식품의 컨셉을 잡은 출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건강을 생각해서 커피를 끊겠다는 사람은 종종 봤어도 건강을 생각해서 커피에 뭘 넣어 마셔야겠다는 사람은 아직까지 못 봤거든요. 사람들의 인식이 이러한데 '건강에 좋은 커피' 어쩌고 하며 제품을 출시하면 그 결과야 뻔하지 않겠습니까.


 강글리오 꿀 사과 커피는 의외로 마실 만했습니다. (그리고 김이 빠졌습니다. 지옥에서 온 커피를 기대했건만…) 카누에 꿀이나 유자청을 타 마시곤 했기 때문에 꿀 향기가 나는 커피가 어색하지 않았고, 탄맛이 느껴지지 않는 부드러운 맛이 마음에 들었고, 잔 밑바닥에 가까운 1/3까지 내려가면 제법 올라오는 산미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커피 산미를 구성하는 주성분은 구연산, 사과산, 젖산입니다. 이 중 구연산과 사과산은 사과에도 많기 때문에, 커피에 사과농축액을 조금 섞었을 때 '사과를 섞었나?' 하는 식으로 알아채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강글리오의 성분표를 확인하고 커피를 마셨는데도 이질감이나 위화감을 별로 느끼지 못했거든요. (사과맛보다는, 향기만 폴폴 풍기고 단맛을 별로 내지 못한 꿀 향이 유난히 튀었습니다)


 커피를 다 마시면 잔 바닥에 소량의 미분이 깔립니다. 다른 프리미엄 스틱커피처럼 강글리오도 미분을 활용하네요. 1봉에 5.5g이라는 고형분은 타 제품에 비해 아주 많은 겁니다. 보통 1봉에 1.8g 내외니까요. 하지만 5.5g중 커피가 차지하는 무게는 얼마 되지 않는 듯하고(맛이 연합니다), 사과농축액과 꿀 말린 것이 4g이상 나갈 것 같습니다.


 강글리오가 '커피'라면, 저는 아주 낮은 점수를 매길 것입니다. 쓴맛과 복합적인 맛이 적어 밋밋하고, 단맛도 그리 강하지 않으며, 꿀의 향기가 커피의 aroma를 사실상 차단하기 때문에 한 잔의 아메리카노나 드립 커피에 기대할 만한 특성을 거의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강글리오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 또한 이것이겠지요.


 다만 강글리오를 '커피를 베이스로 한 혼합음료'로 본다면, 저는 괜찮은 점수를 줄 의향이 있습니다. 사과농축액이 내는 산미는 파나마 커피와 같은 자연스러운 과일의 느낌이었고, 달달한 꿀의 향기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니까 말입니다. 꿀과 사과즙이 들어간 블랙믹스 정도라 생각하고 마시면 꽤 만족스러운 음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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