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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COE 2013 19위 Sítio Cruzeiro (Brazil COE 2013 #19 Sítio Cruzeiro)
느린악장 2014. 9. 29. 09:18원두 : 브라질 COE 2013 19위 Sítio Cruzeiro (Brazil COE 2013 #19 Sítio Cruzeiro) 100g
구입일 : 2014. 9. 15.
구입처 : 로스팅하우스
저의 서른아홉 번째 원두는 브라질 2013 COE 19위 Sítio Cruzeiro였습니다.
이 원두의 COE Score는 85.67점입니다.
Sítio Cruzeiro를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적으면 '시치우 크루제이루'가 됩니다. (이 블로그의 용어와 표기법을 참조하세요)
컵 오브 엑설런스 2014 경매 결과가 발표되었고, 낙찰된 생두가 하나 둘 국내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전년도 COE 커피를 좋은 조건에 구입할 기회이기도 하죠. 예전에 눈여겨두었던 로스팅하우스의 3종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300g에 2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이 우선 마음에 들었고(…) 브라질 #19, 콜롬비아 #3, 엘살바도르 #4라는 구색 1, 100g씩 3종이라는 구성 또한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확한 지 1년이 지난 패스트 크롭(passed crop)은 뉴 크롭만큼 신선하진 않겠지만, 대신 함수율이 조금 낮아 시티 정도로 볶는 건 더 수월할 테니 나름대로 괜찮겠다는 생각도 있었지요. 2
주문 전에 전화를 걸어 구입 가능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구입이 가능한 상태라는 답변과 함께, 세트 상품은 수요일에 일괄 로스팅해서 발송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블렌드 2종, COE 3종은 날마다 볶는 게 아니라는군요). 엘 인헤르토가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에 기다리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고, 물건도 마음에 들었으니 결제를 먼저 하고 기다리기로 했지요.
그렇게 COE 3종 세트를 배송받았습니다. 적당히 소분하여 일부를 냉동실로 보내고, 브라질 COE #19를 가장 먼저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세하도 파인컵이나 모레니냐 포르모자 때처럼 채프를 태워먹은 콩이 꽤 섞여 있었습니다. 브라질 원두에서 채프가 타는 건 일상인가 봅니다. 허허허(…)
채프가 탄 콩을 모조리 내버리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탄 콩 안 탄 콩을 한데 섞어 분쇄한 다음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을 해 보았습니다. 추출 시간이 짧아 쓴맛이 적은 파보일드가, 태워먹은 채프의 영혼 없는 쓴맛을 뽑아내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결과는 괜찮았습니다. 적당한 온도로 진입하면 쓴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터키시 커피로 끓였을 때 한약 맛이 난 것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거의 파보일드 커피로만 마셨습니다. 이 원두에서는 볶은 곡물과 같은 고소한 맛과 단맛이 납니다. 보리에 현미를 조금 섞어 볶은 다음 차를 우리면 이 정도 맛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그리고, 농도 조절에 실패해 맹탕이 되면 보리차가 따로 없습니다). 첫 모금은 조금 한약 같습니다. 제호탕이나 쌍화탕 같은 인상을 줍니다. 꽤 특이하지요. 태워 먹은 채프의 쓴 맛이 다른 맛과 함께 섞여 이런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적당한 온도로 진입하면 영혼 없는 쓴맛이 거의 사라지고, 마일드 커피에 가까워집니다. 커피 특유의 쓴맛이 적고 바디는 가볍습니다. 산미는 중간보다는 좀 강한 편이며, 산미 자체의 양상도 다양하고 고소한 맛, 복합적인 맛과 함께 작용해 그 맛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습니다. 과일 같다, 히비스커스 같다 하는 식으로 집어내기 어려울 만큼요.
고소함, 달콤함, 부드러움, 적당한 산미… 조금은 블루마운틴 같은 커피입니다. 100g에 7000원이 안 되는 브라질의 85점대 COE가 이 정도라면, 블루마운틴은 한 번(만) 마셔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커피가 맞는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블루마운틴을 마시지 않았다면, 이런 글을 쓰지도 못할 테니까요.
고소함의 끝을 볼 수 있는 커피입니다. 커피가루 말리는 곳에서 구이김의 냄새가 날 정도니까요. 만약 제가 판매자라면 커핑 노트에 [+들기름]이라고 적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마일드 커피로서는 흠 잡을 데 없이 좋은 커피입니다. 태워 먹은 채프가 조금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하면 큰 문제는 없고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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