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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예전에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글을 한두 편 쓴 적이 있습니다. 격월간지 <Roast>의 "Navigating Origins" 시리즈의 기사 중에서 에티오피아와 케냐 편을 골라 편역한 적도 있고요. 그리고 얼마 전 책 <자바 트레커>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는 공정무역 사업가의 손길이 시급히 필요한 곳은 동티모르나 파푸아뉴기니처럼 덜 알려진 커피 생산지고, 에티오피아나 케냐 같은 '잘 나가는' 커피 산지는 상대적으로 (공정무역 사업가가 당장 지원하지 않아도 될 만한)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바 트레커>의 맨 앞에 놓인 에티오피아와 케냐 편을 읽고 제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커피 산지는 공정무역 사업가의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커피 바이어가 1파운드에 1.3달러 정도를 주고 케냐 커피를 샀을 때 농부에게 돌아가는 돈은 파운드당 12센트 정도에 불과한 적이 있었습니다. 판매 대리 조직 KPCU와 케냐 농협 은행의 농간 때문이었죠. ('고향을 찾아서' 시리즈에서는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몇몇 생산자(가공업자)들은 경매에 내놓은 커피가 팔렸는데도 돈을 전혀 받지 못하거나 늦게 받는다며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한 문장으로 스쳐지나간 사연이, <자바 트레커>에는 참으로 구구절절히 나와 있습니다) 세상에는 강한 나라와 약한 나라가 있고, 약한 나라에도 강자와 약자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착취당하는 사람은 약한 나라의 약자입니다. 공정무역은 '약한 나라'를 위한(약한 나라도 동등한 무역혜택을 누리게 하기 위한) 무역입니다만, '약한 나라의 약자'를 위한 무역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겁니다. 땀흘려 커피를 재배한 농부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그들이 인간으로서의 마땅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공정무역 커피의 정신이겠지요.


 <자바 트레커>는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커피 애호가로서, 먼 나라의 농부를 위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비행기를 타고 이역만리를 돌아다니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마시는 커피를 만든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어서 조금씩 꾸역꾸역 읽고 있습니다. '고향을 찾아서' 시리즈로 번역한 적이 있는 에티오피아와 케냐 편을 먼저 올리겠습니다. 글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발췌하였으며, 중략한 부분은 (…)로 표시하였습니다. 소제목('#1 중간상인의 농간' 등)은 제가 임의로 붙인 것입니다. 참고로 <자바 트레커>의 역자는 'fair trade'를 '대안무역'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무역선진국이 후진국에게 덤핑을 금지하고 무역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던 시절의 잔재보다는, 후진국의 정당한 대가와 권리를 보호하는 새로운(?) 말이 더 뜻있다고 생각해서 그리 옮긴 것 같습니다.




 #1. 중간상인의 농간 (pp.36-37)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 네젤레 고르비투(Negele Gorbitu) 조합


 타데세 (Tadesse) : 오로미아(Oromia) 커피협동조합 총책임자

 타소 게브루 (Tasew Gebrew) : 네젤레 고르비투 조합 지도자


 타소 게브루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작년 수확물에 대해선 최종 지불을 할 수 없었어요. 돈이 한 푼도 없었거든요. (…)"


 "게브루, 은행들이 왜 돈을 빌려주지 않은 거죠? 매년 돈을 빌려 주잖아요. 안 그래요?"


 게브루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긴 하죠. 하지만 요즘 커피 값이 계속 떨어지잖아요. 우리가 돈을 벌지 못해 빌린 돈을 못 갚을까 봐 은행 측이 우려하는 겁니다."


 타데세가 덧붙였다. "그것뿐만 아닙니다. 농부들에게서 직접 커피를 사들이는 중간상인 사브사비(sabsabi)는 대부분 은행의 주요 고객이에요. 은행의 중요한 결정을 그들이 좌지우지한답니다. 그들이 우리 협동조합의 힘을 약화하려고 수작을 벌이고 있어요. 우리가 중간상인들과 거래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들이 은행 대출을 막아 커피가 썩도록 상황을 유도한 거예요. 그렇게 되면 자기들이 다시 이곳에 와서 높은 이자를 받으며 돈을 빌려줄 수 있을 테고, 커피도 싼값에 사들일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을 한 거죠."




 #2. 물 (pp.37, 48, 59-60, 69-70)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아디스아바바·하라


 데살렌 (Dessalegn) : 오로미아 협동조합 재정 관리자

 타데세 (Tadesse) : 오로미아(Oromia) 커피협동조합 총책임자


 우리는 그 지역에서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 농부들은 이 대화에 진지하게 임했다. 그들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비샨 쿤쿨루(Bishan kunkulu), 즉 '깨끗한 물'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 나는 집에 돌아와 우물 건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우물 건설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몇몇 비영리 사회단체와 접촉했다. 모두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네젤레 농부들이 생각하는 우물 시설을 만들려면 약 4만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고작 땅에 구멍을 파고, 시멘트로 물탱크를 만들고, 파이프를 연결하는 데 4만 달러나 든다고? 그들은 필요 경비 가운데 25% 정도만 융통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뿐만아니라 이 일을 하려면 외부 컨설턴트들을 마을로 불러들여야 하는데, 그들에게 일당 200달러씩 하루에 1000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타데세가 협동조합 멤버들을 움직여 '물 위원회'를 만들고, 경비를 추산하고, 어느 마을부터 우물을 건설할지 등 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다. 타데세가 꼼꼼히 계산해본 결과, 지역 농부들의 노동력으로 우물을 짓는 데 8000~1만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르가체페 농부들은 짐마 지역 농부들이 자신들보다 시급히 물 시설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어쩌면 소말리아와 지부티에서 가까운 동부의 하라 지역이 더 급하게 물이 필요한 곳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르가체페 농부들 중 하라 지역에 가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 일곱 시간 후, 우리는 아디스아바바의 셰러턴호텔에 들러 다음주 내가 귀국할 비행기를 예약했다. 호텔 로비와 커피숍은 구호단원들과 컨설턴트들로 북적였다. 셰러턴호텔의 하룻밤 숙박료는 에티오피아 커피 농가의 1년 수입과 맞먹는다. 그들이 우물 시설 하나를 짓는 데 4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리는 하룻밤에 8달러인 아틀라스호텔로 이동했다. 호텔 접수원이 내게 미소 지으며 속삭였다. "저를 미국으로 데려가 주세요. 평생 당신의 아내가 될게요."


 (…) 하라의 커피 재배지는 에티오피아 다른 지역의 커피 재배지와 완전히 다르다. (…) 이곳의 커피 생두는 모두 자연 건조된다. 수분 처리 가공을 하기에는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마실 물조차 거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마을 광장에 있는 수도 시설은 쓸모없어진 지 오래다. (…) 우리는 물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며, 지름이 7~8cm 되는 수도관을 따라 걸어갔다. 400m쯤 걸어갔을 때, 두 아낙네가 수도관의 연결 마디에서 새어나오는 물방울을 받는 것을 발견했다. 물방울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천천히 떨어졌고, 아낙네들은 얕은 플라스틱 그릇을 그 밑에 대놓았다. 15분 정도 지날 때마다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물을 좀더 커다란 들통에 부었다. 나는 아낙네들에게 가족이 하루에 사용할 물을 담아 가려면 몇 시간이나 이렇게 물을 받아야 하느냐고 물었다. 아낙네들은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듯했다. 아마도 나를 정부에서 나온 사람으로 알거나, 그들이 물을 도둑질하는 것으로 생각하리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데살렌이 내 대신 이 지역 물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보려는 것뿐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장차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모른다고도 했다.


 "세 시간이오." 그들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3. 그 많지도 않던 돈은 다 누가 가져갔을까 (pp.89-90, 95, 100-105, 116-117)

 —케냐, 나이로비 외

  나이로비에는 KPCU(Kenya Planters Cooperative Union)가 위치한다.


 비처 키우라 (Beecher Kiura) : 리안자기 협동조합 총무

 알렉시아 발다시니 (Alexia Baldascini) :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로마 사무소의 프로젝트 관리자

 저스투스 키아고 (Justus Kiago) : 은드위가(Peter Ndwiga) 장관의 비서

 제임스 음보고(James Mbogo) : 가쿤두 협동조합 사무장

 조세프 음은티무 (Joseph M'nthimu) : 가쿤두 협동조합 회계 담당

 존 무추리 (John Muchuiri) : 가쿤두 협동조합 중앙위원장

 프란시스 쿄코 (Prancis Kyoko) : KFT(Kenya Fair Traders) 창립자

 피터 은드위가 (Peter Ndwiga) : 케냐 협동조합 개발부(Ministry of Cooperatives Development) 장관. 케냐 농협은행은 은드위가 장관이 책임자로 있는 협동조합 개발부 관할이다.


 경매는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었다. 판매 가격은 파운드당 약 1.3달러였는데, 그 정도면 꽤 괜찮은 가격이다. 당시 국제 커피 값은 평균 80센트 정도였다. 케냐 커피는 확실히 높은 값을 받았다. 협동조합을 대표하는 판매자 KPCU는 그 가격에서 가공 과정에 든 비용과 여타 서비스 비용을 제하고 남은 금액을 조합에 전달한다. (…) 케냐 법률에 따라 KPCU는 가공비와 기타 비용으로 낙찰가의 20퍼센트 이상을 뗄 수 없다. 최소한 80퍼센트는 협동조합에 지불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그 돈에서 다시 소요 경비를 제하고 나머지를 개별 농부들에게 지급한다. 경매장에서 파운드당 1.3달러에 팔렸다면 1달러 정도가 농민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이다.


 (…) 이어서 그(비처 키우라)는 조합의 재정 상황을 설명했다. 각 농민은 조합에 납품한 커피 열매 1kg당 19.15실링을 받았다고 했다. 전자계산기를 꺼내 그 숫자를 파운드와 달러로 환산해보니 1파운드당 12센트인 셈이었다. 리안자기 조합원 1인당 평균 수확량은 1000kg이 조금 안 되는데, 1년에 두 번 수확하는 것을 기준으로 계산하니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480달러에 불과했다. 국제 빈곤선 기준인 '1인당 하루 1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다.


 (…) 다음날 우리는 가쿤두 협동조합을 방문했다. 커피 농장은 방문하지 않고 곧장 마냐타(Manyatta) 마을에 있는 조합 본부로 향했다. (…) 농부들에게 지급하는 커피 값은 kg당 16실링(파운드당 10센트)에 불과했다. 리안자기 조합보다 훨씬 적은 액수다. (…)


 회계 담당 조세프 음은티무(Joseph M'nthimu)가 지난번 수확물에 대해 KPCU가 지급한 명세서를 보여주었다. 장부에는 모든 소요 경비 항목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법률 비용, 운송비, 가공비, 세척비, 분류비, 포장비, '관리비', 중개비 등 수많은 항목이 있었고, 항목마다 KPCU가 조합에 지급한 커피 판매 대금의 일부가 빠져나갔다. 판매한 커피의 평균 경매가는 파운드당 1.3달러였다. 그러나 KPCU의 지급 명세서에 따르면 위의 모든 비용을 제하고 협동조합에 최종 지급된 돈은 총 판매 금액의 75%에 불과했다. 법이 규정한 하한선 80%에 못 미치는 것이다. 음은티무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글쎄요…." 그는 자기 귀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KPCU가 그렇게 비용을 계산한 것이어서…. 그건 우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거든요. 우리는 KPCU가 지급하기로 결정한 돈만 받습니다." (…)


 음은티무는 또 다른 보고서를 컴퓨터 창에 띄웠다. 당해 연도의 협동조합 장부다. 조합이 KPCU에게서 수령한 금액의 12%가 또다시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농부들에게 돌아간 돈은 최초 경매가의 63%다.


 "저기 저 공제는 어떤 항목에 대한 거죠? 액수가 아주 큰데요." (…)


 "그것은 대출금 상환 비용입니다. 1996년에 커피 열매 가공 공장을 신설했는데 비용이 1200만 실링(18만 달러)이나 들었습니다. 그래서 농협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했다." 농협은행은 케냐 '농민들의 은행'이다. 나는 그 은행이 유럽연합에서 연 5% 이자로 차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농민들을 위한 프로젝트에 사용하는 것이 차관의 핵심 목적이었다. 나는 그것이 사실이냐고 음은티무에게 물었다.


 "글쎄요…. 원래 이자는 5%였다고 합니다만, 농협은행이 우리한테 이자가 15%로 올랐다고 공지했죠. 그런 지 벌써 몇 년 됐는데요." 음은티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사실 우리는 이자를 20% 내고 있습니다. 대출금을 제때 갚을 수 없으니까 이자도 더 높아지고 벌금도 늘어났거든요."


 "왜 제때 갚을 수 없죠?"


 "글쎄요…." 무추리가 불안한 듯 실내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우리는 커피를 KPCU에 납품하고 대여섯 달이 지날 때까지 한 푼도 받지 못합니다. 때로는 1년이 걸리기도 하죠. 3년 전, 커피위원회(Coffee Board)가 우리 계좌를 담당했을 때 우리 돈을 1300만 실링이나 잃어버렸어요. 그 해는 정말 힘들었죠. 농부들에게 kg당 1실링도 못 주었거든요." 그가 키아고를 보며 웃음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새 정부가 들어섰고, 형편도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돈이 여러 달 농협은행의 KPCU 계좌에 있는 거라면 당신 조합은 최소한 그 이자라도 받아야 하는 게 아닙니까?"


 음은티무는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안 받습니다."


 "가만, 가만. 제가 정리 좀 해보겠습니다. 농협은행이 당신 조합의 이름이 기재된 KPCU 계좌에 6개월 동안 돈을 넣어둔다, 그런데도 조합은 이자를 전혀 받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들은 그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에 대해 이자를 내고 벌금까지 낸다, 이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 "작년에 리코(Riko) 협동조합 사람들이 이 문제를 왕가리 마타리 지역의 은예리(Nyeri)에서 열린 공식 회의에서 제기했습니다." 조합 사무장 제임스 음보고(James Mbogo)가 말을 꺼냈다.


 "그래요? 듣던 중 반가운 얘기군요. 그래서 어떻게 됐죠?" 내가 잔뜩 화가 난 투로 물었다.


 "깡패들한테 엄청 두드려 맞았죠. 그들 중 몇몇은 집이 불타고, 커피나무가 뽑혔습니다. 경찰은 구경만 했고요."


 (…) 나는 몇몇 농부들의 기록을 살펴보았다. 무니 은디아(Munyi Ndia)라는 농부는 커피 549kg을 수확했다. 124달러어치다. 그는 선불로 98달러를 받았다. 나머지 26달러의 반은 그가 조합에서 빌린 빚 120달러 가운데 일부를 갚기 위해 제한다. 그리하여 농부 은디아가 받은 돈은 선불금과 13달러다. 적은 수확과 높은 이자율을 고려할 때 그가 빚을 다 앞는 날은 도저히 올 것 같지가 않았다.


 해리엇 기쿠쿠(Harriet Gicuku)라는 농부는 상황이 훨씬 나았다. 그녀는 커피 1965kg을 수확했고, 조합에 빚도 없었다. 반년 동안 그녀의 총 소득은 450달러다. 조합원 소득 목록에서 본 것 중 최대 소득으로, 하루에 2.25달러를 번 셈이다. 나는 그 돈으로 아이들을 몇 명이나 키우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케냐 커피 농부들의 상황은 열악했다. 케냐의 협동조합들은 내가 거래하는 다른 나라의 협동조합만큼 강력하지 못했다. 조합들은 갖가지 명목으로 농부들의 피와 살을 쥐어짜는 시스템이었다. 은행은 농부들에게 바가지를 씌웠고, 조합들이 뭉쳐 만든 커피 가공업체이자 판매 대리 조직인 KPCU 역시 그들을 벗겨 먹지 못해 안달이었다.


 (…) 케냐에도 살며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내가 방문한 뒤 일련의 변화가 있었다. 1년이 넘게 걸리긴 했지만, 케냐 의회가 마침내 칼을 뽑아 농부들에 대한 KPCU의 권력을 무너뜨렸다. (…) 케냐 정부는 KPCU가 각 협동조합의 커피를 독점적으로 가공, 판매할 수 없게 했다. 하지만 협동조합 제도 자체는 폐지하지 않았다. 케냐 정부는 또 협동조합이 자율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구매자를 물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거래는 반드시 경매를 통해서 하도록 못 박았다. 그렇게 하면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구매자들이 나설 수 있고, 농부들의 소득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 다이내믹한 변화인 듯 보이지만, 이것은 아주 작은 움직임에 불과하다. 부조리한 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 시장을 개척할 기술과 자원을 갖춘 협동조합들은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 (…)


 하지만 도전을 멈출 수는 없다. 우리는 대안무역이라는 라벨을 붙이는 데서 벗어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일구고 나눠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진정으로 '대안'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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