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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여행을 다녀온 단짝이 준 설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명도가 높고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프리미엄 비정제/저(低)정제 설탕을 두 가지 꼽아보자면 오키나와 흑당과 빌링톤의 설탕들이 될 겁니다. 빌링톤의 제품 중 가장 가공을 덜한 것이 몰라시스라면, 오키나와 흑당 중 가장 가공을 덜한 것은 덩어리 형태의 설탕이겠지요. 이 덩어리를 빻아 만든 것이 분말 흑당입니다. (분말 버전이 있다는 것은 선물받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사용하기 편한 분말을 골라준 센스가 참 고마웠습니다)




 오키나와 분말 흑당은 빛깔이 비교적 밝고 수분 함유량이 적어 황설탕처럼 보이지만, 그 성질은 흑설탕에 가깝습니다. 시럽을 끓이면 간장처럼 짙은 빛깔을 띠고, 특유의 맛과 향이 꽤 진하거든요.


 오키나와 분말 흑당 시럽을 따뜻한 물에 타 마시면 묘하게 김 빠진 수정과 맛이 납니다. 수정과에서 계피와 생강을 빼면 설탕물만 남게 마련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왠지 수정과가 조금 어른거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오키나와 분말 흑당은 로우브라운 유기농 무스코바도와 전반적으로 비슷한 특징을 지닙니다. 김 빠진 수정과 맛이 난다는 점에서요. 하지만 조청을 닮은 달착지근하고 진한 맛과, 약간의 당밀취가 느껴지는 오키나와 분말 흑당 쪽의 디테일이 좀 더 마음에 듭니다. 따뜻한 물에 타 마실 때도 좋았고, 커피에 타 마실 때도 좀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하여간 좋았습니다. 허허허(…)




 오키나와 분말 흑당은 달큰하고 부드러운 비정제/저(低)정제 설탕입니다. 빌링톤 몰라시스보다는 당밀취가 약하고 로우브라운 유기농 무스코바도보다는 당밀취가 강한, 중간 정도의 향취를 갖고 있어 선식에 넣어도 역하지 않으면서도, 커피에 넣었을 때 천연 설탕의 맛을 어느 정도 보탤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설탕입니다. 천연 설탕의 맛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한 맛이고, 일본에 놀러 갈 일이 있다면 몇 개 사 와도 좋을 만한 맛입니다. 세관이 문제 삼지만 않는다면, 캐리어 하나 가득 채워 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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