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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제품의 이름은 "커피빈 아메리카노(Coffee Bean Americano)"입니다. 제조 음료인 아메리카노와 혼동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제목을 "커피빈 아메리카노 스틱커피"로 잡았습니다.


 건대 롯데백화점 식품관을 돌아보다가 눈에 띄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커피빈에 별 관심이 없다 보니, 커피빈에서 프리미엄 스틱커피를 출시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네요. 10스틱에 4000원이라는 가격은 카누보다는 높았지만, 스타벅스 VIA에 비하면 훨씬 부담없는 가격이라 한 번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이 제품은 (주)희창유업 제2공장에서 제조하여 (주)커피빈코리아가 판매하는 것입니다. 스틱당 중량은 1.6g, 성분은 인스턴트 커피 100%(과테말라 아라비카 원두 100%), 사용기준은 물 130~150mL에 스틱 1개를 풀어 음용하는 것입니다.


 스틱당 중량도 좀 적고[각주:1], 그 때문인지 스틱당 물의 양도 좀 적게 잡혀 있고[각주:2], 원두 미분이 들어있지 않은 인스턴트 커피 100%인 점[각주:3]도 좀 마음에 걸렸지만… 카누, 루카, 네스카페 수프리모 크레마, 칸타타 노뜨, 심지어 강글리오까지 맛본 마당에 "리뷰를 쓸 신상이 눈앞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할 일이겠지요.




 커피빈 아메리카노 스틱커피는 미분 없이 인스턴트 커피만으로 승부를 보는 제품입니다. 아름다운커피 이퀄의 리뷰에 언급한 바 있지만, 프리미엄 스틱커피를 개발하는 보통의 개발자는 인스턴트는 적당히 만들고 소량 갈아넣는 아라비카 미분으로 맛의 포인트를 잡을 생각을 할 텐데, 커피빈 아메리카노는 그렇게 하지 않고 인스턴트 쪽의 품질을 높여 잡은 것이죠. (이 문단에서 언급된 아름다운커피 이퀄에는 소량의 미분이 들어 있지만, 인스턴트 커피가 스틱커피 전체의 맛과 향을 주도하는 흥미로운 제품이었습니다)


 과테말라는 '스모키한' 커피로 유명한데, 일반 등급[각주:4]의 과테말라 커피는 적당한 바디와 적당한 산미, 꿀과 같은 달콤함과 깔끔한 뒷맛과 같은 좋은 특성 또한 두루 지니고 있습니다.[각주:5] 고급스럽고 진하면서도 무난하고 균형 잡힌 맛을 내기에 좋은 커피죠. 인스턴트 커피의 재료로 과테말라를 고른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스틱을 잔 바닥에 깔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달콤한 향이 퍼집니다. 과테말라 안티구아와 일반 등급의 엘 인헤르토를 리뷰하면서 꿀과 같은 달콤함이라 표현했던 특성입니다. 조금 달고 새콤하면서 복합적인 맛이 '원두커피' 같은 느낌을 줍니다. 조금 톡 쏘기도 하고, 볶은 곡물 같기도 하고 고구마나 땅콩 같기도 한 고소함과 쌉쌀함도 조금 있습니다.


 탄맛, 탄내, 떫은 맛, 날카로운 맛 같은 자극적인 특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적은 양의 물을 부어 진하게 즐기기에 좋은 커피입니다. 카페티모르 피스 아메리카노처럼요. 커피빈 아메리카노 스틱커피는 "이 맛이 과테말라다!!!" 같은 식의 강렬한 맛보다는, 무난하고 균형 잡힌 맛을 지향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기본기의 승리, 라는 표현을 붙여 주고 싶은 커피입니다. 강렬한 산미나 와인의 느낌 같은 포인트는 없지만 원두커피에 기대할 만한 특성들—산미, 단맛, 고소함, 쌉쌀함, 바디감 등—이 어느 정도씩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극적인 특성이 거의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품질만 놓고 보면 프리미엄 스틱커피 시장을 휩쓸어도 이상할 게 없는 제품입니다. 하지만 복마전 같은 오늘날의 시장에서 카누와 자웅을 겨루어 보겠다고 써모스 OEM 원터치 보온병을 끼워주면서 마이클 부블레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마케팅을 할 것 같지는 않고… 앞으로도 커피빈 아메리카노 스틱커피의 시장 점유율은 딱히 높아지지도 낮아지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그저 단종되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죠.


 카누를 마시기 시작한 게 3년 전인데, 참 멀리도 왔네요. 아직 다비도프와 마운트하겐의 스틱커피와 할리스 카페투고, 이디야 비니스트 같은 프리미엄 스틱커피가 남아있어서 틈틈이 마시다 보면 또 몇 년이 걸릴 겁니다. 커피빈 아메리카노 스틱커피는 아주 마음에 든 커피였습니다. 언제 다시 마실 날이 오겠지요. 이제 다음 커피를 향해 떠날 시간입니다.




 각주


  1. 미니 사이즈가 아닌 프리미엄 스틱커피의 스틱당 중량은 1봉에 1.8g 내외입니다. 1.5g면 좀 적은 편에 속하죠. 참고로, 커피빈 아메리카노 스틱커피에는 미니 사이즈가 따로 있습니다. [본문으로]
  2. 미니 사이즈가 아닌 프리미엄 스틱커피의 스틱당 물의 양은 1봉에 150~200mL 내외입니다. 커피빈 아메리카노 스틱커피의 130~150mL는 그보다는 적은 편에 속하죠. [본문으로]
  3. "프리미엄 스틱커피 3종 비교"나 "미분이 커피의 맛에 주는 영향"에 언급하였듯이, 프리미엄 스틱커피에 들어 있는 미분은 커피의 맛과 향에 꽤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미분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뜨거운 물에 커피를 녹여야 하고, 잔 밑바닥에 미분 섞인 커피를 좀 남겨야 하는 등의 제약이 걸리기도 합니다(미분 섞인 커피를 마시면 입안이 텁텁해지니까요). [본문으로]
  4. '과테말라 안티구아 SHB'와 같은 두루뭉술한 이름으로 팔리는 커피를 뜻합니다. 해당 지역에 위치한 여러 농장의 원두를 섞어, 과테말라 커피에 기대할 수 있는 일반적인 특징을 만든 것이죠. 독특한 맛을 중시하게 마련인 스페셜티 커피, COE 커피, 마이크로 로트 등은 이 '일반 등급'이라는 분류 바깥에 위치합니다. [본문으로]
  5. 괜찮은 생두를 중배전했다는 전제 하에서입니다. 스모키함을 살리는 데 포인트를 두고 강배전을 하면 상당히 자극적인 커피가 되고, 결점두가 많이 섞인 생두를 썼다면 달콤함이나 깔끔함 같은 특성은 떫은 맛이나 쓴맛에 덮여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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