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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대공원을 걷던 중 피스카페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동티모르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한다는 문구도 눈에 띄었죠. 카페티모르 피스 아메리카노의 인상이 꽤 좋게 남아 있어서, 한 번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노란 빛깔의 새가 그려진 PEACE 로고에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듯이, 피스카페도 한국 YMCA의 공정무역 커피 사업과 관련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입간판을 보고 나서야 피스카페가 거기 있다는 걸 알았을 만큼, 피스카페가 들어선 건물은 아무리 봐도 카페가 있을 건물 같지가 않았습니다. 입구에 향나무 몇 그루만 심어놓으면 '양념갈비의 명가 ○○가든' 간판을 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비주얼이었죠. 덕분에(?) 카페는 좀 한산했습니다. 흡음재로 마감하지 않은 탓에 소리가 좀 울린다는 점을 빼면 인테리어도 준수한 편이었고요.



 피스카페는 동티모르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합니다. 품종은 티피카라고 합니다. 티피카는 강배전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추출에는 강배전 원두를 사용하게 마련이니, 티피카는 근본적으로 에스프레소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품종인 셈이죠. 그런 티피카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는 어떤 맛일까요?


 피스카페의 아메리카노에서는 탄맛이나 탄내가 나지 않았습니다. 쓴맛도 적은 편이었고요. 제가 집에서 끓인 터키시 커피를 희석한다면 이런 맛이 나겠다 싶을 만큼 순했습니다. 적당한 온도에 진입하면 약간의 감칠맛을 포함한 복합적인 맛이 올라옵니다. 전반적으로 바디는 가벼운 편이었고, 티피카 특유의 '맑은 액체'에 충실한 투명감이 느껴졌습니다. 집에서 끓인 커피 맛이 나는 것으로 봐서 프렌치 이상의 강배전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리스타에게 문의해 보니 풀시티 정도로 볶은 원두를 사용한다고 하네요. 프렌치~이탤리언 로스트가 흔한 에스프레소 용 원두로서는 중약배전인 셈이죠. 저는 이 정도로 볶은 원두로 추출한 아메리카노를 좋아합니다.


 피스카페의 바닐라 라테는 시럽이 적게 들어간 맛을 냅니다. 덕분에 커피와 우유가 만났을 때 나는 단맛—설탕의 단맛과는 조금 다른, 마치 인도네시아 만델링과 우유를 번갈아 마실 때 느낄 수 있는 달콤한 맛을 즐기기에 좋았습니다. 우유거품도 아주 치밀하고 쫀득해서 마음에 들었고요.




 부드러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카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곳의 아메리카노는 물을 조금만 부어서 용량을 240mL정도로 맞춘 쪽이 나을 것 같네요. 자극성이 거의 없는 커피니, 농도를 높이면 좋은 특성이 많이 드러날 겁니다. (자극적인 특성이 거의 없었던 카페티모르 피스 아메리카노도, 물의 양을 줄여서 진하게 했을 때 맛이 좋았습니다) 저는 다음에 이곳을 방문하면 물을 조금만 부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겁니다. 여러분도 한 번 그렇게 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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