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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네팔 굴미, 아르가칸지 (Nepal Gulmi, Arghakhanchi) 200g

 제품명 : 히말라야의 선물

 구입일 : 2015. 7. 4.

 구입처 : 아름다운커피


 저의 쉰여덟 번째 커피는 네팔 굴미, 아르가칸지였습니다.


 "히말라야의 선물"은 네팔 굴미, 아르가칸지 지역에서 생산된 생두로 만듭니다. 굴미와 아르가칸지는 네팔의 지역(district) 이름이고, 굴미 district와 아르가칸지 district는 룸비니 zone에 속합니다(석가모니의 탄생지인 그 룸비니 맞습니다).



 여름은 쌉쌀한 커피의 계절입니다. 차게 식힌 쌉쌀한 커피의 청량감은 무더위를 씻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산미가 없거나 적은 커피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제가 이 무렵이 되면 쌉쌀한 원두를 찾게 되는 것도, 특유의 시원한 느낌 때문일 겁니다.


 네팔은 주요 커피 산지의 목록에서 빠지기 쉬운 나라입니다. 인지도가 낮고, 낮은 인지도를 돌파할 만큼 품질이나 개성이 탁월하지도 않습니다. 아마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이름이 아니었으면 아이티, 카메룬, 콩고처럼 '안 마셔도 아쉬울 게 없는 커피'의 목록으로 빠졌을 지도 모를, 그런 커피입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네팔이 아름다운커피와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제품명의 덕을 꽤 많이 본 셈이죠.


 네팔 원두는 쌉쌀한 계열에 속합니다. 이렇다할 특징이 없어 쌉쌀함과 깔끔함으로 승부해야 하는 원두라는 점에서 동티모르와도 조금 닮았고… 내버려 두면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공정무역 사업가의 역할(특히, 생두 구매자와 상품 유통자로서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상품이기도 합니다.


 포장을 열고 결점두를 골라내는 작업을 개시했습니다. 기형/미성숙 콩, 깨진 콩, 원래 자리가 아닌 곳에 크랙이 난 콩 등이 꽤 많았습니다. 크랙이 제멋대로 나는 건 로스팅 중에 일어나는 것이니 그렇다 치고, 기형/미성숙 콩과 깨진 콩까지 많은 건 생두 출하 전 QC가 충분치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조금 아쉬웠습니다. 농장에 선별기 한 대 놓아드려야겠어요—라는 농담을 하고도 싶지만, 네팔 지진으로 농장이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큰 실례겠지요. (농장이 무사히 재건되기를 기원합니다)


 터키시 커피로 추출한 네팔은, 태우지 않은 연한 아메리카노의 느낌이었습니다. 쌉쌀한 계열이었지만 바디가 가벼운 편이고 단맛이 함께 있어 만델링처럼 강한 커피는 아니었습니다. 나무를 닮은 향(결점으로서의 woody는 아닙니다)과 향신료의 냄새가 나서 꽤 독특했고, 뒷맛이 매우 깔끔하고 고소했습니다.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한 네팔은 풀 같은 쓴맛과 독특한 향기가 강조된, 가볍고 깔끔하고 고소한 커피였습니다. 뒷맛이 달콤해서 기분 좋았고요.


 티포트 브루 커피로 추출한 커피는 쌉쌀함, 향신료의 냄새, 나무를 닮은 향이 잘 표현된 커피였습니다. 구수한 느낌을 즐기기에 좋고 중간보다 약간 가벼운 바디 정도의 바디감도 느껴지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에스닉하지는 않았습니다.


 네팔 커피는 자극성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농도를 높이기 좋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바디가 묵직해지고 향미가 진해지기 때문에, 네팔의 단점이 상당 부분 극복됩니다. 진하게 추출한 다음 차갑게 식혀 조청 시럽을 타면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중후한 커피가 됩니다. 막걸리 한 사발을 원샷한 것처럼 캬 소리가 절로 나오는 쌉쌀하고 톡 쏘는 커피는 아니지만, 이렇게 진하고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도 나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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