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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슈퍼에 갔다가, 한 병에 1,700원 정도 하는 프리미엄 인스턴트 커피들이 특가행사중이어서 3종 비교 포스팅을 즉석에서 기획하고, 스위트 아메리카노(커피+설탕) 3종을 집어들었습니다. 칸타타 아메리카노(오리지널 블렌드), 조지아 스위트 아메리카노, 고티카 스위트 아메리카노, 이렇게 셋입니다. 칸타타는 예전에 자주 사 마시던 커피여서, 조지아는 밀크커피(커피+프림+설탕) 버전을 예전에 자주 마셨는데 스위트 아메리카노 맛은 어떨까 궁금해서, 고티카는 tvN 예능 삼시세끼에 하도 자주 나와서 한 번 마셔 보려고 골랐습니다. TOP는 할인 행사 대상이 아니어서 제외되었습니다.




 간단히 성분을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칸타타

조지아

고티카

원두 산지

 에티오피아 50%

 콜롬비아 30%

 브라질 20%

 콜롬비아 51%

 브라질 29%

 에티오피아 20%

 콜롬비아 51%

 브라질 29%

 에티오피아 20%

고형분 함량

0.672%

1.0074%

1.0074%

추출액 함량

제품의 30%

제품의 7.3%

제품의 7.3%

용량

275mL

250mL

270mL

카페인 함량

93mg

82mg

89mg

당 함유량

10g (+2g)

11g (+1g)

12g (+1g)

유통기한

2017. 1. 12.

2016. 11. 24.

2016. 11. 19.


 유통기한은 이날 집어든 칸타타, 조지아, 고티카 각 제품의 유통기한입니다. 위 성분과 저의 리뷰는 이 시기에 생산된 해당 제품에 한해 유효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요) 표에서는 당 함유량을 '10g (+2g)'과 같은 형식으로 표기했는데, 이는 당류 10g과, 당류가 아닌 탄수화물 2g이 포함되었다는 뜻입니다. 당류 10g은 제품에 첨가된 설탕의 양으로 이해할 수 있고, 당류가 아닌 탄수화물 2g은 커피에서 유래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점은 조지아 스위트 아메리카노와 고티카 스위트 아메리카노가 '에메랄드마운틴 커피추출액'이라는 동일한 원액을 동일한 비율로 희석한, 껍데기만 다르고 사실상 같은 제품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커피 추출액 외 첨가물의 목록 또한 동일했습니다). 유리병 포장인 조지아로는 스타벅스 병커피를 상대하고 칸타타병(?) 포장인 고티카로는 칸타타를 상대하고, 조지아와 고티카 중에 무엇을 사든 한국코카콜라의 매출이 오르는, 그런 마케팅인 것 같습니다.


 제품에 첨가된 설탕의 양은, 200mL로 환산하였을 때 약 7.3~8.9g, 350mL로 환산하였을 때 약 12.7~15.6g입니다. 시럽의 양을 기준으로 다시 환산하면 (대부분의 시럽에는 설탕이 60~66% 들어 있으니) 200mL에서 시럽 11.0~13.4g, 350mL에서 시럽 19.1~23.4g 정도가 됩니다. 칸타타 쪽이 적고, 조지아와 고티카가 많은 쪽입니다. 이 값은 커피에 설탕이나 시럽을 첨가해 스위트 아메리카노를 만들 때 참고가 될 수 있으며, 제가 칸타타맛 커피음료의 레시피를 다듬을 때에도 이 값을 고려했습니다.



 원래는 각 제품의 농도, 바디, 산미, 단맛과 커피의 어울림, 그 외 복합적인 맛, 향미의 전반적인 성향을 분석할 계획이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습니다.


 일단 스위트 아메리카노 3종의 농도와 수율은 원두커피보다는 커피가 들어간 혼합음료에 훨씬 가까운 값입니다.


 칸타타부터 살펴 볼까요? 이 제품의 농도는 0.672%로, SCAA나 SCAE에서 커피의 이상적인 농도로 제시하는 1.2% 안팎의 농도에 비하면 지나치게 낮은 값입니다. 칸타타 제조에 사용되는 추출액(=원액)의 고형분 함량은 2.27%로, 원두커피로서는 지나치게 높은 값입니다. 원두 투입량을 늘리고 추출량을 줄여서 얻은 값이 아닌 이상, 브루잉에서 이 정도의 수율이 나왔다면 어마어마한 과추출을 했다는 말이 됩니다. (원두 투입량을 늘리고 추출량을 줄이는 식으로 원액 농도를 높였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정도로 향미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었다면 제품 농도를 0.672%로 맞추지는 않았겠지요. 이 정도 농도에서는 향미도 바디감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습니다)


 조지아와 고티카의 제품 농도는 1.0074%입니다. 칸타타보다는 훨씬 낫군요. 이들 제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에메랄드마운틴 추출액의 고형분 함량은 13.8%입니다. 만약 에스프레소가 이 정도 농도라면, 1샷(약 30mL)에 315mL의 물을 타 톨 사이즈에 근접한 아메리카노(약 345mL)를 만들어도 1.2%의 농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더블샷이나 더블샷 리스트레토로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제조하는 것이 대세인 업계 현실과 비교해 보면, 에메랄드마운틴 추출액의 농도가 얼마나 높은 것인지(그리고, 칸타타와 비슷한 이유로 얼마나 과추출된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원두커피로서의 향미는 부족합니다. 재료로 투입된 원두의 특성 또한 논하기 어렵고요. 그래서 제조사는 여기에 설탕의 단맛을 보태 마실 만한 음료로 만들고, 커피향을 보태 커피에 가까운 음료로 만들었습니다.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이른바 '더치 블랙'류 프리미엄 RTD가 맛없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이 때문일 겁니다. 진짜 더치 커피가 아닌, 과추출된 원액을 희석해 만든 제품에서 설탕을 빼면 옅은 바디감과 부족한 향미, 텁텁한 잡맛 같은 단점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거든요)


 단맛으로 쓴맛을 덮은, 적당히 연한 커피는 '커피는 좋아하지만, 아메리카노의 쓴맛은 싫어하는 사람들'을 공략하기에는 괜찮은 제품일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 커피에 비해 확실히 싼 가격은 '레쓰비보다는 좀 더 원두커피같은 제품을 원하지만, 스타벅스 테이크아웃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공략하기에 좋은 조건일 수 있습니다. 포지션은 좋은데, 품질이 문제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스위트 아메리카노 3종은 원두커피보다는 커피가 들어간 혼합음료에 훨씬 가깝고,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더치 블랙류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리뷰 계속하겠습니다. 투명한 유리잔에 스위트 아메리카노 3종을 따라보니 칸타타 쪽이 눈에 띌 만큼 빛깔이 옅었습니다. 맛을 보니 칸타타는 쓴맛이 적고, 적당한 달달함과 약간의 감칠맛이 감지되었습니다. 반면 조지아와 고티카는 액체의 빛깔이 짙고 어두웠으며, 커피 자체의 쓴맛과 설탕의 단맛이 균형을 이루었다고 말할 만큼 칸타타에 비해 확실히 쌉쌀했습니다. 잔에 남은 커피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건열(dry distillation) 특성이 감지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조지아와 고티카는 상당히 강하게 볶은 원두를 사용하고, 칸타타는 그보다는 약하게 볶은 원두를 사용할 것이라는 짐작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인공향이 첨가되었음을 알고 천천히 맛을 보면 커피맛 사탕의 그 향기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별 생각 없이 마시면 특별히 거슬리지 않습니다.


 세 제품 모두 뒷맛은 떫고 텁텁합니다. 테이스팅을 하면서 메모를 작성할 때에는 별 생각 없이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수율 문제를 짚고 보니 좋지 않은 뒷맛의 원인이 지나치게 높은 추출 수율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네요. (참고로, 커피 원두에도 탄닌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떫은 맛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핸디엄 더치 커피 워터 2종을 리뷰하면서 언급하였듯이, 같은 농도의 커피여도 차갑게 해서 마시면 상대적으로 싱겁게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농도가 낮은 칸타타, 조지아, 고티카는 냉장고에서 꺼낸 온도 그대로 마시기에는 ('원두커피' 기준으로 보았을 때) 너무 싱겁습니다. 온장고에서 꺼낸 프리미엄 RTD는 조금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럴 바엔 차라리 따뜻한 '진짜 아메리카노'가 나을 수도 있습니다.


 빽다방 같은 초저가 커피 체인점이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원두를 사용하든(아라비카 100%라고 반드시 고급인 건 아닙니다), 물과 얼음으로 양을 뻥튀기든, 그들의 아메리카노는 편의점에서 파는 프리미엄 RTD보다는 진하고 훨씬 '원두커피'답습니다. 그들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 그들의 커피는 적어도 RTD보다는 매력적인 커피로 남을 것입니다. 저는 웬만해서는 초저가 커피 체인점을 가지 않습니다만, 칸타타와 빽다방 중에 골라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망설임 없이 빽다방을 고를 겁니다. 그리고 빽다방 가는 길에 이디야 어디 없나 두리번거리겠지요. ㄲㄲㄲㄲㄲ


 프리미엄 인스턴트 커피는 아마 멸종하지는 않을 겁니다. 연하고 달콤한 인스턴트 커피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예전처럼 쉬운 장사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10년 전에는 3300원짜리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와 경쟁했다면, 지금은 1500원짜리 빽다방 아메리카노와 경쟁해야 하니까요. 요즘 들어 특가 이벤트를 벌이는 프리미엄 RTD가 늘어난 이유는 아마 이 때문일 겁니다.


 스위트 아메리카노 3종 비교는 꽤 괜찮은 경험이었습니다. 진한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분께 원두커피를 대접한다면 어느 정도로 희석하는 게 좋을지, 쓴맛을 싫어하는 분께 원두커피를 대접한다면 설탕을 얼마나 넣는 게 좋을지, 시중에서 팔리는 제품을 통해 알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재구입을 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입에 맞는 커피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리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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