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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세로 데 헤수스 파카마라 세미 다크 허니 (Nicaragua Cerro de Jesus Pacamara Semi-Dark Honey)
느린악장 2016. 6. 6. 07:43원두 : 니카라과 세로 데 헤수스 파카마라 세미 다크 허니 (Nicaragua Cerro de Jesus Pacamara Semi-Dark Honey) 100g
입수일 : 2016. 4. 17.
출처 : 커피플랜트 (2016 서울커피엑스포에 설치된 부스에서 구입)
저의 여든 번째 커피는 니카라과 세로 데 헤수스 파카마라 세미 다크 허니였습니다.
선물받은 커피입니다. 2016 서울커피엑스포에 함께 간 단짝이 사 주었습니다.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중간 바디, 감귤 같은 산미(맛), 풀 같은 쌉쌀함(맛), 다크초콜릿 같은 쌉쌀함(맛/향), 삼나무(향), 지오스민(향), 생담배(향), 후추(향), 고수(향)
커피플랜트의 원두는 가격 대비 품질이 훌륭하고, 대부분 제가 좋아하는 중배전으로 로스팅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로스터리입니다. 작년 커피엑스포 현장에서 할인된 가격에 원두를 판매했기 때문에 올해도 그럴 것 같았고, 판매 중인 원두의 구색도 달라졌기 때문에 커피플랜트 부스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주는 대로 받아올 생각이었다는 말은 그냥 외교적 수사였던 것 같습니다.
정말 커피플랜트 부스에서는 할인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발롱은 올해도 할인을 안 하더군요. 그리고 이곳에서도 100g짜리 소포장으로 원두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커피엑스포를 위해 특별히 준비했는지, 홈페이지에서는 200g 단위로 판매하던 원두들도 100g짜리 포장에 담겨 있었습니다. 1
판매 중인 원두는 케냐 AA 가티나, 콜롬비아 파라요네스, 니카라과 세로 데 헤수스, 에티오피아 G1 반코였습니다. 워터킹 커피로스터스에서 구입한 케냐와 콜롬비아를 제외하니 니카라과와 에티오피아가 남더군요. 둘 다 평소에 눈여겨 보던 제품이었습니다. 단짝은 흔쾌히 결제를 해 주었고, 저는 원두를 집어들었습니다.
원두의 생김새는, 파카마라 품종답게 큼직하고 길쭉합니다. 좀 못생기긴 했습니다만 결점두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걸 퀘이커로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애매한 조금 밝은 빛깔의 황토색 콩이 몇 개 있어서 좀 골라냈습니다. 상당히 양호한 핸드 소트 결과였습니다.
커피플랜트에서 판매중인 세로 데 헤수스 농장의 원두는 두 종류입니다. 이 날 입수한 것은 세미 다크 허니(semi dark honey)로 가공된 파카마라 품종의 생두를 볶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습식(washed)으로 가공된 에티오사르 품종의 생두를 볶은 것입니다. 에티오사르 품종이 많이 궁금하기는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세미 다크 허니로 가공된 파카마라 품종을 고른 것이 잘 된 선택이었습니다. (이날 입수한 원두 4종 중 3종이 맛이 부드럽고 산미가 좋은 커피여서, 니카라과마저 워시드로 골랐다면 신맛 나는 커피만 4종이 되었을 겁니다)
니카라과 세로 데 헤수스 파카마라 세미 다크 허니는 인도네시아 커피에 기대할 만한 구수함과 코스타리카 커피에 기대할 만한 쌉쌀함과 깔끔함을 모두 갖춘, 상당히 독특한 원두입니다. 제가 리뷰하면서 습식과 건식의 미덕을 골고루 갖추었다고 평한 원두로 에티오피아 샤키소 모모라 스페셜티, 엘살바도르 엘 콘로달, 브라질 봉 파스토르 등이 있지만, 세로 데 헤수스 파카마라의 완성도는 그 정도로 높지 않습니다. 허니 프로세스의 일종인 세미 다크 허니로 가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맛이 강하지 않으며, 과일을 닮은 아로마 노트가 미약하고, 와인 비슷한 노트('winey')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1도, 5도, 9도만 쌓아올린 화음을 들을 때처럼, 깔끔하긴 한데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2
삼나무, 향신료, 신선한 흙의 냄새 같은 에스닉한 특성이 풍부하고, 제법 쌉쌀하고, 바디감이 좋습니다. 과일의 노트가 미약해 깊이감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산미의 양감 자체는 괜찮은 편이고 질감이 날카롭지 않아 균형감을 해치지 않습니다. 단맛의 양감은 풍부하지 않지만, 쓴맛과 신맛을 감싸 커피의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고 맛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디테일이 좀 아쉽지만, 큰 그림은 잘 그려진 셈입니다.
따뜻하게 해서 마셔도 좋고 시원하게 해서 마셔도 좋습니다. 따뜻할 때는 산미와 단맛이 좀 더 잘 느껴지고, 시원할 때는 바디감이 좀 더 묵직해집니다.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좋고 부재료와 섞어 마셔도 좋습니다. 우유와의 어울림이 좋은 편이어서, 커피를 진하게 뽑아 차게 식힌 다음 우유 얼음으로 만든 빙수에 조금씩 부어 먹으면 맛있습니다(조금 더위사냥 닮은 맛도 납니다).
니카라과 세로 데 헤수스 파카마라 세미 다크 허니는, 구수하고 풍성한 느낌을 좋아하지만 산미와 달달함과 깔끔함도 포기할 수 없는, 균형 잡힌 맛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어필할 만한 커피입니다. 언제 에티오사르 워시드도 한 번 주문해 봐야겠습니다. 엘 실렌시오의 산미를 뛰어넘는 매실차를 받게 될 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구수하고 깔끔한, 균형감이 좋은 커피."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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