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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원두 리뷰

동티모르 (East Timor)

느린악장 2016. 7. 18. 08:20

 원두 : 동티모르 (East Timor)

 샘플 1, 2, 3 로스팅 일자 : 2016. 7. 6.

 샘플 A, C 로스팅 일자 : 2016. 7. 12.

 생두 제공 : 카페티모르

 생두 프로세스 : 정광수 ( goldcoffeeclub@daum.net )


 저의 여든네 번째 커피는 동티모르 원두 5종이었습니다.



 정광수님과 연이 닿아 테이스팅하게 된 원두입니다. 카페티모르의 생두를 처리하고 분류한 다음 풀시티로 로스팅한 샘플 5종입니다. 각각의 샘플에 적용된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샘플 1 : 잡맛 제거 프로세스 1개를 적용한 생두 중 나쁜 것.

 샘플 2 : 잡맛 제거 프로세스 1개를 적용한 생두 중 좋은 것.

 샘플 3 : 프로세스를 적용하지 않은 것. (통제군)

 샘플 A : 프로세스 2개를 적용한 생두 중 좋은 것.

 샘플 C : 프로세스 2개를 적용한 생두 중 나쁜 것.


 ※ 샘플 A, C는 편의상 붙인 이름입니다.

 ※ 통제군인 샘플 3은 현재 판매중인 카페티모르의 원두와 그 품질이 동일합니다.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비교적 가벼운 바디, 다크초콜릿(촉감/향), 오렌지(산미), 자두의 달달함(맛), 아몬드·땅콩·헤이즐넛(향), 볶은 보리(향), 삼나무·후추(향), 알싸한 향신료(향)


 기본이 좋은 커피 : 단맛, 초콜릿 향, 과일의 상큼함


 정광수님이 동티모르 커피에 주목한 이유는 '기본이 좋은 커피'이기 때문입니다. 잡맛 제거 프로세스는 커피의 향미를 가리는 불쾌한 맛과 향을 제거하는 기술이므로, 향미의 기본기가 좋은 커피에 적용하였을 때 특히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단맛, 초콜릿 향, 과일의 상큼함은 충분히 좋은 기본기입니다.


 프로세스를 적용한 생두 중 좋은 것을 로스팅한 샘플 2와 A에서는 산미의 디테일(오렌지)과 과일의 디테일(자두)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다크초콜릿의 향과 단맛이 뚜렷했고, 뒷맛(aftertaste)의 달콤함도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원두를 분쇄한 직후의 드라이 아로마(dry aroma)의 고소한 디테일(아몬드, 헤이즐넛)도 샘플 2와 A에서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샘플 2는 좀 더 달았고, 샘플 A는 좀 더 깔끔했습니다. (프로세스를 1개 적용하느냐, 2개 적용하느냐에 따라 이러한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사용하는 터키시 커피의 오리지널 농도(1잔=100mL)에서도 쓴맛이 적고 부드러운 맛을 낸 샘플 A쪽이 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달달한 뒷맛이 이만큼 오래 지속되는 커피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샘플 1, 3, C에서도 단맛과 과일의 느낌은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샘플 1은 풀비린내와 쓴맛과 떫은맛이, 샘플 3은 찌르는 듯한 쓴맛과 향신료의 얼얼함과 얼큰함이, 샘플 C는 여전히 뚜렷한 쓴맛이 좋은 특성을 많이 가렸습니다. (그래서 산미의 디테일과 과일의 디테일이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샘플 1, 3에서는 삼나무·후추로 대표되는 향신료와, 숯에 가까운 건열(dry distillation) 특성이 뚜렷했습니다. 프로세스를 두 번 거친 샘플 C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덜 나타났지만 쓴맛은 여전히 강했습니다.


 프로세스의 가치가 빛나려면 : 충분한 농도, '한 잔의 커피'


 샘플 2, 샘플 A의 좋은 특성이 잘 드러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충분한 농도, (커핑이 아닌) 한 잔의 커피로 내려 마실 것, 이 두 가지입니다.


 농도와 수율이 충분히 높으면 샘플 2, A의 산미, 과일, 고소함의 디테일을 감상하기에 좋고, 충분한 단맛을 느낄 수 있으며, 잘 된 강배전의 기분 좋은 쌉쌀함과 깔끔한 뒷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농도가 낮으면 샘플 1, 3, C의 자극적인 특성은 '적당한 아메리카노 맛'처럼 느껴지고 샘플 2, A의 깔끔함은 그 강점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한 잔의 커피로 내려 마시면 샘플 2, A의 뒷맛과 깔끔함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미분을 걸러('내려') 마셔야 깔끔함이 제대로 드러나고(커핑 중에는 스푼에 미분이 섞여 들어오게 마련입니다), 한 잔의 커피를 끝까지 마셔야 오래 지속되는 달달한 뒷맛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이 샘플 저 샘플을 맛보다 보면 입안이 씻기고 맛이 뒤섞여 뒷맛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습니다).


 동티모르의 가능성


 카페티모르의 동티모르는 잠재력이 많은 원두입니다. 아무런 프로세스를 적용하지 않은 샘플 3에서도 단맛과 과일의 느낌이 감지되었고, 풀시티라는 로스팅 포인트에 비해서는 쓴맛이 적었습니다. 프로세스가 적용된 샘플이 보여준 변화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의 평가는 통제군인 샘플 C에 별 셋(★★★), 프로세스가 적용된 생두 중 좋은 것을 로스팅한 샘플 2와 A에 별 넷(★★★★)입니다. 프로세스로 인한 변화와 로스팅실에서의 체험은 분명 경이로웠지만, 샘플 2의 디테일은 콜롬비아 라 포르투나멕시코 치아파스 게샤에 미칠 만한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별 넷의 벽을 넘어서려면 특별한 디테일이나 탁월한 완성도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상당수의 COE도 이 블로그의 별점 평가에서 별 넷을 받았음을 기억해 주세요)


 ※ 로스팅실에서의 체험 : 샘플 1, 2, 3을 로스팅하던 날, 샘플 2를 로스팅할 때는 (로스팅할 때면 으레 나게 마련인) 매운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고, 팝이 예상보다 늦게 시작해서 얼른 끝났습니다. 매운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는 점은 해당 냄새의 원인이 되는 (자극성이 강한) 물질이 프로세스를 통해 대부분 제거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프로세스의 위력을 여기서 체감했죠. 팝이 늦게 시작해 얼른 끝났다는 점은 생두의 밀도가 비교적 높고(팝이 늦게 시작된 원인) 일정했음(팝이 지속되는 시간이 짧았던 원인)을 의미합니다. 정광수님의 생두 선별 능력과 프로세스가 제공하는 부차적인 선별 효과를 여기서 체감했습니다.


 개선의 여지는 있습니다. 정광수님은 몇 가지 개선 방안을 제안하였고, "파치먼트 상태에 적용 가능한 프로세스가 더 많고 효과도 더 크다", "반건식이나 허니프로세스로 가공한 파치먼트에 프로세스를 적용하면, 습식으로 가공한 생두에 프로세스를 적용한 것보다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하였으니 지금보다 더 맛있는 동티모르가 나올 수도 있겠지요.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여기에 다 적지 못한 내용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동티모르 원두는 카페티모르에서 구입할 수 있고, 정광수님의 잡맛 제거 프로세스가 궁금하시다면 [ goldcoffeeclub@daum.net ]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밸런스가 좋고 달콤한 마일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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