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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카페 리뷰

라 콜롬브 (La Colombe)

느린악장 2016. 10. 10. 07:27

 라 콜롬브(La Colombe)는 대학로에 위치한 카페입니다. 프랑스어로 colombe는 비둘기를 뜻하고, 프랑스어 단어 묶음인 la colombe는 '라 콜롱브'로 표기하는 것이 옳겠지만, 미국 카페의 국내 체인인 La Colombe의 상호는 영어식으로 읽어 '라 콜롬브'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라 콜롬브의 로고는 프랑스 국기 배색인 빨강-하양-파랑이고, 가운데에 있는 흰 윤곽은 비둘기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름값 하는 로고입니다)


 에스프레소 기반의 음료, 싱글 오리진 드립 커피, 그 외의 음료를 판매합니다. 원두도 판매하는데, 싱글 오리진은 판매하지 않고 에스프레소 블렌드만 판매합니다. 에스프레소 블렌드에는 Lyon, Nizza, Corsica의 세 종류가 있습니다. 디카페인 블렌드도 한 종류 더 있습니다. 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에스프레소 기반의 음료는 Nizza를 사용하여 제조된다고 합니다. Lyon은 Nizza보다 약배전이고, Corsica는 Nizza보다 강배전입니다. (프랑스 지명 Lyon은 '리옹'으로 읽어야 하지만 직원은 영어식으로 '라이온'이라 읽었습니다. 미국 회사의 상품명이라 영어식으로 읽나 봅니다)




 머신은 라마르조코, 그라인더는 시모넬리 미토스 원, 더블샷 분량의 원두를 투입하여 싱글샷 분량만 추출한 리스트레토… 영웅의 탄생과 성장을 묘사하는 서사시의 도입부만큼이나 멋진 조합의 나열입니다. 당연히 맛있는 에스프레소가 등장해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라 콜롬브의 에스프레소는 난해합니다. 농도가 진하고, 짜고, 시고, 쓰고, 멸치액젓 같은 비릿함까지 있습니다. 카페베네의 에스프레소보다 난해하고, 폴 바셋의 에스프레소보다 스노비시합니다. "이런 게 진짜 에스프레소죠.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차마 에스프레소라고 부를 수 없는 묽은 액체를 제공합니다. 폴 바셋이 그중 진합니다만, 거기에는 묵직한 느낌이 없습니다. 라 콜롬브의 에스프레소는…"과 같은 말을 주워섬기면 좀 멋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집어치우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어떻게 하면 라 콜롬브의 에스프레소를 맛있게 즐길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에스프레소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자극적인 특성을 제어할 방법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강력하고 독한 샷을 제어하기에 코타도(Cortado)에 들어간 적은 양의 우유는 역부족입니다. 초코 라테(Choco Latte)의 달달한 우유거품을 몇 스푼 떠서 에스프레소에 섞어도 보았지만 오히려 쓴맛과 짠맛이 도드라졌습니다. 아주 넉넉하게 초코 라테를 부어보니 자극성은 없어졌지만 커피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카페 라테나 진한 아메리카노를 시도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에스프레소의 난해함과는 대조적으로, 우유 스티밍은 보편타당합니다. 라 콜롬브에 가게 된다면, 우유거품이 올라가는 따뜻한 라테류를 꼭 한 잔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벨벳 밀크의 모범사례를 체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다음번에 카페 라테나 카푸치노 중 하나를 주문할 생각입니다.




 매장에서 판매중인 음료 중 특이한 것이 몇 종류 있습니다.


 1) 실버톤(Sliverton)은 실버톤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내린 커피입니다. 대략 클레버와 비슷하지만 종이 필터 2장과 메탈 필터를 함께 사용한다는 점, 드리퍼 재질이 유리라는 점, 커피가 내려오지 않게 붙잡아두는 밸브가 손으로 돌리는 클램프라는 점이 다릅니다. 실험 도구처럼 생겼고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이 꽤 흥미롭습니다.

 맛은 브루잉 커피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실버톤을 주문할 생각이라면, 추출하는 모습을 꼭 구경하시기 바랍니다. 드립 커피와 실버톤의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추출하는 장면이 3천 원짜리 퍼포먼스인 셈입니다.


 2) 코타도(Cortado)는 우유의 양이 적은 카페 라테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작은 유리잔에 제공됩니다. 맛은 상당히 쌉쌀하고 진합니다.


 3) 레드아이(Red Eye)는 드립 커피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한 것입니다. 어지간한 농도의 커피로는 잠이 깨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인 폭탄입니다. (오늘의 커피에 샷추가를 한 스타벅스의 레드아이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 오리지널일까요?) 저는 더블샷으로도 충분하므로, 레드아이를 직접 마셔보지는 않았습니다.


 에스프레소 마키아토(Espresso Macchiato)가 메뉴판에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바리스타들이 꺼려하는 메뉴가 떡하니 올라와 있어서 좀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라 콜롬브의 에스프레소는 상당히 쓰고 독한 편이라, 우유거품을 살짝 올리는 정도로는 의미 있는 맛의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냥 코타도를 드세요. (ㅋㅋㅋㅋㅋㅋ)


 크림을 올린다면 쓴맛을 좀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에스프레소 콘 파냐는 메뉴판에 없습니다. (만들어 달라고 하면 만들어 줄 것 같기도 합니다.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이곳의 사진들입니다.



초코 라테와 에스프레소입니다.



에스프레소의 빛깔은 짙습니다. 크레마는 얇은 편입니다.



첫 방문 때 마셨던 실버톤(Silverton)과 코타도(Cortado)입니다.



실버톤 커피를 내리는 추출도구 '실버톤'입니다.



이곳의 메뉴판입니다. (2016년 9월 17일에 촬영)



디스플레이된 기물들이 탐나는군요.




 대학로에서 이렇게 큰 카페를 운영하면서, 이만큼 넉넉하게 공간을 쓰고 메이저 커피 체인점과 유사한 가격대에 이 정도 품질의 음료를 내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규모를 줄이고 테이블을 다닥다닥 붙여서 수지를 맞추는 카페를 흔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이런저런 아쉬움을 써놓기는 했지만, 라 콜롬브는 좋은 카페입니다. 우유 스티밍의 품질이 좋으니 카페 라테나 카푸치노, 초코 라테 등을 추천할 만합니다. 에스프레소는 좀 난해했지만,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 음료는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라 콜롬브의 커피는 대체로 강렬합니다. 중강배전 느낌의 묵직한 커피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곳의 커피가 입에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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