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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호주 마운틴 톱 (Australia Mountain Top) 100g

 제품명 : 폴 바셋 그랑 크뤼 Australia Mountain Top

 구입일 : 2017. 1. 14.

 구입처 : 폴 바셋


 저의 여든아홉 번째 커피는 호주 마운틴 톱이었습니다.



 시티 초반 정도로 로스팅한 것 같습니다.


 봉투에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쓰여 있었습니다.


 농장 : Mountain Top Estate

 농장주 : Jason Gilmore

 고도 : 해발 1200m

 품종 : K7

 가공방식 : Washed

 Tasting Note : 서양배, 바나나의 달콤한 산미, 은은한 장미꽃 향기




 판매자는 이 원두를 "호주 마운틴 탑"으로 표기하였으나, 이 포스팅에서는 외래어 표기법을 따라 "호주 마운틴 톱"으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중간 바디, 배(맛/향), 홍차(맛/향), 잘 구운 빵의 고소함(향), 다크초콜릿(향), 장미(향), 소나무·정향(향), 와인의 느낌


 2016년 3월 중순에 구입한 제품의 로스팅 상태에 크게 실망하고 나서 한동안 폴 바셋 원두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12월 말쯤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샤를 구입하였고, 로스팅 상태가 이만하면 마운틴 톱을 재구매해도 되겠다 싶어, 리뷰를 목적으로 다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리뷰에서, 저는 마운틴 톱이 "로스팅만 잘 되었다면 블루마운틴과 하와이 코나의 다음 자리에 놓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럭셔리 커피"였을 것이라 평했었죠. 이번에 구입한 마운틴 톱의 봉투를 여니 잘 볶인 원두가 보였습니다. 저는 당연히 훌륭한 향미의 럭셔리 커피를 기대했습니다.


 기대는 깨졌습니다. 시티 초반 정도로 짐작되는 로스팅 포인트는, 어지간해서는 실패하지 않는 무난한 선택입니다. 맛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섬세한 향을 끌어내기에 좋은, 살짝 가벼운 중배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볶은 마운틴 톱의 향미는 지나치게 밋밋했습니다. 수율과 농도를 높이면 떫은맛과 불쾌한 나무 향미(woody)가 두드러졌고, 수율을 낮추니 마운틴 톱 최대의 장점인 단맛과 장미향이 얄팍해지는—다른 좋은 특성의 지지를 받지 못해, 깊이감 없이 붕 뜨는—문제가 생겼습니다. 짐작건대 이 원두를 볶은 어라운지 공장의 로스팅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어, 다소 언더디벨롭(underdevelop)이 난 것 같습니다.


 단맛은 비교적 뜨거울 때부터 감지됩니다. 소나무나 정향이 연상되는 조금 쏘는 향, 내추럴 커피가 연상되는 짭짤구릿함과 와인의 느낌이 복합성(complexity)을 형성합니다. 수율이 낮아지면 장미향이 붕 떠서 약간 미용비누 같고(ㅋㅋㅋㅋㅋ), 수율이 높아지면 떫은맛과 우디(woody)함이 올라와 장미향 홍차 같습니다(커피와 잘 어울리는 장미향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네요). 잘 구운 빵 같기도 하고 볶은 곡식 같기도 한 고소함은 꽤 괜찮긴 한데, 높은 가격을 해명하기에는 흔하고 평이한 특성입니다. 다소 식으면 단맛이 진해지고 그 여운 또한 길어지며, 쌉쌀함과 감칠맛, 복합성과 연합되어 그럭저럭 스페셜티 커피다운 면모를 드러냅니다. 약간 식으면 올라오는 다크초콜릿의 깊은 향은 커피에 적당한 무게감을 부여하고, 아이스 커피로 즐길 때 만족감을 줍니다. 산미는 존재감이 있지만,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그슬린 원두와, 그슬린 채 원두에 달라붙은 실버스킨이 많았던 2016년 3월의 마운틴 톱은 탄내와 탄맛에도 불구하고 꽤 매력적인 특성들을 보여주었습니다. 2017년 1월의 마운틴 톱은 탄내와 탄맛을 걷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섬세한 향미의 디테일이나 조화로움, 풍성함을 살려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100g에 2만 원이라는 가격과, 그랑 크뤼(grand cru : '최상등품')라는 이름에 걸맞은 훌륭한 원두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이 나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장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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