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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 아리차 (Ethiopia Yirgachefe Aricha) 100g

 구입일 : 2013. 7. 18.

 구입처 : 쿠아모스


 저의 세 번째 원두는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였습니다. 이름이 재미있었고, 꽃향기를 지닌 부드러운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구입했습니다.



 쿠아모스에서 팔던 이르가체페는 원래 코케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코케가 떨어졌다고 아리차를 꺼내주시더군요. 왠지 경기미 사러 갔는데 이천쌀 떨어졌다고 여주쌀(을 이천 쌀값에) 받아온, 미묘하게 횡재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리차가 '이르가체페'로 팔리는 커피 중에서는 평이 가장 좋은 축에 들거든요.


 여기서 잠깐 이르가체페로 팔리는 커피 목록을 늘어놓으면 미칠레(Michille), 사라(Sara), 아다도(Adado), 아리차(Aricha), 이디도(Idido), 코케(Kocher), 콩가(Konga) 정도가 됩니다. (한글 표기 가나다순. 참고한 사이트는 <이 블로그><카페뮤제오>입니다)


 예전에 쓴 글에서 에티오피아 지도를 살핀 적이 있습니다. 이르가체페는 그 면적이 500~600km²로 추산되는 woreda(행정 단위)입니다. 당시에 글을 쓰면서 이 조그만 땅에서 나는 커피가 세계인이 모두 마실 만큼 양이 충분할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기는 했지만 쓰던 글의 주제와 조금 벗어나는 의문이라 덮어두었었죠.


 지도에서 이르가체페 남쪽에 보이는 Kochere[각주:1]가 못내 거슬렸는데, 생두가 거래될 때 시장 이름이 붙기도 한다[각주:2]는 책의 구절을 읽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과테말라 안티구아(Antigua)나 멕시코 오악사카(Oaxaca)처럼,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도 원두가 거래되는 시장에서 붙은 이름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그러니까 미칠레, 사라, 아다도, 아리차…는 모두 이르가체페 woreda 안에 있어서 '이르가체페'가 붙는 것이 아니라, 이르가체페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이르가체페'가 붙는다고 봐야 하는 것입니다.




 이르가체페의 가장 인상적인 특성은 참깨 같이 고소한 fragrance와 상큼한 신맛이 아닐까 싶네요. 꽃향기도 납니다. 하지만 드립 커피로 마실 때나 느꼈고 터키시 커피로 끓여 마실 때에는 제대로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제 후각이 온전하지 않은 탓이고, 시에라 컵으로 끓이는 터키시 커피가 향의 손실이 좀 있는 추출법인 탓이라 그럴 겁니다.


 참깨 같이 고소한 향기는 원두를 갈 때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원두가 젖어들면 훨씬 약해지지요. (제가 aroma가 아닌 fragrance라고 표기한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추출한 상태에서도 조금은 맡을 수 있지만, 그 강도는 마른 상태의 원두만 못합니다. 대신 고소한 맛이 향과 함께 조금 느껴집니다.


 상큼한 신맛의 강도가 케냐 커피에 비해 약하고, 고소한 맛이 함께 느껴집니다. 케냐와 번갈아 마셔보면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데, 둘 다 산미가 있는 커피임에도 차이가 있다고 하는 평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터키시 커피로 마실 때 만족스러웠습니다. 쓴 맛과 바디감이 적은 편이라 터키시 커피로 끓여도 독한 느낌이 별로 들지 않고, 상큼한 신맛이 있어 입 안에서 커피를 굴리며 맛을 음미하는 재미가 있어서입니다. 상대적으로 콜드 브루 커피로 마실 때는 만족감이 덜했습니다. 콜드 브루 커피가 워낙 묽은 커피인데다, 신맛을 제대로 느끼기 힘든 추출법이라 그랬을 겁니다.


 순례(?)가 끝나면 자주 찾게 될 것 같습니다.




 각주


  1. '이르가체페 코케'로 팔리는 그 커피 산지 맞습니다. [본문으로]
  2. 장수한 <인디커피교과서> (2012) 백년후. pp.74-7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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