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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를 좋아하지만, 그때그때 커피를 내려 마실 시간이 없는 단짝을 위해 티백 커피를 만들어 준 지도 그럭저럭 두 달이 되어갑니다. 다시백을 활용해 티백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주방용품으로 터키시 커피를 끓이기 시작할 때만큼이나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주먹구구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리한 생각들입니다.


 1. 다시백 속에 분쇄한 커피 원두를 넣고, 뜨거운 물 속에 다시백을 넣어서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 다시백을 활용한 티백 커피의 핵심입니다. 위상기하학적(…)으로는 프렌치프레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 하지만 티백 커피는 프렌치프레스에 비해 맛과 향의 측면에서 불리한 점이 많습니다.

  2.1. 물의 온도가 낮은 편입니다 : 냉온수기에서 나오는 온수의 온도는 70~80도 정도로 커피를 추출하기에는 낮고, 예열을 하지 않는 이상 머그나 텀블러는 온수의 열을 빼앗아 온도를 더 낮출 것입니다. 예열까지 해줘 가며 펄펄 끓는 물을 부어가며 티백을 우릴 정성이면 차라리 프렌치프레스나 클레버를 쓰지요.


  2.2. 커피 원두와 물이 접촉하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좁습니다 : 커피 원두와 물이 접촉하는 면적은 다시백의 양면+@ 정도입니다. 한 번 휘저어주면 커피 원두가 물 속을 온통 떠다닐 수 있는 프렌치프레스와 비교하면, 아주 제한적이지요.


  2.3. 커피 원두를 너무 잘게 분쇄하면, 원두 사이의 공간이 줄어들어 다시백 표면에 가까운 원두에서는 과추출이 일어나고 다시백 안쪽의 원두에서는 제대로 추출이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굵게 분쇄하면 2.1과 2.2에서 지적한 문제 때문에 추출이 제대로 되지 않을 거고요. 결국 어느 선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습니다.


 3. 따라서, 컨셉과 포지션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백을 활용한 티백 커피가 카누보다 맛있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원두 8g을 드립과 프렌치프레스의 중간 굵기로 갈아서 355ml의 물로 추출한 티백 커피와, 카누 다크 로스트 아메리카노 1봉지를 355ml의 물에 녹인 커피를 비교해 보면 '내가 뭐하자고 고생을 해서 티백을 만들었나' 싶을 때가 많지요. 다시백을 활용한 티백 커피가 인스턴트 커피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근본적인 우위는 '원두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어떤 원두를 고르느냐, 얼마나 가늘게 분쇄하느냐, 어느 정도의 물로 얼마나 오래 추출하느냐 등의 사항을 결정할 때는 이 느낌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마셔 보고 느낌이 안 오면 뭔가 바꿔서 재시도하면서요.




 제가 다시백을 활용하여 티백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두 8g을 드립과 프렌치프레스의 중간 굵기로 분쇄합니다.


 2. 작은 사이즈의 다시백에 담습니다.


 3. 적절히 추출해서 마십니다. (펄펄 끓는 물 200ml를 기준으로 하여 4분 정도 우려도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꽤 오래 추출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얻은 팁입니다.


 1. 냉온수기의 온수는 온도가 낮아 1회로는 추출이 다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두 번쯤 더 우려 마실 수도 있지요.


 2. 다시백을 밀폐용기에 넣어 두거나 랩으로 돌돌 싸 두면, 분쇄한 원두의 맛과 향을 보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됩니다.


 3. 산미가 잘 추출되지 않으며, 쌉쌀한 맛이 두드러지고, 향은 그럭저럭 잡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커피 추출법으로서의 티백 커피는 콜드 브루 커피와 닮은 점이 꽤 많습니다.


 4. 앞서 말한 특성 때문에, 부드럽고 섬세한 원두보다는 강배전한 케냐 같이 자극적인 원두가 티백 커피를 만들기에 적합한 편입니다. 쌉쌀하고, 바디감이 강하고, 맛과 향이 날카로울수록 좋습니다.




 티백 커피를 만들기에 적합한 블렌드와 분쇄 굵기를 탐색해보려고 합니다. 강배전 케냐+강배전 만델링 정도의 블렌드를 드립보다 조금 가는 굵기로 갈면 어떨까 싶은데… 여건이 되는 대로 시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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