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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 페퍼밀을 아이쇼핑하던 중, 푸조(Peugeot, 여러분이 아시는 그 프랑스 자동차 회사 맞습니다) 제품 설명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 최적의 효과를 위해서 푸조는 5mm 이하의 통후추를 사용할 것을 권합니다. (푸조 페퍼밀 설명 일부)

 ─ 커피빈은 1차적으로 쪼개진 후 2차적으로 톱니에 들어가서 갈리게 됩니다. 먼저 쪼개지는 과정을 통해 커피빈 자체의 오일이 나오게 되면 커피가 우러나는 과정에서 더욱 신선한 아로마를 느낄 수 있습니다. (푸조 브랜드 설명 일부 : 푸조 핸드밀에 대한 내용)


 지금 사용하는 ⓒⓙⓦ 페퍼밀이 통후추 살 때 공짜로 받은 페퍼밀 치고는 커피를 잘 갈기는 했지만, 제법 많은 힘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저 설명을 보고 커피 원두가 페퍼밀에 그냥 집어넣기에는 좀 굵어서 잘 안 갈리나보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예비 분쇄를 해 보기로 했지요.


 예비 분쇄라는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제로는 간단합니다. 로스팅한 커피 원두는 상당히 메짐성 있는(brittle) 편에 속하므로 지긋이 힘을 주면 그냥 우지직 하면서 부서지는데, 이렇게 각각의 원두를 몇 조각으로 쪼개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한 '예비 분쇄'가 됩니다. 원두를 조각내면 (푸조가 자사 페퍼밀에 권장하는 크기인) 5mm에 가까워지거나 그보다 잘아지니, 페퍼밀로 갈기에 좋겠지요.


 예비 분쇄에 쓸 만해 보이는 주방용품을 꼽아 보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작은 유리병 + 받침대로 삼을 만한 것 : 유리병 밑동을 깨끗이 닦고, 받침대로 삼을 만한 것 위에 원두를 올린 다음 유리병 밑동으로 한 알씩 지긋이 눌러주면 원두가 조각납니다. 다른 도구가 하나도 없을 때 소량의 원두를 예비 분쇄하기에 좋습니다. 유리병 밑동은 대개 조금 오목해서, 부서지는 원두가 사방으로 튀지 않게 막아주기도 합니다.


 2. 마늘 분쇄기/마늘 짜개/마늘 다지기 : 아귀힘으로 눌러 마늘을 으깨는 그 도구 맞습니다. 한 번에 부술 수 있는 양이 좀 적은 게 흠이지만, 한 알씩 부수는 유리병 밑동보다는 속도가 빠르고, 절구나 막자사발보다는 원두가 좀 덜 달라붙습니다. 집안에 안 쓰게 된 마늘 분쇄기가 있다면 찾아서 써 봅시다. (현역 마늘 분쇄기를 원두 예비 분쇄기로 겸용하기엔 냄새가 좀...)


 3. 절구나 막자사발 : 비교적 많은 양의 원두를 부수기에 좋습니다. 절구야 작아도 상관없지만 공이는 넓적한 편이 좋습니다. 깨 으깨는 데 쓰는 가느다란 공이로는 원두를 부수기 어렵거든요. 부순 원두 가루가 절구 벽에 붙어서 긁어내기 까다로울 수 있으니, 새 절구나 막자사발을 살 생각이라면 조금이라도 가루가 덜 달라붙는 재질의 물건을 고르시기 바랍니다. (이런 거 새로 살 정성이면 그냥 커피 핸드밀 사서 쓰는 것도 좋겠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유리병 밑동으로 눌러서 원두를 조각내어 페퍼밀에 넣고 갈아보니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잘 갈립니다. 가는 데 들어가는 힘도 좀 줄어들었고, 일정하게 갈려나오고(예전에는 갈려나오다 안 갈려나오다를 반복했습니다), 훨씬 짧은 시간 내에 갈립니다. 고마워요 푸조. 당신은 천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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