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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shlock을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쓰면 "푸시락"이 됩니다. 하지만 판매자의 한글 표기를 존중하여 '푸쉬락'으로 부르겠습니다.


 제가 닥터만커피에 에티오피아 하라를 주문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푸쉬락 용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보온병 말고 수집하는 또 하나의 목록이 밀폐용기니까요. 0.6L 용량, 약 200g의 원두를 담을 수 있는 푸쉬락 3호의 정가는 9천원입니다. 그냥 구입하기엔 상당히 높은 가격입니다. 에티오피아 하라 180g에 2만 3천원이면, 원두 값을 1만 8천원쯤 잡았을 때 푸쉬락을 5천원쯤으로 할인받는 셈 치고 구입한 것이죠. 다들 그렇게 낚이는 겁니다.


 대만 OEM 제품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제조사는 Ding Taur Co., LTD. BPA Free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밑면 확인해 보니 PS… 폴리스티렌 재질입니다. 두께는 2mm정도로 페레로로쉐 케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다만 재질의 굴곡탄성률 차이 때문인지, 페레로로쉐 케이스는 살짝 누르면 휘어지지만 푸쉬락은 비슷한 힘으로 눌러도 휘어지지 않습니다).


 처음 슥 살펴보았을 땐 '뭘 이런 걸 9천원씩이나 받고 파나…' 싶었습니다. 훨씬 싼 값에, 유리 재질이고, 탁월한 밀폐성능을 가진 보르미올리 피도(Bormioli Fido)와 비교했을 때 영 믿음이 안 가는 모양새였죠. 푸시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뚜껑을 힘으로 잡아뺄 수 있고[각주:1], 푸시버튼을 누르지 않고 뚜껑을 힘으로 잡아누르면 닫히지 않는[각주:2] 뭔가 이상한 작동을 하고 있었고요.


 그럭저럭 마음에 들기 시작한 건 한참이 지나서였습니다. 보르미올리 피도보다 훨씬 가볍고, 용량에 비해 크기도 작고, 쉽게 여닫을 수 있어서 원두를 며칠 보관하면서 쓰기에는 아주 간편했기 때문입니다. 귀차니즘이라는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이만큼 좋은 원두 보관 용기도 흔치 않지요. 커피오일이 묻으면 혹시라도 변성이 될까 신경쓰이는 플라스틱 재질이고 뚜껑에는 밸브가 달려 있어 물로 씻어내기 힘든 통이지만, 처음에 딱 한 번 씻어서 말린 후 원두를 비닐백에 담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커피오일도 안 묻고, 통 내부나 뚜껑을 씻어낼 필요도 거의 없습니다.


 하나 더 들여놓아야겠습니다. 제가 블렌딩할 때 즐겨찾는 인도네시아 커피와 에티오피아 습식 커피는 각각 푸쉬락에 보관하고, 그때그때 구입해 마시는 원두는 보르미올리 피도에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따로 사기엔 비싸니, 닥터만커피에 한 번 더 주문을 넣어야겠습니다. 다들 그렇게 낚여 두 개 사는 겁니다.




 각주


  1. 외부로부터 공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는 구조라면, 사람의 팔힘만으로는 이 정도 뚜껑을 잡아뺄 수 없거나 지극히 곤란해야 정상입니다. 푸시버튼을 누르지 않고 뚜껑을 힘으로 잡아뺄 수 있다는 소리는, 뚜껑을 잡아빼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공기가 들어왔다는 소리입니다. 다음 각주의 내용을 감안하면, 공기가 뚜껑과 통 사이로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푸시버튼 쪽의 밸브를 통해 들어왔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본문으로]
  2. 내부 압력이 높아졌을 때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밸브가 달려 있다면, 뚜껑을 힘으로 잡아눌렀을 때 공기가 빠지며 뚜껑이 무난히 닫혀야 합니다. 푸시버튼을 누르지 않고 뚜껑을 힘으로 잡아누르면 닫히지 않았다는 소리는, 내부의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밸브가 작동하지 않았으며 뚜껑과 통 사이는 밀폐 또는 밀폐에 가까운 기밀상태를 유지했다는 소리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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