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생활은 귀차니즘과의 싸움입니다. 원하는 장비를 마련할 때까지는 돈과의 싸움, 원하는 장비를 마련한 다음에는 지름신과의 싸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이 싸움에는 끝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만족을 하거나, 해탈을 하거나, 파산을 할 테니까요. 하지만 귀차니즘은 커피 생활을 접는 그 순간까지 따라다닙니다. 그래서 커피 생활은 귀차니즘과의 싸움이라는 말로 이 글을 시작한 것입니다. 제 마음이 간사한 탓인지, 쉬운 방법을 찾으면 좀 더 맛좋은 커피를 추출할 방법을 찾게 되고, 맛좋은 커피를 추출할 방법을 찾으면 좀 더 쉬운 방법을 찾게 되더군요. 그래서 이런저런 추출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간편하기로는 커피 잔 위에 차망을 걸치고 분쇄한 원두를 올린 다음 물을 붓는 추출법이 정말 간편한데—이번에는 그라인더 청소가 귀..
원두를 자동으로 볶아주는 로스터는 비쌉니다. 수명이 영원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누군가 이 물건을 산다면, 편리하고, 시간이 절약되고, 시행착오를 덜 겪어도 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그 값을 치르는 것이라 보아야 할 겁니다. 원대한 포부와 함께 구입한 도구들이 찬장으로 들어가 다시 나오지 못하는 일을 몇 번 겪고 난 사람이라면 편리한 도구를 자주 쓰게 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되고, 버튼 하나 누르면 되는 머신의 값도 어느 정도는 납득할 수 있게 될 테고요. 그런데 과연 내가 이걸 사서 남는 장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전자동이라는 점에서 '재미'는 이미 포기한 셈이고, 편리하기야 당연히 편리할 테니, 금전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면 살 만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생두 판매..
여행은 좋은 경험입니다. 하지만 커피 애호가에게는 '그럼 거기 있는 동안 커피는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거리를 던져주지요. (ㅋㅋㅋㅋㅋ) 이런저런 회사에서 나오는 온갖 아웃도어용 커피 추출 도구들을 보면, 커피를 마시겠다는 인간의 집념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Handpresso, GSI Mini eXpresso, Esbit outdoor coffee maker. Handpresso는 뜨거운 물을 필요로 합니다. GSI와 Esbit의 제품은 열원이 필요합니다. 사진의 출처는 다음에 링크된 웹 문서와 포스팅들입니다 : [1], [2], [3] 올 봄 전남 쪽에 내려갈 때는 프리미엄 스틱커피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아서 커피 추출 도구를 싸들고 가기로 했습니다. 나름대로는 가..
수 차례에 걸친 시도 끝에 150ml의 물에 18g의 원두를 설탕 정도의 굵기(모카포트에 쓸 만한 굵기)로 갈아 넣고 20시간 정도 추출하는 콜드 브루 커피 추출법을 고안했지만,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남아 있었습니다. 산미였죠. 쌉쌀한 맛과 향기는 무척 진했지만, 산미는 제가 기대한 만큼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콜드 브루 커피 대신, 뜨거운 물로 추출한 커피를 차게 식혀 보관하는 방법을 고안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인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준비물 - 2500mL 유리포트(약탕기 유리포트) - 유리포트를 찬물에 담글 때 사용할 바가지/대야 - 유리포트를 식힐 찬물, 커피 추출 도구, 커피 보관 용기 ① 뜨거운 물로 커피를 추출합니다. (터키시 커피든, 티포트 브루 커피든, 그 외의 방법이든) ② ..
추출이 끝난 커피 원두를 말리는 방법에 대해 두 편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체 위에 펼쳐 말리는 방법과 신문지 위에 펼쳐 말리는 방법이었죠. 신문지 위에 펼치는 쪽이 훨씬 건조가 빨랐습니다. 이렇게 건조한 커피 가루는 방향제나 탈취제로 쓸 수 있습니다. 종이컵에 담아 화장실에 놓아도 되고, 음식물 쓰레기 모으는 통에 조금씩 섞어 넣어도 되고, 냉장고에 넣어도 됩니다. 추출이 끝난 커피 원두를 싹싹 긁어낸다고 해도 커피를 추출할 때 쓴 티포트나 드립서버, 눈이 가는 체에는 커피 찌꺼기가 어느 정도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는 물로 살짝 헹궈낸 다음, 커피 가루가 둥둥 떠 있는 물을 다른 설거지감에 부어놓으면 설거지감의 냄새를 빼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단, 경우에 따라 그릇에 색이 밸 수 있습니..
※이 포스팅의 내용은 2015년 12월 3일에 전면 개정되었습니다. 문서를 참고해 주세요. 물 200mL 원두 8g 뜸들이는 그릇 (머그컵, 밥그릇, 소스보트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직화 가능한 포트 (유리 약탕기, 법랑 밀크포트, 드립서버, 편수냄비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손잡이가 긴 스푼 눈이 가는 체 그라인더 전기포트 가스 레인지 1. 준비 1) 원두를 분쇄하여 뜸들이는 그릇에 받아둡니다. 드립과 프렌치프레스의 중간 굵기면 무난하며, 좀 더 가늘거나 굵게 분쇄한 원두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가스 레인지 위에 포트를 올려놓고 물을 끓이는 동안 진행할 수 있습니다. 2. 포트에 물 끓이기 1) 물 150mL을 직화 가능한 포트에 붓고 가스 레인지 위에서 끓입니다. 3. 뜸들이기 가스 ..
블로그 검색을 하다 보면 카누, 루카, 칸타타를 비교하는 포스팅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 한국소비자원에서 2012년에 해당 주제로 패널비교체험을 진행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구입한 스틱커피를 리뷰, 또는 비교 리뷰하는 포스팅도 많이 올라와 있지요. 읽다 보면 세상에는 참 다양한 입맛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뭔가 아닌 것 같은데…' 싶은 글도 가끔 마주치고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끝에 프리미엄 스틱커피를 맛있게 추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노하우(?) 몇 가지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취향의 차이나 감각(sensory)의 차이 때문에 달라진 평가는 '다른' 것이지만, 적절하게 추출되지 않은 커피 때문에 달라진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기에 올리는 추출법이 ..
오늘은 다시백으로 추출하는 티백 커피의 개별 포장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참 쉽죠? 티백을 만들어 랩으로 싸는 개별 포장을 하면 분쇄한 원두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퍼백으로 포장하면 더 확실하게 밀봉할 수 있겠지만, 티백 크기에 맞는 초소형 지퍼백은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랩에 싸지 않은 티백을 밀폐용기에 넣어다니다 보면 가끔 티백이 뒤집혀서 원두 가루가 쏟아지기도 하는데, 랩으로 쓰면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끝에 붙인 셀로판 테이프는 포장을 풀기 편하게 해 주는 일종의 손잡이입니다. 랩은 자기들끼리 착 달라붙는 성질이 있고, 돌돌 말아 포장했을 때 끄트머리를 눈으로 찾아내기 어려운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손잡이를 만들어두지 않으면 랩을 풀지 못해 잡아뜯어야..
블로그 글이 100개를 넘기도록 커피를 내리는 물에 대해서는 한 번도 다루지 않았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저는 커피를 추출할 때 수돗물 대신 생수나 약수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커피의 맛을 돋우거나 제어하기 위해 특정한 물을 선택할 정도로 물에 신경쓰지는 않습니다. 물에 녹은 커피 성분에 비해, 원래 물에 녹아 있던 고형물(TDS : Total Dissolved Solids)의 양이 지극히 적기 때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렇게 포스팅을 하게 되었으니, 잠깐만 신경을 써서 알아볼까 합니다. 물에 녹은 커피 성분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확실한 측정을 원한다면 원두를 갈아 커피를 추출하고, 액체의 양을 재고 물기를 날린 다음 남아 있는 고형물의 무게를 재면 되겠지요. 하지만 ..
작법은 스크롤을 중간 정도까지 내리면 나옵니다. '파보일드 커피(Parboiled Coffee)'는 편의상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티포트 브루 커피'에서 언급한 대로, 제가 주로 사용하는 추출법인 콜드 브루 커피, 터키시 커피, 티포트 브루 커피를 관통하는 지향은 ①주방용품으로 추출한다, ②종이 필터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③유분을 걸러내지 않아 맛을 보존한다, 이 세가지로 정리됩니다. 그중 ②번 사항은 환경 문제와 관련되어 있지요. 환경 문제와 맞물리는 이야기지만, 한국의 전기는 대부분 화력 발전을 통해 생산됩니다. 석탄이나 석유 같은 연료를 태워서 전기를 만드는 것이지요. 그 점에서 전기를 열원으로 쓰는 건 환경 측면에서 볼 때 명백한 낭비입니다. 처음부터 연료를 때면 열효율이 훨씬 좋을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