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그라인더를 구입한 이후 원두를 가늘게 분쇄하는 일이 아주 간편해졌습니다. 그래서 에스프레소 굵기로 분쇄한 원두로 콜드 브루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에 대해 예전에 글을 썼습니다. 였죠. 에스프레소 굵기로 간 원두는 한 번에 8g보다 많이 넣기 어려웠습니다. 적어도 제가 갖고 있는 용기로 우려낼 때는 8g이 한계였습니다. 몇 시간만 내버려 두어도 가라앉은 원두가 찰흙처럼 진득하게 뭉쳤기 때문에, 이보다 많은 원두를 넣어서 바닥에 두툼하게 원두 가루가 깔려버리면 밑쪽에 깔린 원두 가루에서는 추출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 뻔했으니까요. 그래서 한 번에 24g의 원두를 넣는 대신, 24g의 원두를 세 번에 나누어 넣는(12g 넣어서 한 번 우리고, 윗물만 따라내어 다시 8g 넣고 우리고, 다시 윗물만 따라..
추출이 끝난 커피 원두(표현하기에 따라서는 커피 가루 혹은 커피 찌꺼기)를 말리는 방법에 대해 예전에 을 쓴 적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통 위에 큰 체를 받치고 그 위에 커피 원두를 펼쳐 말리는 방법이었죠. 가을까지는 이 방법이 아주 유용했지만, 습한 겨울 날씨에 베란다에 널어 놓은 원두가 잘 마르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 콜드 브루 커피를 연속으로 대량 추출할 일이 생겼는데, 체 위에 펼치는 방법으로는 이 많은 원두를 감당할 수 없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것은… 신문지였습니다. 이렇게 널어 말리면 아주 잘 마릅니다. 빨래 건조대 위에 신문지를 펼쳐 놓고 양쪽을 빨래집게로 집어 고정합니다. 그 위에 원두 가루를 펼쳐 놓는 것이죠. 원두에 남아 있는 물기를 신문지가 빨아들이고, 신문지..
'내 말이 맞는 이유'를 내세워 주장하기는 쉽습니다. 신인을 띄워주기 위해서든, 신상품을 마케팅하기 위해서든, 자소서를 읽을 담당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든,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틀린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하기는 어렵습니다. 자료를 뒤적이고 논증을 분석하여 근거가 잘못되었거나, 근거와 주장의 관계가 부적합하거나, 논증의 구조가 잘못되었음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는 많은 시간이 들어갑니다. , 와 같은 글은 자료조사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들어간 글입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모든 글을 이런 식으로 쓰자면 3일에 한 번 포스팅하기도 힘에 부칠 겁니다. 그래서 남들이 쓴 글이나 주장에서 오류를 발견해도 왠만하면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대부분..
지금까지 사 모았던 주방용품과 도구를 돌아보면서 "그것을 사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가제)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다가, 너무 글이 늘어지는 것 같아 조금 짧게 쳐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가장 간단하게 커피 생활을 하려면 무슨 물건이 필요할까요? 개인적으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물건 몇 개를 꼽아보며 포스팅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1. 전동 그라인더 (관련 글 : ) 대부분의 전동 그라인더는 포렉스나 하리오에서 나온 세라믹 날 핸드밀보다 핸드밀보다 균일한 굵기로, 훨씬 빠르게 원두를 분쇄해줍니다. 하지만 청소하기가 까다롭지요. 포렉스나 하리오 제품은 분해해서 물청소하기도 쉬운데 전동 그라인더는 날 부분의 물청소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구조가 복잡해 분해해서 청소하기도 까다롭습니다. 간편한 커피 생..
콜드 브루 커피 1잔 (150mL) 두유 50mL (우유를 쓰셔도 됩니다) 백설탕 5~7작은술 ※콜드 브루 커피의 농도에 따라 커피와 두유의 양을 조절해 주세요. ※백설탕 대신 꿀이나 시럽으로 단맛을 낼 수도 있습니다. 베지밀 B처럼 단맛이 나는 두유라면, 설탕을 넣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Kahlua를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쓰면 "칼루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판매자의 한글 표기를 존중하여 '깔루아'로 부르겠습니다. 냉동실에 커피가 종류별로 풍년이 들어, 밀폐용기에 들어 있는 원두를 빨리 갈아없애고자 과테말라 SHB 뉴오리엔트를 갈아 콜드 브루 커피로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 일이었죠. 과테말라로 추출한 콜드 브루 커피는 톡 쏘는 스모키함이 아주 강렬해서, 그냥 마시기엔 좀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냉..
Pushlock을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쓰면 "푸시락"이 됩니다. 하지만 판매자의 한글 표기를 존중하여 '푸쉬락'으로 부르겠습니다. 제가 닥터만커피에 에티오피아 하라를 주문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푸쉬락 용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보온병 말고 수집하는 또 하나의 목록이 밀폐용기니까요. 0.6L 용량, 약 200g의 원두를 담을 수 있는 푸쉬락 3호의 정가는 9천원입니다. 그냥 구입하기엔 상당히 높은 가격입니다. 에티오피아 하라 180g에 2만 3천원이면, 원두 값을 1만 8천원쯤 잡았을 때 푸쉬락을 5천원쯤으로 할인받는 셈 치고 구입한 것이죠. 다들 그렇게 낚이는 겁니다. 대만 OEM 제품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제조사는 Ding Taur Co., LTD. BPA Free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고 ..
카누를 다 마시고 나서 장을 보러 간 날, 새로운 프리미엄 스틱커피를 시도해 보려고 커피 코너를 기웃거려보았습니다. 약간의 호평과 아주 많은 혹평을 받고 있는 농심 강글리오가 과연 무슨 맛일까 궁금했는데 10개짜리 포장이 아닌 24개짜리 포장이었고(큰 포장으로 샀는데 입에 안 맞으면 나머지는 먹기도 기분나쁘고 버리기도 아깝고…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죠) 남아 있는 유통기한도 형편없이 짧아서 도로 내려놓았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네스카페 수프리모 크레마(Nescafe Supremo Crema)를 집어들었습니다. 집에 와 펄펄 끓는 물을 부어서 한 잔 마셔보았습니다. 첫 모금은 그저 그랬습니다. 하지만 잔 밑바닥에 가까운 1/3정도의 커피는 반전이었지요. 인스턴트 커피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을 뛰어넘은, ..
티포트 브루 커피를 한동안 애용하다가, 주전자를 씻어 말릴 틈도 없이 바쁜 하지만 사흘에 하나씩 포스팅할 만큼은 한가한 일이 생겨 빠른 시간 안에 설거지를 마칠 수 있는 추출법을 고안하게 되었습니다. 분쇄된 원두를 담은 차망을 텀블러에 걸쳐놓고 물을 부어 우려낸 다음 차망을 건져내는 것이었죠. 이른바 프렌치 프레스(French Press)가 거름망을 눌러 커피 가루를 걸러내는 추출법이라면, 이 방법은 차망을 건져내 커피 가루를 걸러내는 추출법인 셈입니다. 프렌치 프레스에 대한 대구 혹은 대응으로 코리안 리프트(Korean Lift)라고 이름붙여볼까 하다가, 차망을 한국에서만 쓰는 것도 아닌데 커피 리프트(Coffee Lift)가 좋지 않을까, 아니면 추출 방식을 설명하는 직관적인 이름인 브루 앤드 리프트..
시에라 컵으로 터키시 커피를 추출할 때는 오래 끓여도 커피가 보글보글 치솟지 않아서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야 했습니다. 집에 돌아다니는 전자사전에 플래시 라이트(Flah Lite)로 제작된 스톱워치 앱을 넣어서 사용했지요. 티포트 브루 커피를 추출할 때 역시 스톱워치가 필요했습니다. 적정 시간 범위를 15초만 벗어나도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고 느껴져서였습니다. 하지만 전자사전에 넣은 스톱워치 앱을 실행하려면 부팅에만 12초 정도가 걸리고, 스톱워치를 작동하려면 스타일러스 펜을 뽑아 화면을 터치해야 했습니다. 스타일러스 펜이 어디로 굴러가지 않게 하려면 스톱워치를 작동하고 나서 펜꽂이에 도로 꽂아두어야 했고요. 스톱워치에 괜한 돈을 쓰느니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지 하면서 쓰기는 했지만, 갈수록 귀찮아지고..
예멘 모카 마타리와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를 선물해준 친구가 저에게 준 또 하나의 물건이 바로 보르미올리 피도 0.75L 병입니다. 부피 3mL마다 약 1g의 원두를 담을 수 있으니, 대략 250g의 원두를 보관할 수 있는 밀폐용기입니다. 인터넷 최저가인 곳에서 주문하거나 수입품을 취급하는 상가를 돌아다니면 0.75L짜리를 대략 3500원~4500원 사이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누가 만들어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0이 하나 더 붙기도 하고 두 개 더 붙기도 하는 넓고도 거친 커피세계에서, 보르미올리 피도는 그럭저럭 저렴하고 구하기 쉽고 믿을 수 있는, 뭔가 밀폐용기계의 이르가체페 같은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도보다 더 싼 물건을 원하신다면 다이소에 가셔서 파카글라스 밀폐용기를 찾아보세요. 파카글라스 사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