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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팅의 내용은 2015년 12월 3일에 전면 개정되었습니다. <커피 추출법 개정 프로젝트> 문서를 참고해 주세요.


 물 200mL

 원두 8g


 뜸들이는 그릇 (머그컵, 밥그릇, 소스보트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직화 가능한 포트 (유리 약탕기, 법랑 밀크포트, 드립서버, 편수냄비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손잡이가 긴 스푼

 눈이 가는 체


 그라인더

 전기포트

 가스 레인지




 1. 준비

  1) 원두를 분쇄하여 뜸들이는 그릇에 받아둡니다.

   드립과 프렌치프레스의 중간 굵기면 무난하며, 좀 더 가늘거나 굵게 분쇄한 원두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가스 레인지 위에 포트를 올려놓고 물을 끓이는 동안 진행할 수 있습니다.


 2. 포트에 물 끓이기

  1) 물 150mL을 직화 가능한 포트에 붓고 가스 레인지 위에서 끓입니다.


 3. 뜸들이기

   가스 레인지 위에 올려놓은 포트에서 물이 끓을 기미가 보이면,

  1) 물 50mL를 전기포트에 붓고 끓입니다.

  2) 뜸들이는 그릇에 받아둔 원두에 전기포트로 끓인 물을 붓고 45초간 뜸을 들입니다.


 4. 투입

   뜸들이기가 완료되면,

  1) 가스 레인지의 불을 끕니다.

  2a) 타이머를 작동합니다. (45초)

  2b) 뜸들이기가 완료된 원두를 직화 가능한 포트에 투입합니다.

    뜸들이는 그릇 아래에 고인 물(커피가 우러난 물)도 함께 투입합니다.

  3) 손잡이가 긴 스푼으로 잘 저어줍니다.

  4) 타이머가 울리면 투입 과정이 끝납니다.


 5. 재가열

   투입이 완료되면,

  1) 가스 레인지의 불을 켭니다.

  2) 타이머를 작동합니다. (45초)

  3) 손잡이가 긴 스푼으로 몇 번 저어줍니다.

  4) 타이머가 울리면 재가열 과정이 끝납니다.


 6. 거르기

   재가열이 완료되면,

  1) 가스 레인지의 불을 끕니다.

  2) 눈이 가는 체로 거릅니다.




 파보일드 커피의 핵심은,


  a. 미리 뜸들인 원두를

  b. 끓는 물에 투입하여

  c. 짧은 시간 안에 추출하는 것


 이 세 가지입니다. 제때 적절하게 a, b, c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자세히 나열하다 보니 설명이 길어졌을 뿐이죠. 터키시 커피를 몇 번 끓여 보면, 파보일드 커피도 자연스럽게 끓일 수 있게 됩니다.


 파보일드 커피의 특징은,


  가. 굵게 분쇄한 원두를

  나. 짧은 시간 안에 추출하여

  다. 쓴맛을 억제하고 산미를 최대한 살리는 것


 …으로 요약됩니다. 추출 시간이 짧으면 가늘게 분쇄한 원두를, 추출 시간이 길면 굵게 분쇄한 원두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파보일드 커피는 이 경향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일반적인 드립 커피[각주:1]는 약 3분[각주:2], 일반적인 프렌치프레스[각주:3]는 약 4분[각주:4] 동안 추출을 하는데, 파보일드 커피는 드립과 프렌치프레스의 중간 굵기로 분쇄한 원두를 사용하면서도 약 2분 15초 동안 추출을 하게 됩니다. 투입 직전과 재가열 직전에 타이머를 다시 작동하면서 몇 초쯤 지연되기는 합니다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분쇄 굵기에 비해 상당히 짧은 시간입니다.


 미리 뜸들인 원두를 끓는 물에 투입하는 것은 추출 수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뜸을 들이면 가스가 배출되면서 커피 가루와 물이 접촉하는 면적이 넓어지고, 끓는 물에 원두를 투입하면 물이 순환하면서 가라앉았던 커피 가루가 솟아올라 보다 넓은 공간 안에서 활발한 추출이 일어나거든요.




 위 지시대로 추출한 파보일드 커피는 희석하지 않고 그대로 마시기에 적합한 농도입니다. 조금 전까지 펄펄 끓는 커피였기 때문에 머그컵을 예열하지 않고 그대로 잔에 따라도 됩니다. 종이 필터를 사용하지 않았고, 잔에 따르기 전 미분을 가라앉히는 과정도 없으므로 미분의 양이 상당히 많습니다. 커피를 마시기 전 1분 정도 기다리고(커피가 예열되지 않은 잔을 데우면서, 입을 델 만큼 뜨겁던 커피가 조금 식는다는 부수적인 이점도 있습니다), 마시는 동안 잔을 흔들지 않음으로써 적절히 미분을 가라앉히며 마실 필요가 있습니다.


 파보일드 커피는 쓴맛을 줄이고, 바디를 가볍게 하며, 산미를 살려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균형 잡힌 맛보다는 개성적인 맛을 연출하는 추출법이라 원두도 가리고 취향도 탑니다. 저는 산미가 좋고 깔끔한 커피를 선호하기 때문에,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한 결과가 마음에 들면 줄기차게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합니다.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하여 좀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감상과 노하우" 편에 기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커피 추출법 개정 프로젝트>에서 한 번 언급한 적 있지만, 파보일드 커피는 커피빵을 끓는 물에 넣어 데치듯(parboil) 추출하는 과정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파보일'이라는 동사 자체가 낯설어서 파보일드 커피라는 이름을 확정하기 전에 고민을 좀 많이 했었습니다. 파가 보일 듯한 커피 파를 끓인 커피 파란보석 일본드라마 커피[각주:5] 하지만 구칭인 세미 터키시 커피는 도저히 그냥 내버려 둘 이름이 아니었고[각주:6], 당시 대안 중에서는 그나마 파보일드 커피 쪽이 깔끔해서[각주:7] 이렇게 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름을 붙인 저조차도, 여기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각주


  1. 푸어오버 방식이 아닌, 이른바 정드립 혹은 일본식 드립 커피를 가리킵니다. [본문으로]
  2. 뜸들이는 시간 약 40초를 포함한 값입니다. [본문으로]
  3. 뜸들이기를 하는 프렌치프레스 추출법을 가리킵니다. 뜸들이기 없이 곧바로 물을 부어 좀 더 짧은 시간 안에 추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본문으로]
  4. 뜸들이는 시간 약 1분을 포함한 값입니다. [본문으로]
  5. 그 외에 파보일드 라이스(parboiled rice)라는, 수확 후 찐 다음 도정한 쌀을 가리키는 단어가 있어 파보일드 커피도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 가공한 커피콩(추출 결과물인 커피가 아닌)으로 혼동될 우려가 있다는 점, 콜드 브루 커피나 티포트 브루 커피에는 동사 원형 brew가 들어갔는데 파보일드 커피에는 분사인 parboiled가 들어가서 일관성이 깨진다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본문으로]
  6. 반쯤 터키시 커피 같은 추출법이라면, 대체 어떻게 추출한다는 걸까요? 터키와 반쯤도 상관이 없는 추출법이 이런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 추출법의 특성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보통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본문으로]
  7. 파보일 커피, 파보일드 커피, 파보일드 크러스트(parboiled crust '데친 커피빵'), 파보일더크러스트 커피(parboil-the-crust coffee '커피빵을-데쳐-만든 커피') 등이 당시 고민했던 대안들이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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