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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콜롬비아 나리뇨 (Colombia Nariño) 250g

 입수일 : 2014. 4. 12.

 출처 : 알마로스터 (2014 서울커피엑스포에 설치된 부스에서 구입)


 저의 스물아홉 번째 커피는 콜롬비아 나리뇨였습니다.



 선물받은 커피입니다. 단짝과 함께 서울커피엑스포를 보러 갔다가 선물받은 것입니다.


 게포커피에서 빌라스와 티피카, 한국커피에서 온두라스 COE를 구입하고 나니 딱히 끌리는 원두가 없었습니다. (게포커피 옆 부스에서 마셨던 라오스 커피가 맛있었는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사이에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마음 속으로 예산을 2만 5천 원 선에서 잡아놓은 상태였고 300g의 원두를 사며 2만 원을 썼으니, 포장은 조금 크고 값이 싼 원두를 사면 예산과 분량을 모두 맞출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가격이 맞을 만한 곳 중에서 로스팅하우스는 제외했으니(사람이 바글바글해서 뭔가 고를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점찍어 두었던 곳 중에서는 알마씨엘로 부스가 남아 있었습니다.


 알마씨엘로는 제가 로스팅하우스 온라인 쇼핑몰을 드나며 알게 된 생두 판매자(판매 회사)입니다. 로스팅하우스의 고급 제품 중 상당수가 알마씨엘로 생두를 로스팅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서 파는 원두는 적어도 '좋은 생두'를 볶아 만든 것이리라 생각했습니다. 알마씨엘로 부스에서는 다행히 저렴한 가격대의 원두도 올라와 있었습니다. 저는 콜롬비아 나리뇨를 선택했고 이 날의 마지막 '이거 사 줘'를 시전했습니다.


 저는 콜롬비아 수프리모를 콜드 브루 커피로만 마셨습니다. 터키시 커피에 도전한 것은 2013년 7월이 끝나갈 무렵이었고 콜롬비아 수프리모는 그보다 한참 전에 다 마셨으니까요. 그래서 언젠가 콜롬비아를 다시 사서 뜨거운 물로 추출해 마셔 보아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지만, 순례해야 할 커피 산지는 언제나 많이 남아있었고 콜롬비아의 차례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무난하기 그지없는 콜롬비아를 서울커피엑스포까지 와서 사게 된 사연은 이러했습니다.


 열한 달, 그러니까 거의 일 년 만에 다시 만나는 콜롬비아입니다. 파보일드 커피로 다시 마셔본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쓴맛이 적은 데에서 오는 부드러움, 진득하지는 않지만 물 같지도 않아서 그럭저럭 적당한 입 안의 감촉, 마일드 커피에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강하지 않은 산미, 고소한 맛과 향, 그리고 달콤함… 이렇게 좋은 커피를 두고 지금까지 어디를 헤매고 다닌 건가 싶었습니다.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마일드 커피로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산미와 바디감에서 '포인트가 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니 에티오피아나 케냐 원두 같이 산미가 강하고 개성이 뚜렷한 커피와 반씩 섞어 마시면 더 맛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멕시코 치아파스 이후 가장 마음에 든, 반반커피 프로젝트의 2번 베이스로 쓰기에 좋은 원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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