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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출이 끝난 커피 원두를 말리는 방법에 대해 두 편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체 위에 펼쳐 말리는 방법신문지 위에 펼쳐 말리는 방법이었죠. 신문지 위에 펼치는 쪽이 훨씬 건조가 빨랐습니다.


 이렇게 건조한 커피 가루는 방향제나 탈취제로 쓸 수 있습니다. 종이컵에 담아 화장실에 놓아도 되고, 음식물 쓰레기 모으는 통에 조금씩 섞어 넣어도 되고, 냉장고에 넣어도 됩니다.


 추출이 끝난 커피 원두를 싹싹 긁어낸다고 해도 커피를 추출할 때 쓴 티포트나 드립서버, 눈이 가는 체에는 커피 찌꺼기가 어느 정도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는 물로 살짝 헹궈낸 다음, 커피 가루가 둥둥 떠 있는 물을 다른 설거지감에 부어놓으면 설거지감의 냄새를 빼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단, 경우에 따라 그릇에 색이 밸 수 있습니다. 너무 오래 담가두지는 마세요). 플라스틱 김치통에 밴 김치 냄새를 빼는 데 제법 도움이 되지요.




 얼마 전 김치냉장고가 고장이 나서, 김장김치를 냉장고로 옮겨야 했습니다. 익을 대로 익은 김치는 냉장실 안을 순식간에 김치 냄새로 채웠지요. (그리고 냉동실에서는 건새우가 냄새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국물멸치 정도는 양반이다 싶게 강력한 비린내가 진동을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냉장고 안에 넣을 탈취제 주머니를 만들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단짝에게 만들어 주던 커피 원두 포푸리가 딱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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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슈 두 장을 이어붙여 두 겹의 원통형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기본 원리입니다. 원통형 구조를 만들기 위해 네 군데를 셀로판 테이프로 접착(▲)한 모습은 위에 그려놓은(?) 단면도에 가깝습니다. 주머니의 밑은 테이프로 접착해 막고, 주머니의 위는 빵끈으로 묶어서 쓰면 됩니다.




 이렇게 만든 커피 원두 포푸리를 냄새를 없애고 싶은 곳에 놓으면 됩니다. 포푸리를 빵빵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조금 홀쭉하고 펑퍼짐하게—안에 채운 커피 가루의 양에 비해 표면적이 넓게 만들어 놓고 내용물을 자주 갈아 주는 편이 효과가 좋은 것 같습니다. 탈취제 용도로 냉장고에 넣을 때 냉장실이나 냉동실의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곳 근처에(단, 바람구멍을 막지는 않도록) 놓으면 효과가 가장 좋습니다. 바람이 포푸리를 지나가면서 냄새 나는 성분이 커피 가루에 달라붙게 되니까요.


 덕분에 냉장실과 냉동실은 한결 쾌적해졌습니다. 멸치 냄새, 새우 냄새, 김치 냄새가 많이 잡혔거든요. (음식의 고마움과 냉장고에 밴 음식 냄새의 고약함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추출이 끝난 커피 원두가 남아돌고 있다면, 지금 신문지에 펼쳐 말린 다음 포푸리를 만들어 보세요. 살림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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