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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번역

고향을 찾아서 - 케냐 [1]

느린악장 2014. 6. 30. 00:05

 이 글은 격월간지 <Roast>의 "Navigating Origins"시리즈의 기사 중에서 케냐 편을 골라 편역한 것입니다. 잡지사 홈페이지의 "Roasting 101" 페이지에서 입수한 PDF 파일을 자료로 삼았습니다.



NavOrig09_4_JulAug.pdf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와 이웃한 나라인 케냐에, 커피 나무가 처음 뿌리를 내린 지는 채 120년이 되지 않았다[각주:1]는 점은 꽤 놀라운 일입니다. 케냐 상인이 아프리카의 이웃나라와 중동 국가와 교역을 했지만, 이 나라는 서양인의 지도에 19세기 중반까지 오르지 않은 채 남아 있었습니다. 그 후 독일인 선교사들이 케냐를 여행하고 돌아와 웅장한 산과 거대한 호수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유럽인들은 케냐로 몰려가 탐사를 하고 터전을 마련했습니다—그리고 이 때 유럽인들이 케냐에 커피를 가져갔지요.


 스코틀랜드 선교사들이 예멘의 아덴(Aden)에서 커피 씨앗을 가져다가 몸바사(Mombasa)의 해안에 심은 것이 1893년입니다.[각주:2] 1900년에는 (커피) 재배지가 나이로비까지 확장되었고, 1912년에는 몇몇 대농장의 면적이 수백 에이커[각주:3]에 이르도록 확장일로에 있었습니다. 1920년 영국의 식민지가 된 케냐는 커피를 연구하고, 생산하고, 마케팅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케냐는 1963년 독립한 이후에도 커피 산업 기반을 다지려는 노력을 계속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케냐 커피는 최고급 커피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커피


 케냐 커피는 충만한 아로마, 잘 잡힌 밸런스, 그리고 강한 산미, 달콤함, 와인과 같은 과일, 향신료의 느낌이 있는 복합적인 컵 프로파일로 유명합니다. 케냐 커피는 대부분 해발 1,500-2,100m의 비옥한 화산 토양에서 재배됩니다. 주 재배지—니에리(Nieri), Murang`a, Kirinyaga, Embu, 메루(Meru)—은 나이로비의 북쪽 내지 북서쪽,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케냐 산(Mt. Kenya)을 둘러싼 고지대에 위치합니다. 케냐 서부의 재배지에는 키시(Kisii), Nyanza, Boguma, Kakamega가 있습니다. 동아프리카 지구대(Great Rift Valley)에는 Nakaru, Trans Nzoia, Kajiado에서 커피가 재배됩니다.


 케냐에서 재배되는 커피는 거의 전부 아라비카이며, 1950년대 Scott Laboratory에서 개발한 부르봉(bourbon)의 교잡종 SL28과 SL34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1990년대에 개발된 내병성이 있는 루이루 11(ruiru 11)도 몇몇 지역에서 재배됩니다. 부르봉 종은 보통 그늘 재배를 하지만, 케냐에서는 이들을 햇볕에 완전히 노출시킨 채 커피 농사를 짓습니다. 농장이 아주 높은 곳에 위치했기 때문에 커피 나무는 1년 내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촉촉하고 서늘한 공기를 마시게 되고, 이 덕분에 햇볕을 쬐면서도 잘 살 수 있는 것이죠. 몇몇 농장주는 농림업(agroforestry)을 실행에 옮겨, 커피 나무를 심은 구역 주위에 나무와 식량 작물을 심기도 합니다.


 케냐의 프리미엄 커피는 1/4에이커에서 3에이커 넓이의[각주:4] 영세한 농장에서 생산됩니다. 작물을 판매할 만한(=구매자를 상대할 만한) 규모를 갖추기 위해 영세 농장주들은 조합을 결성하지요. EAFCA[각주:5]에서는 70만 이상의 영세 농장주들이 500여개의 조합을 결성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 영세 농장주들은 총 커피 생산량의 58퍼센트, 총 커피 생산 면적의 75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이 외에도 320(여)개의 초거대 농장[각주:6]과 3,500개 이상의 대농장[각주:7]이 있습니다.


 EAFCA에 따르면 2008-2009년 커피 수출량은 55,000톤[각주:8]이었고, 2009-2010년에는 50,000-60,000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커피 생산량의 95% 이상이 수출된다고 합니다 ; 무슬림 전통과 영국의 영향이 남아 있는 케냐에서는, 커피보다는 차가 인기있습니다.




 각주


  1. 이 글은 2009년 7-8월호 잡지에 올라온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Kibwezi에 커피 나무를 심은 것이 1893년이라고 하니, 글을 올리는 2014년 기준으로는 120년이 지났습니다) [본문으로]
  2. 몸바사는 면적 약 14km²의 산호섬(항구가 있는 섬)과 본토에 있는 도시(259km²)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893년 당시에도 대략 이러한 구성이었다면 커피 씨앗은 본토의 해안에 심었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3. 1에이커는 약 4,046.8m²입니다. 커피 영세농가는 약 1~2ha의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이 면적을 에이커로 환산하면 약 2.5~5에이커입니다. 수백 에이커의 땅에 커피 농사를 짓는 것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얼마나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지 짐작이 가지요? [본문으로]
  4. 헥타르 단위로 옮기면 약 0.16-1.2ha입니다. 2-3에이커(약 0.8-1.2ha)의 땅에 농사를 지으면 그럭저럭 평균적인 커피 영세농가라 할 수 있고, 1/4에이커는… 미안한 말이지만 손바닥만한 밭뙈기지요. 예전에 쓴 글("공정무역, 공정한 가격이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계산을 적용하면, 1/4에이커의 땅에 커피 농사를 지어 생두를 수매상에게 팔았을 때 올릴 수 있는 소득은 1년에 약 $736입니다. 한 가족이 이 돈으로 1년을 나야 하죠.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 커피'의 재배는, 이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본문으로]
  5. Eastern African Fine Coffees Association. '동아프리카 고급 커피 협회'(직역) [본문으로]
  6. large estate. estate를 '대농장'으로 번역해왔으니 large estate는 '대형 대농장'같은 이상한 말로 옮겨야 할 판이라, 이런 조치를 취했습니다. [본문으로]
  7. midsize estate. '중형 대농장'. 50-100에이커(약 20-40ha) 면적에, 펄핑(pulping) 작업을 하는 가공 공장을 농장 안에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midsize estate가 펄핑 공장을 갖춘 것으로 봐서, large estate에도 당연히 이와 같은(혹은 더 상급의) 시설이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가공 과정 전체를 농장 안에서 해결할 수 있을 지도요. [본문으로]
  8. metric ton. 1톤=1,000kg은 아주 당연한 이야기 같은데 이런 영어 표현이 있는 이유는, 2,000파운드짜리 미국톤(short ton, 907.2kg)과 2,240파운드짜리 영국톤(long ton, 1,016kg)이라는 단위가 더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1톤은 20헌드레드웨이트(hundredweight), 미국 헌드레드웨이트는 100파운드, 영국 헌드레드웨이트는 112파운드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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