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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번역

고향을 찾아서 - 케냐 [2]

느린악장 2014. 8. 1. 09:40

 경매, 그리고 "제2의 창"


 케냐 커피는 보통 습식으로 가공되어 볕에 말려 건조된 다음[각주:1], 가공 공장으로 운송되어 품질과 크기에 따라 등급이 매겨집니다. 등급이 매겨진 커피는 정부가 운영하는 커피 경매장에서 팔릴 수 있게 됩니다. 나이로비에 있는 이 경매장에서는 1935년 이래 매주 경매가 열렸습니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 수출업자는 각국의 바이어에게 로트(lot)별 샘플을 보냅니다. 바이어들은 이 샘플을 바탕으로 어느 로트에 입찰할 지를 판단하게 됩니다.[각주:2] 이 경매 시스템은 투명성과 공정성이 높은 것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가장 높은 값을 부른 사람이 로트를 낙찰받고, 농장주는 뛰어난 커피를 생산한 데 따른 보상을 받으니까요.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각주:3] 몇몇 생산자(가공업자)들은 경매에 내놓은 커피가 팔렸는데도 돈을 전혀 받지 못하거나 늦게 받는다며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2006년, 케냐는 (농장주가) 바이어와 직접 거래하는 것을 합법화했습니다. 원한다면 경매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게 허가한 것이죠. 이러한 발전—"제2의 창"으로 알려진—은 농장주와 시장이 좀 더 밀접한 관계[각주:4]를 맺을 수 있게 허용하고, 대형 무역회사가 추가적인 사업 투자를 하고 농장주를 지원하도록[각주:5] 동기를 부여합니다. 여전히 경매를 통해 팔리는 커피가 90-95%나 되기는 하지만요.


 농장주 입장에서 볼 때, 어느 거래 방식을 택해야 가장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을 지(를 아는 것)는 쉽지 않습니다. "현재 몇몇 농장주는 두 가지 거래 방식을 모두 사용해 보고 어느 쪽이 최고의 결과를 도출할 지 지켜보고 있는데," BD Imports의 사장으로서 케냐 지역 수출업자와 거래하는 Phyllis Johnson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주의 경매 낙찰가가 높게 형성되었고 농장주들이 그 주의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기회 하나를 놓쳤다는 게 일반론이죠."




 미래


 케냐의 커피 산업이 보기에는 미래지향적이지만, 케냐는 커피 재배의 장기 수익성을 저해하는 위협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농업의 70%가 (농업용수의 공급을) 비에 의존하고 있어, 비가 제때 오지 않으면 작황이 나빠지고 수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비료 값과 인건비와 같은 비용도 올랐습니다.


 게다가 기대수명이 58세인 나라에서 영세농가 농부의 평균 나이가 55세를 넘습니다. (이 나라의) 상속법은 미래 세대의 (원두) 생산자가 물려받을 농장을 더욱 잘게 찢어 영세농장주가 수익을 내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른 위협은 생산 이력 추적가능성(tracerbility)입니다.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세농가의 커피가 한 데 모여 경매장에서 팔리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기가 마시는 (케냐) 커피가 어느 지역에서 온 것인지 알기 힘듭니다. 알이 굵고 품질이 좋은 최상품이 경매장에서 팔릴 때는 두리뭉실한 "AA"라는 이름표가 붙으니까요.


 1999년, BD Imports가 케냐 커피를 처음 구입하기 시작했을 때, 미국 바이어들에게 (케냐의) 생산자들은 낯선 존재였습니다. "수입업자들이 그들 자신의 브랜드를 커피에 붙였지요." Johnson은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그 생산자들은 경매를 거치지 않(고 자신의 물건을 파)는 것을 선택할 수 있고, (직거래를 통해 들어온 생두에 표시된) 케냐의 재배 지역과 조합 이름이 점점 소비자에게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재배한 커피의 거래는 늘어나고 있지만, 케냐의 유기농 인증 커피 생산은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보다 뒤처져 있습니다. 햇볕에 노출시킨 채 커피를 재배하면 병해[각주:6]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대부분의 초거대 농장들(large estates)은 나무에 (화학약품) 처리를 합니다[각주:7]. 영세농장주들은 그런 약품을 구입할 여력이 없지만, 그들의 무농약 재배 커피는 (화학약품) 처리를 한 다른 커피와 한 데 모여 팔릴 수 있습니다.[각주:8] 게다가 유기농 인증을 받는 비용은 영세농장주가 감당 못 할 만큼 막대하고요.


 하지만 농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눈을 뜬 사람들이 커피 재배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EAFCA('동아프리카 고급 커피 협회'-직역)와 대형 무역회사와 같은 성장 파트너의 도움으로 농장주들은 GAP[각주:9]에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가공 과정에서는 몇몇 초거대 농장이 친환경 장비(eco-pulper, eco-processor 등)가 설치된 습식 가공 공장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단체들이 나서서 케냐 농부들이 새로운 농업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Utz Kapeh는 Socfinaf 가공 공장에 아프리카의 가공 공장 중 최초로 인증[각주:10]을 주었으며, 케냐 커피 생산량의 13%에도 인증을 주었습니다.


 케냐의 커피 산업이 극복해야 할 위협을 마주하고 있지만, 그 미래는 밝아 보입니다. Johnson은 이렇게 말합니다.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평범하지 않고 눈에 띄는 커피를 원합니다. (다른 물건이) 케냐 [커피]를 대신하기는 힘듭니다. 제 생각에 [케냐는] 포지션을 잘 잡았어요. 케냐 커피라는 브랜드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발전은 계속될 겁니다. 커피 무역을 위해 시장에 뛰어드는 젊은 케냐인들을 봤거든요 ; 그들은 케냐의 (커피)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새로운 세대들입니다."




 각주


  1. 원문은 "typically wet-processed, sun-dried, and sent to mills"입니다. Sun-dried를 건식 가공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지만, 가공을 마친 파치먼트를 (건조기계를 쓰지 않고) 볕에 말려 건조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Wet-process, sun-dry, sending이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석한다면 후자가 더 타당하지요. 제가 지금까지 인터넷 쇼핑몰을 돌아다니면서 보았던 케냐 원두는 사실상 전량이 습식 가공이어서 '보통 습식 또는 건식으로 가공되어'라고 해석하면 현실에 잘 맞지 않기도 하고요. [본문으로]
  2. 원문은 "who instruct the exporters to bid on select lots"가 "international buyers"를 꾸미는 형태를 하고 있지만, 바이어가 수출업자에게 "이 로트에 입찰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지라 이렇게 옮겼습니다. [본문으로]
  3. 이 글은 2009년 7-8월호 잡지에 올라온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본문으로]
  4. 제 짐작이지만, 이 '관계'라는 표현은 고향을 찾아서 - 에티오피아 [1]에서 말한 'relationship coffee'(신뢰에 바탕을 둔 장기 계약 직거래)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5. 원문은 "to invest in extension services and assistance to farmers"입니다. 문맥을 따라 짐작해 보면 농장주와 직거래를 할 수 있으니 생두의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시설을 지어주는 대가로 장기 계약을 맺는 식의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6. 원문은 disease. 영단어의 뜻으로 보았을 때는 작물의 병해(녹병 등)에 한하겠지만, 뒤에 이어지는 내용(pesticide-free)을 보면 병충해를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것 같기도 합니다. [본문으로]
  7.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이 때 사용하는 화학약품은 살충제(=농약)일 것입니다만, '유기농'이라는 문단 전체의 문맥을 보았을 때는 화학비료 등의 다른 화학제제를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 또한 존재합니다. [본문으로]
  8. 이 문장에서 글쓴이가 말하려는 바는 ①영세농장주는 농약 살 돈조차 없어 무농약 재배를 하지만 ②경매에서는 초거대 농장의 생두와 영세농장주의 생두가 한 데 모여(섞여) 팔릴 수 있으니 ③영세농가가 케냐 커피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④내가 경매장에서 구입한 케냐 AA가 무농약 재배를 했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의 여기저기에 흩어진 ①, ②, ③의 내용을 모아 이와 같이 연결하면 ④와 같은 추론이 가능하지요. [본문으로]
  9. Good Agricultural Practices. '좋은 농법 실천 모임'(직역) [본문으로]
  10. 어떤 종류의 인증인지는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과 관련된 인증일 것 같기는 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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