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원두 : 에티오피아 게마드로 (Ethiopia Gemadro) 200g

 입수일 : 2014. 10. 3.

 입수처 : 위드오 (2014 카페&베이커리 페어에 설치된 부스에서 구입)


 저의 마흔네 번째 원두는 에티오피아 게마드로였습니다.



 2014 카페&베이커리 페어에서 두 번째로 입수한 원두입니다. 지금까지 접해본 적 없는 에티오피아 원두라는 게 저의 흥미를 끌었고, 이 원두로 추출한 더치 커피를 시음해보니 맛이 좋았기 때문에, 다시 단짝에게 '이거 사 줘'를 시전했습니다.


 원두 이름에 붙은 게마드로는 Gemadro Coffee Plantation을 가리킵니다. 이 농장은 에티오피아 서부에 있습니다. 지도를 한 번 볼까요?



 Ethio Agri-CEFT의 홈페이지를 찾아가 정보를 찾아보았습니다. Gemadro Coffee Plantation의 면적은 1010ha입니다. (농장 전체 면적은 2217ha지만, 커피 재배를 하는 데 쓰는 면적은 1010ha입니다) 고도는 대략 1700~2000m(위드오 팸플릿에는 1920~2080m라고 되어 있습니다). 잘 익은 체리만을 골라 따서 가공한다고 합니다. 위드오의 에티오피아 게마드로는 UTZ인증을 받은 커피입니다. UTZ인증은 공정무역의 상위 인증이라고 합니다. 공정무역보다 좀 더 많은 사항을 감안하는 인증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풀시티 에티오피아는 처음입니다. 거의 모든 원두를 풀시티로 볶는 로스터리도 에티오피아는 시티 정도로 로스팅하게 마련이지만, 에티오피아 하라 같은 건식 가공 커피는 가끔 풀시티로 볶기도 합니다(아직까지 그런 걸 구입하거나 선물받은 적이 없을 뿐이었죠).


 원두를 소분하여 냉동실로 보내기 전에 핸드 소트를 했습니다. 결점두가 좀 많았습니다. 원두 200g중 30g정도가 결점두였죠. 제가 '퀘이커'로 분류하는, 수상하게 밝은 갈색 빛깔을 한 콩이 아주 많았고(풀시티로 볶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약배전이나 중배전을 한 원두에서 퀘이커를 골라내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부서진 콩과 타 버린 콩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등급을 받지 않은 에티오피아 영세농장 커피라 해도 이 정도면 많은 편인데 게마드로 농장은 일반적인 영세농가(1ha 안팎)의 1000배에 달하는 면적을 가진, 상당한 규모의 농장입니다. 별로 좋지 않은 등급의 생두를 공급받았나 봅니다.


 뜨겁게 해서 마시기에 좋은 커피는 아닙니다. 날카롭고 거친 떫은 맛이 다른 좋은 특성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핸드 소트 과정에서 저의 눈에 띄지 않고 살아남은 결점두가 꽤 많았나 봅니다. 하지만 바탕은 좋은 원두였기 때문에(와인의 느낌과 꿀 같은 향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추출법과 레시피에 변화를 준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저는 이 원두로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① 콜드 브루 커피로 추출해 마십니다.

 ②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해 유리 약탕기로 식힌 다음, 시럽을 조금 타서 마십니다.


 에티오피아 게마드로는 aroma에 강점이 있고 산미가 약한 원두입니다. 콜드 브루 커피로 추출하면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숨길 수 있지요. 이렇게 추출한 게마드로는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와인의 느낌과 꿀 같은 향기가 잘 살아났고, 바디감(혹은 바디감 비슷한 것)도 적절했습니다. 떫은 맛이 감지되지 않는 점도 좋았습니다.


 인도네시아 블루 플로레스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저는 커피의 산미를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커피의 산미를 방해할 수 있는 설탕이나 우유를 거의 넣지 않지요. 하지만 산미가 없거나 적은 커피의 경우 산미의 빈 자리를 단맛으로라도 채워 맛을 정립(鼎立)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산미, 쓴맛, 복합적인 맛 세 가지를 즐기고, 산미가 없을 때는 단맛, 쓴맛, 복합적인 맛 세 가지를 즐기는 식으로요.


 유리 약탕기로 식힌 커피는 제법 진합니다. 원두 50g으로 커피 1L를 생산하기 때문에, 약 8g으로 약 200mL를 추출하는 파보일드 커피보다 좀 더 많은 원두를 투입하게 되지요. 이 진한 커피를 차가운 상태로 마시면 aroma가 부각되는 대신 산미는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콜드 브루 커피와 특성이 비슷합니다만, 뜨거운 물로 추출하기 때문인지 이렇게 추출한 게마드로에는 떫은 맛이 조금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럽을 조금 넣어 맛을 정립하고, 떫은 맛을 덮어 단점을 보완하면 좋습니다.


 모든 원두는 훌륭한 커피가 될 수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이 원두에 괜찮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리뷰를 쓰는 사람으로서는, 다음 번에는 좀 더 나은 품질의 생두를 구입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과 함께 조금 낮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개선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원두입니다. 내년의 뉴 크롭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