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원두 : 과테말라 COE 2014 14위 Antigua Buena Vista y Anexos (Guatemala COE 2014 #14 Antigua Buena Vista y Anexos) 100g

 입수일 : 2014. 12. 26.

 입수처 : 모모스 커피


 저의 마흔여덟 번째 커피는 과테말라 COE 2014 14위 Antigua Buena Vista y Anexos였습니다.


 이 원두의 COE Score는 85.64점입니다. 2014년 과테말라 COE는 13위부터 22위까지 85점대… 즉 턱걸이 점수를 받았습니다.



 레디쉬 코코와 함께 친구에게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원두입니다.


 '부에나비스타'라는 이름이 참 매력적입니다. Buena Vista는 좋은 경치(≒good vista), 혹은 좋은 안목(≒a good eye <for>) 정도로 해석됩니다. 부에나비스타는 과테말라와 가까운 멕시코 지역의 지명이기도 하고, 'Buena Vista Social Club'이라는 영화 제목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별로 buena하지 않은 운영체제의 이름에도 붙어 있습니다.


 균형 잡힌 맛을 내는 커피는 마시기는 좋지만 리뷰를 쓰기는 어렵습니다. 50종 가까운 원두를 리뷰하면서 수없이 사용했던 표현들을 꺼내야 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글은 진부해지고, 저는 원두에게 미안해질 수밖에 없겠죠. 늦은 번호('마흔아홉 번째 커피')를 매겼던 레디쉬 코코 리뷰를 먼저 올려 1주일의 시간을 벌고 그 사이에 부에나비스타의 특징을 하나라도 더 잡아내려고 애를 썼습니다.


 부에나비스타는 '산미가 좋은 마일드 커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COE 커피에 기대할 만한 맛과 향이지요. 산미가 강한 다른 COE(제가 리뷰한 것들 중에는 엘 실렌시오, 페냐 레돈다가 있습니다)보다는 좀 더 마일드하고 균형 잡힌 맛을 내어 줍니다. 산미가 그렇게까지 강하지는 않고, 고소함, 복합적인 맛, 입 안의 감촉이 산미와 조화를 이룰 수준까지는 올라와 있기 때문일 겁니다.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해 마셨을 때에는 조금 블루마운틴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 모금에서 다크초콜릿의 느낌이 났으며, 바디가 상당히 가볍고, 볶은 곡물과 같은 고소함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산미는 양감이 많지 않으나(양이 충분하다면, 혀의 양 옆을 찌르르하게 만들 정도가 됩니다) 혀의 모서리를 찝는 듯한, 좁은 면적을 공략하는 예리한 산미였습니다. 뒷맛이 아주 깔끔했고, 상큼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터키시 커피로 추출하면 좀 더 균형 잡힌 맛이 느껴집니다. 바디는 중간보다 조금 가벼운 수준으로 강해지고, 조금 크리미(creamy)해집니다. 산미의 예리함은 조금 줄어들어 적당한 수준이 되고, 복합적인 맛과 조금 진득해진 바디와 잘 어울리게 됩니다. 산미는 대체로 감귤을 닮았지만, 복숭아 같은 (커피를 마실 때 자주 접하지 못한) 낯선 과일의 느낌이 잠깐 스치기도 하고, 잔의 밑바닥으로 내려가 산미가 강해질 때는 매실이나 히비스커스 같은 느낌도 좀 납니다. 뒷맛이 깔끔하고 혀를 찝는 듯한 특성은 터키시 커피로 끓여도 여전합니다. 물냉면 육수의 구연산이 감칠맛을 살리듯 커피의 맛을 살리는 부에나비스타의 산미는, COE로서는 평이한 수준이지만 그 조화로운 느낌(맛을 이끈다기보다는, 맛을 받쳐올리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COE 커피는 커피 산지를 순례하는 리뷰어가 한없이 관대해지는 것을 적당히 막아줍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고득점이지, 하는 평가의 기준을 세워주는 셈입니다. 부에나비스타는 저에게 맛의 균형(balance)이 어떤 것인지 한 수 가르쳐 주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원두로 가득하던 냉동실이 비어가고 있습니다. 좋은 커피를 다 마셔간다는 점에서는 아쉽지만, 새로운 산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마음이 설레는 시간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