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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롬비아 유기농 비정제 설탕 이후, '흑설탕'의 형태를 한 비정제/저(低)정제 설탕도 맛보고 싶어졌습니다. 빌링톤 사(社)의 저(低)정제 설탕이 시중에 비교적 흔하고, 그 중 몰라시스(molasses) 라는 물건이 흑설탕의 형태를 하고 있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콜롬비아 유기농 비정제 설탕 문서에서 잠깐 언급한 바 있지만 시중에서 유통되는 저(低)정제 설탕의 명칭은 중구난방입니다. '황설탕'의 형태를 한 "유기농 흑설탕"(청정원)도 있고, '머스커바도'의 형태를 한 "몰라시스"(빌링톤)[각주:1]도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정제를 덜한 것처럼 보이려는 제조사의 안간힘으로 이해해 줘야겠지요? 허허허(…)


 단단한 결정을 형성한 '황설탕'과는 달리, '흑설탕'의 형태를 한 빌링톤 몰라시스 비정제 사탕수수당은 입자가 가늘고 꾸덕꾸덕합니다. 유통 과정에서 잘못 굳어버린 물건은 벽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손으로 포장을 주물러 주거나 숟가락으로 잘 퍼내면 굳은 형태가 풀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흑설탕의 비주얼에 걸맞는, 제법 본격적인 사탕수수의 맛과 향을 풍기는 제품입니다. 언젠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배에게 천연 사탕수수 설탕을 선물받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생각이 날 정도였으니까요. 이 설탕으로 시럽을 끓인 다음 뜨거운 물에 타 마시면 초콜릿 향은 거의 느낄 수 없고, 메이플시럽에 가까운 당밀취와 고로쇠수액 같은 바디감(…)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설탕 상태에서 나오는 향과 시럽으로 끓여 물에 탔을 때의 향이 다르다는 점은 청정원 유기농 흑설탕과 닮았습니다.


 '황설탕'의 형태를 한 설탕을 시럽으로 끓이면 참기름 빛깔의 시럽이 나왔다고 했었지요? '흑설탕'의 형태를 한 빌링톤 몰라시스 비정제 사탕수수당으로 시럽을 끓이면 간장 빛깔의 시럽이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흑설탕 시럽을 간장, 황설탕 시럽을 참기름으로 부르는데, "커피에 간장 넣어야지."라고 중얼거릴 때가 있어 어머니가 놀라시곤 합니다(ㅋㅋㅋㅋㅋ).


 황설탕 시럽과 흑설탕 시럽은 각자의 쓸모를 갖고 있습니다. <청정원 유기농 흑설탕>편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메이플시럽에 가까운 당밀취와 진득한 맛이 필요할 때에는 흑설탕 시럽을 넣고 얌전하게 단맛만 내야 할 때는 황설탕 시럽을 넣게 되지요.


 빌링톤 몰라시스 비정제 사탕수수당은 맛과 향이 좋습니다. 흑설탕 시럽을 만들어 쓰기에도 좋고요. 하지만 가격이 꽤 높은 편입니다. 정가가 500g에 6천 원이고, 할인이 들어가도 5천 원 안팎입니다. 왠지 프리미엄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당분간은 이런저런 흑설탕을 맛보게 될 것 같습니다. 가격이 좀 내려간다면, 빌링톤 몰라시스를 달고 살겠지만요.




 각주


  1. '몰라시스 설탕(molasses sugar)'은 머스커바도의 별명이기도 하니 "형태는 머스커바도인데 상품명은 몰라시스"인 상황은 별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몰라시스 설탕'이라는 별명 자체가 '비지 두부', '간수 소금', '술지게미 막걸리'같은 식의 말 같지 않은 말이고, '몰라시스 설탕'이라는 이름에서 '설탕'을 뺀 '몰라시스'는 설탕과는 정말 다른 물건이라는 점에서 몰라시스라는 글자를 특히 크게 박아넣은 빌링톤의 포장은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당밀인 줄 알고 샀는데 설탕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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