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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소 키친타이머를 사용하면서 두 가지 불만 사항이 추가로 생겨났습니다.


 1) 타이머 설정이 불편합니다 : 이만한 가격대의 키친타이머에게는 흔한 단점입니다. 분 버튼, 초 버튼만으로 타이머를 설정해야 합니다. 4분을 설정하고 싶다면 분 버튼을 4번 눌러야 하고, 15초를 설정하고 싶다면 초 버튼을 15번 눌러야 하죠(버튼을 누르고 있어도 숫자가 올라가긴 합니다). 분 단위의 시간만 사용한다면 큰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파보일드 커피를 추출할 때 타이머를 45초로 설정해야 하고, 다른 추출법을 쓸 때 4분 15초라는 시간도 씁니다. 타이머 설정을 바꿀 때마다 '아, 귀찮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액정이 작고 시인성이 낮습니다 : 역시 이만한 가격대의 키친타이머에게는 흔한 단점입니다. 다이소 키친타이머는 정면에서 보았을 때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고, 제품을 기울여 약간 내려다보는 각도에서 보면 잘 보입니다. 잘 보이는 각도의 범위가 좁은 편이고, 글자도 작기 때문에 시간을 확인하려면 매번 타이머를 집어들어야 합니다. 양손을 쓰면서 타이머를 보기 힘들다는 점이 꽤 불편했습니다.


 사소한 불편도 쌓이면 큰 불만이 됩니다. 결국 새로운 디지털 키친타이머를 구하기로 결정했죠. 가장 중요한 조건은 다음의 두 가지였습니다.


 ① 디스플레이가 큼직할 것.

 ② 타이머 분/초를 설정하는 숫자 버튼이 있을 것.


 쉬운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②번 조건에서 대부분의 키친타이머가 탈락했습니다. 백화점이든 할인매장이든 잡화점이든 가게에 들를 때마다 주방용품 코너를 둘러본 끝에 이 조건을 충족하는 키친타이머를 찾아냈습니다. 이 포스팅의 주인공, 경인산업 KT-400 디지털 타이머였죠.



 KT-400의 특성을 간단히 요약하면, 키친타이머 계(界)의 쌀집 계산기입니다. 크고 투박하고 사용이 간단합니다. 그리고 비쌉니다. 이게 1만원이라니!


 KT-400에는 숫자 버튼과 START, STOP 버튼이 있습니다. 타이머는 숫자 버튼으로 설정합니다. 4분을 설정하고 싶다면 "4분 00초"를 설정하면 됩니다. 4→0→0 순서로 버튼을 누르면 4분 00초가 설정되죠. 4분 15초를 설정하고 싶다면 4→1→5, 45초를 설정하고 싶다면 4→5 순서로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자리가 하나씩 밀립니다.


 START버튼은 전원을 켜는 on버튼 기능을 겸하고(알람 소리를 빨리 끄는 기능도 겸합니다), STOP버튼은 reset버튼 기능을 겸합니다.


 KT-400은 다이소 키친타이머처럼 타이머(카운트다운)와 스톱워치로 모두 쓸 수 있습니다. 타이머가 설정되지 않은 상태("0분 00초")에서 START 버튼을 누르면 스톱워치처럼 작동합니다. 타이머가 설정된 상태에서 START 버튼을 누르면 타이머처럼 작동합니다.


 버튼음과 알람 소리가 아주 큽니다. 안방에서 문을 닫고 드라마를 보던 중에도 주방에서 울린 타이머 소리가 들릴 만큼 큽니다. 바로 옆에서 들으면 좀 우악스럽다는 생각이 드는데(아주 시끄럽고, 알람 소리와 함께 빛도 반짝입니다. 마치 "꺼! 빨리 가스렌지 불을 끄라고!"를 외치는 것 같습니다), 국을 가스렌지에 올려 놓고 안방에서 드라마를 보다가 타이머 소리를 놓쳐 냄비를 태우는 것보다는 이게 차라리 낫겠지요. 개발자들 중에 가정주부가 있나 봅니다.


 디자인은… 좀 깹니다. 색상은 싼티나는 와인색의 전형이고, 모양은 대충 만든 애들 장난감 같습니다. 이것만 걸어놓으면 그럭저럭 봐줄 만한데, 타니타 아날로그 타이머 옆에 매달아 놓으면 오징어가 따로 없습니다.


 이 타이머는 AAA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수은전지를 사용하는 다른 타이머보다는 배터리를 구하기가 쉬울 겁니다. 몇 분 방치해두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집니다. 배터리 절약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디스플레이는 아주 크고 시원합니다. 좌우 시야각은 넓은 편인데, 위에서 내려다보는 각도에서는 액정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각도에서는 액정이 꽤 잘 보입니다. 이 타이머는 눈높이, 혹은 눈높이보다 조금 높은 자리에 설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키친타이머입니다. 조금만 더 예뻤더라면—하는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보다 보면 정이 들겠지요. 새 타이머가 들어오면서 다이소 키친타이머의 용도가 좀 애매해졌는데, 알람 소리만 들으면 되는 45초(파보일드 커피 추출)를 재는 데 쓰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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