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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코엑스에서 열린 카페쇼에서 위드오 사람들(대표 홍근화, 경영지원실장 정민경, 영업부 현승현)을 만났을 때 알게 된 핸디엄(Handium)의 더치 커피 워터를 드디어 마셔 보게 되었습니다. GS계열 편의점에서 2+1 이벤트가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시험 삼아 구입하기에는 딱이었습니다.


 핸디엄의 더치 커피 워터는 RTD(Ready-to-Drink) 음료입니다. 더치 커피는 보통 '원액'의 형태로 제공되기 마련인데, 더치 커피 워터는 처음부터 적절한 농도로 희석되어 나오므로 음료수 사 마시듯 소비할 수 있습니다.[각주:1] 케냐와 이르가체페 두 종류가 있으며, 유통기한은 45일로 RTD 음료로서는 매우 짧은 편입니다. 유통에 공이 많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1병의 용량은 400mL, 1병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150mg 내외[각주:2]입니다. 에스프레소 2샷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114~196mg 정도니(<참고>), 에스프레소 2샷을 넣은 톨 사이즈(약 355mL)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농도일 겁니다—더치 커피의 추출 특성이 에스프레소와 유사하다면 말입니다. 만약 더치 커피가 커피의 맛과 향을 내는 휘발 성분(volatile compound)을 더 잘 추출한다면 카페인의 양에 비해 진한 맛과 향을 낼 것이고, 휘발 성분이 잘 추출하지 못한다면 그 반대가 되겠죠.




 더치 커피 워터를 입에 조금 머금고 체온으로 데우면 맛과 향이 살아납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온도 그대로 벌컥벌컥 마시면 물처럼 술술 넘어가는데, 목넘김이 좋은 대신 원두커피다운 맛과 향은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르가체페에서는 콜드 브루 커피 특유의 풀 같기도 하고 꽃 같기도 한 향과, 약간의 산미와, 약간의 달달구수함과, 조금은 와인 같기도 하고 조금은 고구마 같기도 한 특성이 감지됩니다. 케냐에서는 청주(淸酒)를 닮은 달달한 향과 제법 강한 산미와 약간은 스모키한 쌉쌀함이 감지됩니다.


 우유나 두유를 섞어 라테류 음료를 만들기에는 좋지 않습니다. 4:1 비율로 섞어도(물론 더치 커피 워터 쪽이 4입니다) 커피 맛이 묻히고 물 같아집니다(watery). 입에 머금고 체온으로 데워도 신통치 않습니다. 둘 중 진한 케냐 쪽도 커피 맛이 우유나 두유를 뚫고 올라오지 못하네요.


 의외로, 케냐 쪽을 중탕으로 데웠을 때 복합적 양상의 감칠맛과 산미가 살아났습니다. (이르가체페 쪽은 데워도 그저 그랬습니다) 데워서 마시면 더 맛있는 RTD 더치 커피라니… 좀 아이러니하네요. 원액의 형태로 제공되는 이 회사의 콜드 브루(Cold Brew)를 구해 따뜻한 물에 희석해 마신다면 꽤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좀 진하게요.




 핸디엄 더치 커피 워터는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묽었습니다. <유리 약탕기로 커피 빨리 식히기>에서 언급한, 물 1L에 원두 50g을 투입하여 추출한 파보일드 커피를 1.5~2배 희석한 것에 가까운 맛이 났습니다. 참고로 <…빨리 식히기>에 들어간 원두의 양만 놓고 기계적으로 따지면, 원액 1L에 에스프레소 6~7샷[각주:3]이 들어 있는 셈이고, 이것을 1.5~2배로 희석한 희석액 400mL[각주:4]에는 에스프레소 1.25[각주:5]~1.9[각주:6]샷이 되는데… 아까 언급한 '에스프레소 2샷을 넣은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농도' 치고는 좀 묽습니다. 더치 커피는 커피의 맛과 향을 내는 성분을 잘 추출하지 못하는 걸까요?


 따뜻하게 제공되는 커피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농도입니다만, 더치 커피 워터는 냉장 유통되는 RTD 음료입니다. 같은 농도의 커피여도 차갑게 해서 마시면 싱겁게 느껴지고, 이 때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보다 진한 농도로 제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각주:7] 좀 아쉬움이 남는 농도입니다.




 가격대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품질로 승부를 보아야 하는 이 RTD 음료가 '원두커피'의 매력을 잘 살렸느냐 하는 질문에는 별로 그렇지 않다는 답을 하고 싶습니다. 2+1 이벤트에 올레 멤버십 할인까지 받아 병당 1,900원 수준으로 구입하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제품이지만, 정가를 다 주고 구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개발팀은 물처럼 마실 수 있는, 연하고 시원한 커피를 의도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커피의 맛이나 향을 제대로 즐기기에는 묽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희석 비율을 1:3정도로 잡아서 용량은 320mL로 줄이고 농도는 커피추출액 25% 함유 정도로 높였다면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조와 유통에 공이 많이 들어갔을 게 분명한 더치 커피 워터에 박한 평을 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더치 커피 워터는 저의 기대에 비해 신통치 않은 제품이었고, 어떤 점에서 기대에 어긋났는지는 짚을 필요가 있겠지요. 입에 머금고 체온으로 데우면 좋은 특성이 드러나는 커피지만, 이 좋은 특성들을 즐기기에는 묽은 편이었습니다. 원액의 잠재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 아깝기도 하고, 조금은 안타깝기도 합니다. 핸디엄은 벚꽃처럼 스쳐보내기에는 아까운 회사고, 그들의 노력과 의지는 박수와 환호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나은, 좀 더 만족스러운 제품이 나와 주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각주


  1. 핸디엄의 '더치 커피 워터'는 커피추출액 20%를 함유하고 있으며, '원액'을 원하는 분은 이 회사의 '콜드 브루(Cold Brew)'를 구입하면 됩니다. [본문으로]
  2. 이르가체페 1병에는 157mg, 케냐 1병에는 155mg. [본문으로]
  3. 1샷에 들어가는 원두를 7g으로 잡으면 50÷7=7.14(샷)…, 8g으로 잡으면 50÷8=6.25(샷)이 됩니다. [본문으로]
  4. 비교를 편하게 하기 위해 핸디엄 더치 커피 워터의 1병 용량인 400mL에 맞추었습니다. [본문으로]
  5. 커피 2L에 에스프레소 6.25샷이 들어간 것을 400mL로 환산 [본문으로]
  6. 커피 1.5L에 에스프레소 7.14샷이 들어간 것을 400mL로 환산 [본문으로]
  7. 톨 사이즈의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1샷을 넣는 카페나 커피 체인점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 때 샷추가를 하는 게 보통입니다. (이디야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에도 1샷을 넣는다는 곳도 있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얼음을 1/3~1/2정도 채우게 되므로, 얼음이 녹지 않은 상태에서 들이켜는 첫 모금의 체감 농도는 1.5~2배 높아지게 마련이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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