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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벅스의 에스프레소 초이스는, 에스프레소 기반의 음료를 제조할 때 들어가는 에스프레소의 종류(정확히는, 그 에스프레소를 만들 때 쓰이는 원두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뜻합니다. 스타벅스의 에스프레소를 만들 때 쓰이는 원두는 "에스프레소 로스트"라는 상품명으로도 팔리는 에스프레소 블렌드입니다.


 에스프레소 초이스는 "에스프레소 로스트"가 아닌 다른 종류의 원두로 만든 에스프레소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입니다. 이달의 에스프레소 초이스 원두가 과테말라라면, 에스프레소 초이스 옵션을 넣을 경우 기본 원두("에스프레소 로스트")가 아닌 과테말라 원두로 에스프레소를 만들게 됩니다. 에스프레소 초이스는 "스타벅스 리저브" 원두를 취급하지 않는 매장에서 선택 가능한 옵션이며[각주:1], 잔당 300원이 추가됩니다(2015년 10월 기준).


 에스프레소 초이스가 사전적인 의미의 '초이스'에 부합한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선택(choice)이란 둘 이상의 대안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걸 뜻하는데, 에스프레소 초이스 대상 원두는 한 달마다 바뀌는 이달의 에스프레소 초이스 원두에 한하니까요. 내 마음대로 원두를 골라잡을 수 없는 건 좀 아쉽습니다.


 스타벅스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일이긴 합니다. 스타벅스는 마스트레나(Mastrena)라는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쓰는데,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의 특성 상 운용 도중에 원두 종류를 바꿀 수는 없거든요.[각주:2] 원두가 두 종류라면 마스트레나 머신은 최소한 두 대를 놓아야 하고[각주:3], 세 종류라면 세 대, 네 종류라면 네 대… 에스프레소 초이스 운영을 위해 몇 천만원짜리 기계를 한 대씩만 더 놓자고 해도 기계 값을 점주가 모두 부담해야 하느냐, 본사 지원은 없느냐를 두고 옥신각신할 텐데 서너 대 더 놓자고 할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질 지는 뻔하지요. 그래서 머신 한 대만 더 놓는 걸로 해서 점주의 부담을 줄이고 달마다 원두를 바꿔서 소비자에게 선택권 비슷한 걸 주고 300원씩 더 받아서 기계 값을 보전하기로 했나 봅니다. 허허허…




 저는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맛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딱 두 번 있었는데, 두 번 다 신세계나 스타벅스에서 후원하는 행사에서 받은 공짜 커피였습니다. 얼마 전 덕수궁 정관헌에서 열린 행사에서 받은 아메리카노는 꽤 마음에 들었죠. 쓰지 않고, 탄내도 안 나고, 감칠맛을 포함한 복합적인 맛도 제법 있었고… 왠지 이건 평소와는 조금 다른 원두로 내린 커피 같았습니다.


 케이터링을 나온 스타벅스 파트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끝에 얻은 정보를 종합하면,


 1) 오늘 제공하는 아메리카노는 콜롬비아 원두로 만든 것이다.

 2) 오늘 제공하는 아메리카노는 마스트레나 머신으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적정한 비율로 희석한 것이다.


 이 정도입니다. 저는 쓴맛과 탄내가 없어서 좋다는 의미로 '부드럽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파트너에게는 '향미가 밋밋하다'는 불평으로 들렸는지 앞으로는 말을 할 때 좀 더 생글생글한 표정을 짓도록 해야겠습니다 추출한 커피를 운반하는 동안 향미가 조금 날아갈 수 있다는 쓸데없이 친절한 설명도 들었습니다.




 스타벅스의 원두는 로스팅 정도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상대적으로 약배전인 '블론드 로스트', 중배전인 '미디엄 로스트', 강배전인 '다크 로스트'가 그것입니다. "에스프레소 로스트" 블렌드는 당연히 다크 로스트 제품군에 속합니다. 이달의 에스프레소 초이스 원두는 미디엄 로스트 중에서 뽑히는 것 같고요.[각주:4]


 스타벅스의 에스프레소 초이스는 단순한 업그레이드 옵션이 아닙니다. 이런저런 비판을 받기는 해도 스타벅스의 "에스프레소 로스트"는 꽤 괜찮은 원두고 이것으로 만든 에스프레소가 어울리는 메뉴도 많거든요. '이미 충분히 비싼' 이름 길고 달달한 음료를 업그레이드할 의도로 에스프레소 초이스를 하면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1+1행사를 한 메이플 피칸 라테를 주문할 때 한 잔에만 에스프레소 초이스를 넣고 다른 한 잔은 기본 원두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는데 과테말라 원두로 만든 음료와 "에스프레소 로스트"로 만든 음료의 맛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심지어 메이플 피칸 라테는 스타벅스코리아 홈페이지에 "과테말라 안티구아 원두로 즐기는 추천메뉴"로 올라온 메뉴였는데도 말이죠(…)



 역설적으로, 어느 정도 '싼 맛에 고르는' 경향이 있는 아메리카노가 에스프레소 초이스를 하기에 가장 좋은 메뉴입니다. 에스프레소의 맛과 향을 가릴 우유나 시럽, 기타 부재료가 없기 때문에 원두의 차이에 따른 맛과 향의 차이가 잘 드러나거든요. 에스프레소 초이스를 넣을 때 추가되는 300원은 텀블러 할인으로 상쇄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돈을 아끼고 싶으시다면 무료 사이즈 업그레이드나 무료 샷 추가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텀블러 할인이나 무료 사이즈 업, 무료 샷 추가를 늘 활용하던 분이라면 고스란히 300원을 더 내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에스프레소 초이스가—적어도 아메리카노에서는—300원을 더 내고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을 때는 보통 할리스를 가곤 했는데, 이제는 스타벅스도 종종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기분을 내고 싶다면 할리스에서는 시즌 블렌드, 스타벅스에서는 에스프레소 초이스를 넣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각주


  1. 단, 스타벅스 소공동점은 리저브 원두와 에스프레소 초이스 옵션을 모두 취급합니다. [본문으로]
  2. 하나의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에는 한 종류의 원두만 넣어서 돌려야 생산성이 유지됩니다.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운용하면서 원두 종류를 바꾸려면 호퍼를 비우고, 기기 안에 남아있는 원두를 제거하고, 새 원두를 채워넣고, 에스프레소를 몇 잔 뽑아서 기기 안에 남아 있는 옛 원두의 향미를 씻어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놓은 의미가 없어지죠. 여러 종류의 원두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싶다면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놓고, 그라인더마다 다른 종류의 원두를 채워서 쓰는 편이 낫습니다. [본문으로]
  3. 한 대에는 "에스프레소 로스트", 다른 한 대에는 이달의 에스프레소 초이스 원두를 채우는 겁니다. [본문으로]
  4. 콜롬비아와 과테말라는 미디엄 로스트 제품군에 속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맛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미디엄 로스트 중에서 이달의 에스프레소 원두를 고를 가능성이 꽤 높아 보입니다. 블론드 로스트는 에스프레소에 부적합할 수 있고, 다크 로스트는 기존의 "에스프레소 로스트"와 큰 차이 없는 미묘한 맛의 차이만을 보여줄 수 있거든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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