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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멕시코 치아파스 게샤 (Mexico Chiapas Gesha) 200g

 입수일 : 2015. 10. 23.

 출처 : 커피홀리데이


 저의 예순아홉 번째 커피는 멕시코 치아파스 게샤였습니다.



 선물받은 커피입니다. 덕수궁 돌담길 커피축제 현장에서 단짝이 사 주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다가다 커피축제가 벌어진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 눈길을 끄는 현수막이 있었죠. "멕시코 치아파스 게이샤". 파나마, 코스타리카, 콜롬비아에서 났다는 게샤는 들어본 적 있어도 멕시코에서 난 게샤는 처음이었습니다. 시음해볼 수 있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더니 드리퍼 위로 커피빵이 봉긋하게 올라올 만큼 원두를 듬뿍 갈아 커피를 내려주시더군요. 커피가 풍년이 든 지 오래이나,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고 커피쟁이는 이런 상황에서 그냥 뒤돌아설 수 없는지라(ㅋㅋㅋ) 원두 200g을 또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마침 가격 조건도 매우 파격적이었고, 단짝은 이 정도면 부담없다면서 선뜻 사 주었습니다.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비교적 가벼운 바디, 핫초코(촉감), 말린 과일 같은 달콤함(맛), 산수유·석류·포도 같은 산미(맛), 레몬·오렌지·감귤(맛/향), 땅콩·호두·헤이즐넛(향)


 그리하여 멕시코 치아파스 게샤가 저의 손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이 품종을 '게이샤'가 아닌 '게샤'로 표기한 이유는 이 블로그의 용어와 표기법에 나옵니다) 파나마 게샤 블렌드를 통해 이 품종에 무엇을 어디까지 기대할 수 있는지를 어느 정도 감 잡은 뒤여서 처음 게샤를 접할 때처럼 두근거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많이 기대가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핸드 소트를 실시했습니다. 결점두가 거의 없고 양도 두둑했습니다. 정량보다 좀 더 많은 양을 넣어주는 것은 커피 업계의 관행이 되었지만, 15mL 계량스푼으로 12스푼씩 소분하고 남은 원두의 양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많아서 좀 놀랐습니다.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른 리뷰에 비해 훨씬 긴 노트의 목록을 보며 이미 짐작하신 분도 있겠지만, 멕시코 치아파스 게샤의 맛과 향은 매우 풍부하고 다양합니다. 감귤 계열의 향미와 산수유·석류·포도를 닮은 산미, 견과류의 고소함, 말린 과일 같은 달콤함… 노트의 향연이죠. 만약 이 원두가 퍼블릭커핑 자리에 나온다면 커피에 기대할 수 있는 온갖 향미 특성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약간의 향신료 같은 노트가 커피의 프로파일을 한층 더 복합적으로 만들고, 핫초코 내지 우유를 닮은 바디감은 비교적 가볍지만 적당히 기분 좋은 촉감을 제공합니다.


 뜨거운 물로 추출하여 따뜻하게 마시면 생과일 같은 달콤상큼함이 강조됩니다. 꽤 달달하고, 제법 고소하고, 쓴맛은 적고 산미는 매우 강한—굳이 분류하자면 마일드 쪽이긴 한데, 단순한 마일드 커피로 취급하기에는 개성이 아주 강한 커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하게 추출한 다음 식혀서 시원하게 마시면 묵직한 와인 같은 커피가 됩니다. 낮은 온도에서는 산미가 덜 느껴지고 바디감은 강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따뜻하게 마실 때와 시원하게 마실 때의 인상이 이 정도로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일은 흔치 않아 좀 놀라웠습니다. 아이스 케냐 같은 무게감 있는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콜드 브루 커피나 더치 커피, 아이스 드립 등의 추출법으로 추출한 치아파스 게샤를 한 번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이 블로그의 그래프는 터키시 커피로 추출한 따뜻한 커피의 특성을 중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마일드 특성이 강하고(mild=3), 강렬함·묵직함 특성이 약하고(strong=1), 산미가 강한(acidy=3) 쪽으로 값이 나온 것은 이 때문입니다.


 멕시코 치아파스 게샤는 매우 만족스러운 원두였습니다. 르완다 루붐부 스페셜티 리뷰에서 별점을 매기기 시작한 이후 아홉 번째만에, 별 다섯을 받을 만한 원두를 만났습니다. 이만한 가격대의, 스페셜티나 COE가 아닌 커피가 이만큼 맛있을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신기하고 기쁩니다. 이 맛에 커피 산지 순례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


"매우 확실하고 강한 캐릭터를 지닌, 산미가 좋고 달콤한 마일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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