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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쭝웬커피' 혹은 '중웬커피'라는 표기로 더 익숙한 제품입니다. 종로 르메이에르에 위치한 쌀국수집 사이공에서 후식으로 사 마셨던 베트남 커피가 꿀맛이어서 베트남 인스턴트 커피에도 관심이 생겼고, 구하기 쉬운 G7을 가장 먼저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봉투 하나(커피 2g)에 뜨거운 물 60mL를 붓고 잘 저어서 즐기시라는 친절한 설명이 적혀 있어서 따라해 보았습니다. 음… 맥나마라 국방장관이 일찍 이 커피를 맛보았다면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했을 텐데, 아쉽게도 1960년대에는 G7이 없었죠(이 제품은 1996년경에 발매되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드는 맛이었습니다.




 쭝 응우옌 G7 커피는 구수하고 진합니다. 볶은 보리 같은 구수함, 쌀엿 같은 달달함, 갈색이 되도록 눌어붙은 누룽지의 조금 탄 듯한 고소한 냄새는 일반적인 커피에서는 접하기 힘든 인상적인 특성입니다. 맛에서는 볶다가 조금 태운 곡물이 연상되는 구수함과 쌉쌀함, 그리고 약간의 떪음이 감지되는데 이 또한 일반적인 커피에서는 접하기 힘든 특성입니다. 적당한 온도에 진입하면 양감이 적고 결이 날카로운 산미와, 역시 양감이 적은 곡물차 계열의 달달한 맛이 느껴집니다. 이때가 G7의 맛이 가장 좋은 순간이고, 더 식으면 떫은 맛이 강해집니다. (G7을 스트레이트로 즐길 때는 조금씩 홀짝이다가 딱 좋은 온도가 되어 맛이 좋아지는 순간 쭈욱 들이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G7에는 로부스타가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로부스타가 제법 들어간 에스프레소 블렌드로 추출한 에스프레소에서 이와 비슷한 구수함을 느낀 적이 있는데, G7의 구수함은 그 에스프레소보다도 훨씬 강렬하고, 훨씬 이색적입니다. G7의 향미 프로파일은 일반적인 아라비카 커피와는 매우 다른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메탈 음악을 들으며 "너무 시끄럽고, 가사가 과격하다"고 불평하는 것은 정당할 수 있습니다. 장르가 추구하는 미감(美感)이 나와 안 맞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클래식 음악의 잣대를 들이대어 메탈을 2류 음악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메탈과 클래식은 서로 다른 미감을 추구하는 별도의 장르입니다. 음대에서 클래식을 가르친다고 음악=클래식인 줄 아는 음대 교수나 전공자, 자부심 쩌는 클래식 애호가들이 실용음악을 깔보는 경향이 있지만 '음악=클래식'이 아닙니다. 클래식도 음악의 하위 장르고, 메탈도 음악의 하위 장르입니다. 좀 더 우아하고 교양있어 보이는—아비투스(habitus)라는 개념으로 설명 가능한—장르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언정, 장르 사이에 우열은 없습니다(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장르 사이에 우열을 따지는 일은 없어야 하며, 없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마찬가지로, '커피=아라비카'가 아닙니다. '커피=싱글 오리진'도 아니고, '커피=스트레이트 커피'도 아닙니다. 로부스타도, 블렌드도, 배리에이션 커피도 어엿한 커피입니다. 스트레이트로 즐기는 아라비카 커피의 잣대를 들이대어 "클린컵이 아니다. 산미가 부족하다. 뒷맛이 거칠다"며 혹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로부스타는 에스프레소 블렌드에 바디감과 구수함을 보태는 원두이고, 우유와의 어울림이 좋은 원두이기도 하고, 로부스타로 내린 커피는 식후에 입가심하는 용도로도 적합합니다.




 G7 커피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1) 적당하게 : 봉투 하나에 뜨거운 물 180mL의 비율이면 적당합니다.

 2) 진하게 : 물 120mL면 꽤 진합니다. 식후에 한 잔 하기 좋습니다.

 3) 정신이 번쩍! : 물 60~75mL면 아주 진합니다. 에스프레소에 가까운 맛이 납니다.

 4) 베트남식 커피 : 물 120~150mL와 가당연유 1큰술. 맛이 좋습니다.

 5) 비엔나 커피 : 물 80~120mL와 적당량의 생크림. 맛이 정말 좋습니다.

 6) 보리 커피 : 물 대신 보리차나 보리숭늉으로 커피를 탑니다. 구수합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방법은 비엔나 따로커피(…) 입니다. 아주 진하게 G7 커피를 타고, 적당량(고봉으로 퍼낸 1큰술)의 생크림을 작은 접시 위에 준비한 다음, 커피 한 모금 생크림 한 티스푼을 번갈아 먹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생크림이 커피의 쓴맛을 적당히 가려주기 때문에 G7이 훨씬 부드럽게 느껴지고, 약간의 산미를 감상하기에도 좋습니다. 생크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른 사이드메뉴(미니슈, 조각케이크, 타르트 등)와 함께 즐겨도 괜찮습니다.


 G7은 스트레이트로 즐기기에는 독합니다. 대신 맛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아라비카 커피의 맛을 즐길 때에는 피하고 싶은 상황—커피의 맛을 가릴 수 있는 사이드메뉴를 곁들이거나, 식후에 양치를 하지 않고 곧바로 커피를 마셔야 하는 상황에서도 제 맛을 냅니다. 우유와 시럽을 뚫고 올라와 커피 맛을 내는, 강배전 원두로 내린 에스프레소 같은 인스턴트 커피라 할 수 있습니다. 강배전 에스프레소가 배리에이션 커피와 잘 어울리듯, G7도 우유나 생크림 같은 부재료와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제 입에는 베트남식 커피와 비엔나 (따로)커피가 꽤 잘 맞았습니다. 여러분도 G7 커피를 마실 기회가 생긴다면, 한 번쯤은 이러한 방법을 시도해 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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