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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2 세컨즈 카페(502 Seconds Cafe) 노원직영점은 하계역 근처, 현대우성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자리잡은 카페입니다. 하계역 6번 출구로 나와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서, 105동과 106동 사이의 좁은 길을 걸어나오면 보이는 건물에 있습니다.




 뉴올리언즈 재즈 카페에 인더스트리얼 감성을 좀 끼얹은 듯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입니다.






 다크초콜릿의 느낌이 나는 에스프레소는 무척 마음에 듭니다. 제가 맛본 에스프레소 중 가장 부드럽고 달달합니다. 그 비결은 훌륭한 에스프레소 블렌드와, 살짝 언더 성향의 추출 세팅에 있는 것 같습니다.


 502 세컨즈 카페의 에스프레소 블렌드에는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케냐 원두가 들어갑니다.[각주:1] 브라질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만 빼면 매우 상식적인 블렌드입니다. 로스팅이 매우 잘 되었고(호퍼에 들어간 원두의 빛깔로 짐작되는 로스팅 포인트는 풀시티 정도입니다), 생두의 품질이 높아 중강배전에 유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카페에서 이 원두를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은 200g에 13,000원입니다(2016년 9월 기준).



 이 곳의 에스프레소입니다. 사진 찍을 준비를 하는 사이에 크레마가 좀 얇아졌는데, 처음 나왔을 때에는 리스트레토에 가까운 두께의 크레마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머신 작동음을 들으며 스톱워치로 시간을 쟀는데, 추출에 15초 정도 걸리더군요)



 1,500원짜리 워터보틀과 수제 쿠키와 함께 찰칵. 502 세컨즈 카페의 워터보틀은 시중보다 쌉니다. 용량은 500mL 정도입니다. 꿀병 뚜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희고 평평한 패킹이 이 워터보틀의 뚜껑에도 들어가 있는데, 세척할 때에는 배스킨라빈스 스푼으로 쉽게(?) 꺼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압력밥솥 구멍 뚫는 핀으로 뽑겠다고 온갖 고생을 했었죠…)



 카페 라테와 머랭 쿠키입니다. 언더 성향의 추출은 부드러운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데에는 나름대로 도움이 되지만, 균형 잡힌 카페 라테를 만드는 데에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에 드러난 빛깔로도 짐작 가능하듯이, 우유의 맛이 우위에 있는 라테였습니다)




 502 세컨즈 카페는 SMMA(Special Musician Music Academy)의 자회사처럼 운영되는 카페입니다. SMMA 대표님이 커피를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고, 매장의 이모저모—원두의 품질과 부재료의 품질(로 짐작되는 바), 인테리어, 카페의 소품, 분위기 등—를 살펴보면 카페는 취미로 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SMMA는 동네 음악학원에서 시작해 강남에 빌딩을 올릴 만한 성공을 거둔 아카데미이니, 502 세컨즈 카페를 운영하며 수익을 크게 내야 할 필요까지는 없을 겁니다. (가격 경쟁력보다는 품질을 좀 더 중시하는 듯한 운영 방침도 여기에서 온 듯합니다)


 여담 1. 이름에 들어간 502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고민이 되는 카페입니다. 오공이(五空二)인가, 오영이(五零二)인가, 오백이(五百二)인가, 파이브오투(five-o-two)인가, 파이브헌드래드앤드투(five hundred and two)인가, 그것도 아니면 트웬티파이브스코어앤드투(25 score and two)인가…


 여담 2. 502 Seconds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궁금한 카페입니다. 햇빛이 지구에 닿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8분 19초(1AU기준)여서 3초가 모자랍니다. 재생시간이 8분 22초인 곡이 몇 있는데[각주:2] 이거다 싶은 곡은 없네요. 원두를 빠르게 풀시티로 볶는 데 걸리는 시간[각주:3]일 수도 있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데 걸리는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직원에게 문의를 해 보았는데, '정확한 뜻은 대표님만 알고 계시며, 알려드릴 수 없다고 하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대표님의 개인적인 사연이 담긴 숫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젬인브라운에 방문했을 때, 이만한 수준의 카페가 '동네 카페'인 서초구가 좀 부러웠다고 쓴 기억이 납니다. 502 세컨즈 카페 또한 하계역 근처 주민이 부러워질 만큼 훌륭한 동네 카페입니다. (번화가에 위치한 카페는 필연적으로 바글바글하고 시끌벅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네 카페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주


  1. 2016년 9월 경, 매니저님과의 대화로 확인. [본문으로]
  2. 비틀즈의 "Revolution 9"(1968), Pandora's Box의 "It's All Coming Back to Me Now"(1989), Lester Young & Harry Edison의 "She's Funny That Way"(1955), Phil Woods의 "Suddenly It's Spring"(1956), Kahil El'Zabar의 "Serendipitous Journey"(2000)등. [본문으로]
  3. 로스팅이 빠르게 진행되면 약 8분만에 풀시티까지 로스팅됩니다. 보통은 9~10분, 느리게 진행되면 13분 정도 걸립니다. (생두를 210~220℃에서 투입하였을 때, 태환 프로스터 반열풍식 기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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