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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벅스의 에스프레소와,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감상하기에 힘든 대상이라는 점에 대해서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감상했다는 사람을 찾기가 너무나 힘듭니다.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감상하겠다는 사람을 찾아보기도 정말 힘듭니다.


 저는 이디야의 에스프레소가 두렵지 않습니다. 카페베네의 에스프레소도 두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에스프레소는 두렵습니다. 1샷만 들어가는 숏 사이즈 카페 라테를 마시면서도 충분히 그 쓴맛을 경험했기 때문에 '원액'을 들이켤 자신이 없는 것이죠.


 하지만 살다 보면 커피를 반드시 마셔야 하는데 갈 수 있는 곳은 스타벅스밖에 없고, 양이 많은 아메리카노나 카페 라테를 마시면 반드시 배탈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날도 있습니다. 이 난감한 날, 저는 에스프레소 마키아토를 주문했습니다. 샷은 솔로 리스트레토로 부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스타벅스의 솔로 리스트레토 마키아토는, 다른 브랜드의 에스프레소 솔로 맛이 납니다. 샷의 양을 줄이고 짧게 끊고 우유거품을 한 겹 덮어주니까 그제서야 에스프레소 같아진 겁니다. (샷을 끝까지 뽑고 우유거품을 덮지 않은 원액의 맛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군요)


 스타벅스의 에스프레소 마키아토에는 드라이 폼(dry foam)이 올라갑니다. 드라이 카푸치노에 올라간다는, 스푼으로 떠서 올리는 거품이죠. 그 양은 많지 않고, 에스프레소와 섞이지 않은 채로 위에 동동 떠 있습니다. 쓴맛을 줄이고 싶다면 '마키아토에 스팀밀크도 조금 부어 달라'고 부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약간은 웻 카푸치노에 가까워질 테고, 다른 브랜드의 에스프레소 마키아토에 가까운 맛이 나겠죠)


 에스프레소를 좋아하고 스타벅스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또는, 별★을 모을 필요가 있지만) 스타벅스의 에스프레소는 마시기 무서운 분들께, 스타벅스의 솔로 리스트레토 마키아토를 권해드립니다. 우유거품이 쓴맛을 적당히 제어해 주기 때문에, 나름대로 밸런스가 잡힌 강배전 에스프레소의 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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