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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go&Victor. 프랑스식으로 '위고 에 빅토르', 영미식으로 '휴고 앤 빅터'라 읽을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프랑스 사람 두 명의 이름 같은데, 매니저님의 설명에 의하면 레 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요즘 핫합니다. 그리고 뻥이 좀 섞인 수식어를 달고 있죠.


 미슐랭 3스타는 창업자인 위그 푸제(Hugues Pouget) 씨가 셰프로 일했던 기 사부아(Guy Savoy) 레스토랑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위그 푸제 씨를 소개할 때 미슐랭 3스타 경력, 혹은 미슐랭 3스타 출신이라는 말이 붙는 것이죠. 위고 에 빅토르가 미슐랭 3스타를 받은 게 아닙니다.


 라뒤레, 피에르 에르메와 함께 파리 3대 디저트 숍으로 꼽힌다고도 하지만 구글에서 best dessert shops in paris를 검색해 보면 Top 12 Pastry Shop, 15 Best Places for Desserts 하는 식으로 10대, 12대, 15대를 뽑은 게시물이 대부분이고, 클릭해서 훑어 보면 라뒤레(ladurée)나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는 거의 모든 게시물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위고 에 빅토르는 띄엄띄엄 나옵니다. Top 10~15를 뽑는 게시물에서도 심심찮게 누락되는 숍이 '파리 3대'에 들어간다고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디저트 숍입니다. 커피의 품질이 디저트(케이크·타르트·마카롱 등)를 받쳐주기에 충분할 만큼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곳의 카페 라테는 적당한 쌉쌀함과 감칠맛, 커피와 우유와의 어울림에서 오는 부드러운 단맛, 과테말라 특유의 톡 쏘는 스모키함과 구수함이 있어 단맛에 지치기 쉬운 입을 가셔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딸기 타르트와 카페 라테입니다. 딸기 타르트의 원래(?) 이름은 '바닐 에 프레이즈' 입니다. 올라간 딸기의 양과 맛과 식감이 좋았고, 크러스트는 딱딱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메짐성이 있어 입 안에서 촉촉한 쿠키처럼 부서졌습니다. 크러스트와 딸기 사이에 차 있는 크림은 단맛이 적은 편이어서 딸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토핑과 크러스트의 맛을 자연스럽게 이어줍니다. 카페 라테와의 페어링은 환상적이죠.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1층에 있던 포숑 매장을 옆으로 밀어내고 넓은 공간을 차지한 브랜드의 밀푀유 맛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만, 파리에서 먹던 그 맛이 나지 않는다는 포스팅이 좀 신경쓰여서 그만두고, 대신—




 '조지 아마도'라는 이름의 초콜릿 무스 케이크를 주문했습니다. 이곳의 초콜릿은 전략메뉴, 혹은 비장의 카드 같은 재료여서, 초콜릿이 들어간 디저트를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깔끔한 커팅에는 실패…(ㅠㅠ) 촉촉하고 달콤한 초콜릿 코팅 안에는 부드럽고 달콤한 케이크가 있습니다. 케이크 부분의 단맛은 강하지 않은 편입니다. 바닐라 빈 크림(사진에 하얗게 보이는 것)의 상큼함과 토핑으로 올라간 피칸의 고소함이 맛의 다양성과 균형감을 잡아줍니다. 역시 카페 라테와의 페어링은 훌륭합니다. (아메리카노와 페어링할까 하다가 직원의 추천으로 카페 라테를 함께 주문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위기는 조금 소란스럽습니다. 눈치 안 보고 오래 앉아있을 생각으로 골랐던 머신 옆 테이블 바로 위 천장에는 스피커가 있는데, 가끔씩 큼직하게 중국어와 일본어로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배경음악도 가격대에 어울리지 않게 스타벅스보다 가벼운 재즈와 팝 기반의 카페 BGM입니다. 흡음재가 거의 시공되어 있지 않아 소리가 울리고, 책꽂이를 흉내낸 거울 인테리어는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습니다.




 쇼케이스에 전시된 타르트와 케이크들입니다.



 가격이 적힌 메뉴판입니다. (2016년 12월 27일에 촬영)




 롯데백화점 노원점의 포숑이 저에게 주었던 아쉬움이나,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의 더블해피니스가 저에게 주었던 (그나마의) 만족감이 어디에서 왔는가 생각하다 보면, '공간이 주는 느낌'이 나옵니다. 천장의 높이, 공간의 활용과 배치, 마감재의 사용, 조명과 BGM 같은 요소들이 그런 느낌을 좌우하는데, 롯데는 묘하게 시끄럽고 신세계와 현대는 그보다는 조용합니다.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카페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롯데백화점에 입점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닐까요? (ㅋㅋㅋㅠㅠㅠㅠ)


 위고 에 빅토르는 디저트를 즐기며 30분이나 한 시간쯤 앉아 있기에는 좋은 카페입니다. 적당히 붐비는 특성 덕분에(?) 평일 오후에는 거의 항상 앉을 자리가 있습니다. 카페 탐방을 왔는데 자리가 없어 돌아나오는 상황이 싫은 사람에게는 꽤 괜찮은 조건이지만, 두어 시간 머무르며 조용히 있고 싶은 사람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조건입니다.


 가격대는 높습니다. 조지 아마도와 카페 라테를 주문하면 14,100원입니다. 적당한 일식집의 10~12피스 초밥이나 어지간한 중식당의 잡탕밥, 그럴싸한 한식당의 한상차림 값입니다. 제가 체험한 위고 에 빅토르의 맛은 그 값에 걸맞게 훌륭했습니다. 격식을 갖추어 누군가를 모시고 가기에는 좀 부족한 공간이지만, 디저트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의기투합하여 탐방을 가기에는 꽤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 소개팅 식사 후 커피 마시러 가는 곳으로는 불합격, 친구와 먹스타그램 찍으러 가는 곳으로는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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