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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바이 브랜드(Goodbye Blend)는, 학림다방의 로열 브랜드(Royal Blend)에서 영향을 받은 처치곤란 프로젝트의 두 번째 레시피입니다. ('굿바이 블렌드'로 적는 게 맞겠지만, 학림다방의 전통(?)을 고려하여 '굿바이 브랜드'로 표기하였습니다)


 원두 선물을 받았습니다. 좋은 일이죠. 4종입니다. 아주 좋은 일입니다. 각 200g씩 총 800g입니다. 좋을 듯 말 듯합니다. 블루마운틴 블렌드, 시다모 G4, 헤이즐넛(착향), 아이리시(착향)입니다. 음, 음… 전부 드립용으로 분쇄된 상태입니다. 헐?!


 실시간으로 방향제로 변화중인 분쇄 원두를 어떻게 커피로 바꾸나 고민하던 그 때, 7인분의 원두를 투입하여 에스프레소 한 잔 분량의 커피를 받아내는 로열 브랜드가 떠올랐습니다. 드립 굵기의 원두를 빨리 처리하기에 이만큼 좋은 방법은 없겠죠. 블루마운틴 블렌드나 시다모 G4의 품질은 높은 편이라 하기 어려우므로, 품질이 낮은 원두로 얼마나 마실 만한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가 실험하기에도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굿바이 브랜드의 추출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약 25g의 원두를 투입하여 약 100mL의 커피를 추출합니다.

 2) '정드립' 방법을 사용하여, 약 3~4회에 나누어 물을 붓습니다.

 3) 총 추출 시간은 2분 30초~3분 내외로 합니다.


 과소추출 특성의 진한 커피를 내리는 정드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추출을 마치고 드리퍼에 남은 원두 가루 덩어리의 형태가, 오른쪽에 가까워야 바람직합니다. 왼쪽처럼 우물 형태로 가운데 부분만 깊게 파였다는 건, 가운데 부분에서는 추출이 계속 일어났고 가장자리에서는 추출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야기거든요. 골고루 추출이 일어났다면 뒤집힌 원뿔 형태로 파인 자국이 납니다. 물을 천천히 붓고, 붓는 양을 적게 한다면 일반적인 정드립에 비해 좀 더 넓은 면적의 원에 물을 부어야 오른쪽에 가까운 형태를 얻기에 좋습니다.


 굿바이 브랜드로 추출한 블루마운틴 블렌드와 시다모 G4의 맛은 양산형 더치 커피에 가까웠습니다. (더치 커피 특유의 진하고, 묵직하고, 와인 같은 향미는 긴 시간의 저온 추출 과정이 아닌, 과소추출+고농도라는 추출 특성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원두의 섬세한 디테일을 살리기에는 좋지 않았지만, 진하고 묵직한 느낌과 적당한 깔끔함을 얻기에는 좋았습니다.


 커피 생활을 이어가다 보면, 내 취향이 아닌 원두를, 그것도 분쇄된 상태로 선물받는 경우가 생깁니다. 선물한 사람의 정성을 생각하자니 버릴 수 없지만, 내키지 않는 원두로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그렇다면, 조금은 색다른 맛의 커피를 얻을 수 있는 '굿바이 브랜드'로 원두를 빠르게 소모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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