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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omas


 Flavor Wheel에서 커피의 향[각주:1]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Enzymatic

 Sugar Browning

 Dry Distilation


 이런저런 설명이 있지만, Enzymatic은 대체로 물기가 남아 있는 싱싱한 식물(살아 있을 때와 식재료로 팔리는 도중을 포함하여)에서 나는 싱그러운 향과 냄새, Sugar Browning은 대체로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 Dry Distilation은 물기가 남아 있는 싱싱한 식물과는 거리가 있는 물질의 냄새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1. Enzymatic


 Flowery는 꽃과 방향성 식물의 향을 포함합니다. 커피 꽃(coffee blossom), 월계화(tea rose)가 floral로 묶이고, 카르다몸(cardamom)[각주:2], 고수(coriander seed)가 fragrant로 묶입니다. 카르다몸과 고수도 향신료의 일종으로 취급되지만 spicy가 아닌 fragrant에 속하고, flowery는 '꽃 향기'지만 꽃 뿐만 아닌 방향성 식물의 향인 fragrant를 포함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커피어(語)가 아닌 영어사전의 풀이를 따라가다 보면 함정에 빠지기 쉬운 부분입니다. Flowery, 그 중에서도 floral은 "커피에서는 유쾌하고 자연스러운 특성을 나타낸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Fruity는 귤(citrus)[각주:3]과 딸기(berry-like)의 향을 포함합니다. 과일의 새콤달콤한 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몬과 사과가 citrus로 묶이고 살구와 블랙베리가 berry-like로 묶입니다. 사과속(屬)은 귤이 속한 운향과가 아닌 장미과에 들어가 있어 귤속(屬)과는 별 관련이 없고 차라리 과가 같은 살구속(屬)이 사과와 관련이 있지만… 분류학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족보가 엉망이 되는 게 FW니까 이 정도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비슷한 문제가 nut-like 쪽에도 있습니다) 그냥 느낌만 잡읍시다. Fruity, 그 중에서도 citrus는 "산도가 높은 커피에 전형적으로 나타난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Herby는 파·마늘 냄새(alliaceous)와 콩 냄새(leguminous)를 포함합니다. 앞의 두 가지로 묶을 수 없는 싱싱한 식물의 냄새를 모아놓았다는 인상을 풍깁니다. 양파와 마늘이 alliaceous로 묶이고 오이와 garden pea가 leguminous로 묶입니다. 파와 마늘은 백합과고 오이는 박과에 속하지만… 역시 넘어갑시다. 일본 서적을 번역한 <커피 교과서>에 등장하는 '녹초 같은 향미'라는 표현이 herby에 대응하는 표현으로 짐작되며, 이 짐작이 맞다는 전제 하에 "티피카 종 특유의 향미"라는 언급을 herby에 갖다 붙일 수 있을 것입니다.




 2. Sugar Browning


 Nutty는 견과류(nut-like)와 엿기름(malt-like)의 향기를 포함합니다. 볶은 땅콩(roasted peanut)과 호두(walnut)가 nut-like로 묶이고 basmati rice[각주:4]와 toast가 malt-like로 묶입니다. 협과(莢果, legume)인 땅콩이 왜 견과류(nut-like)에 가서 붙었는지는 굳이 따지지 않겠습니다. 고소한 냄새, 라는 대체적인 인상을 기억하고 넘어갑시다.


 Caramelly는 캔디(candy-like)와 시럽(syrup-like)의 향기를 포함합니다. 볶은 헤이즐넛(roasted hazelnut)[각주:5]과 볶은 아몬드(roasted almond)가 candy-like로 묶이고 꿀과 메이플 시럽이 syrup-like로 묶입니다. 버젓한 견과류인 헤이즐넛이 왜 nut-like에 가서 붙지 못했는지는 굳이 따지지 않겠습니다. 달콤한 냄새, 라는 대체적인 인상을 기억하고 넘어갑니다.


 Chocolaty는 초콜릿(chocolate-like)과 바닐라(vanilla-like)의 향기를 포함합니다. 부드럽고 달달하지만 caramelly로 묶이지 않은 향기를 모아놓았다는 인상을 풍깁니다. 카카오 함유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과 가격대가 높고 향이 노골적이지 않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제법 괜찮은 힌트가 될 것 같습니다. 하위 범주에 속하는 것들 중 baker(s)와 swiss의 정체는 초콜릿이라고 합니다. 베이커스 초콜릿(Baker's Chocolate)은 미국의 유명한 다크 초콜릿 브랜드[각주:6], 스위스는 스위스 초콜릿(밀크 초콜릿)[각주:7]입니다.




 3. Dry Distilation


 Resinous는 테레빈 냄새(turpeny)와 약품 냄새(medicinal)가 포함됩니다. 보통은 defect로 취급되고, 하위 범주에 속하는 것들 중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이 많아서[각주:8] 자극적이고 불쾌한 냄새라는 대략적인 인상만 기억하고 넘어가겠습니다.


 Spicy는 향신료 냄새입니다. 삼나무(cedar)와 후추가 warming[각주:9]으로 묶이고 정향(clove)과 타임(thyme)이 pungent로 묶입니다. FW에는 없지만 계피(cinnamon)나 육두구(nutmeg)의 냄새도 spicy하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향료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을 느껴보고 넘어갑시다.[각주:10]


 Carbony는 탄 냄새입니다. 하위 범주에는 smoky와 ashy가 있는데, smoky를 "타고 있는 나무 혹은 타 버린 음식물의 냄새", ashy를 "차가워진 오븐 안에 남아있는 재의 냄새"라고 한 문서가 있습니다. Smoky는 강배전한 원두의 향기를 묘사하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테말라 안티구아에 거의 관습적으로 붙는 말이기도 하지요.




 인도네시아 만델링에 상당히 자주 붙는 earthy에 대한 설명도 찾아 보았습니다. 건식으로 가공한 산도 낮은 커피에서 나는 곰팡이 비슷한 냄새로, 생두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일어나 발생한다고 합니다. 건식으로 가공한 산도 낮은 커피… 딱 만델링에 붙을 만한 표현이네요. 향미 wheel이 아닌 결점 wheel에 들어 있습니다. 일종의 결점(taint)으로 취급된다는 뜻이죠. 하지만 이국적인 풍미로 취급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전문가도 있다고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신선한 원두가 좋은 원두지만, 일부러 오래된 원두의 풍미를 꾸민 인도의 몬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earthy의 향미도 원칙적으로는 결점이지만 이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각주


  1. Aroma. 엄밀히 말해, 분쇄된 원두가 뜨거운 물과 어우러졌을 때 내는 향. [본문으로]
  2. 씨는 독하고 약간 자극적이며 장뇌와 비슷한 매우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본문으로]
  3. 운향과(Rutaceae)에 딸린 한 속. 이 식물들 중에는 레몬, 라임, 네브르오렌지, 향귤, 온주밀감, 그레이프프루트, 시트론, 왕귤나무 등이 있다.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본문으로]
  4. 수정 전에는 balsamic rice였습니다. 다구치 마모루의 <스페셜티 커피대전>에 의하면 이 항목은 basmati rice이며, balsamic rice보다 basmati rice쪽이 문맥에 잘 들어맞고 합리적이므로 후자로 수정합니다. (웹에 돌아다니는 Flavor Wheel에는 이러한 오타나 오류가 몇 군데 있습니다)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1001>에 의하면 바스마티 라이스(basmati rice)는 '향긋한 꽃내음', '크리미한 견과의 향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판단 잎 같은 향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죽기 전에…1001>에 의하면 판단 잎은 '부드러운 재스민과 바닐라의 중간쯤인 꽃 향기'를 지닌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5. 얼마 전에 볶은 헤이즐넛을 사 먹어 보았는데 '헤이즐넛 향'이 안 나서 어리둥절한 적이 있습니다. 헤이즐넛이 잔뜩 들어있는 지퍼백을 열고 냄새를 맡아 보니 아몬드 같으면서 조금 달달한 향기가 났는데, 헤이즐넛이 아몬드와 함께 candy-like로 묶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본문으로]
  6. 다구치 마모루 지음, 박이추·유필문 이정기 공역 (2013) <스페셜티 커피대전>, 형설. p.160 [본문으로]
  7. 다구치 마모루 지음, 박이추·유필문 이정기 공역 (2013) <스페셜티 커피대전>, 형설. p.162 [본문으로]
  8. Flavor Wheel의 이미지에는 상당히 오타가 많은데, black current가 black currant의 오타라면 블랙베리 비슷하고 스타벅스 음료에도 들어가는 식재료가 왜 여기에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오타가 아니라면 black current가 어떤 건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Cineolic도 정체를 알 수 없고요. Camphoric는 장뇌 냄새일텐데 장뇌는 고수와 비슷하고… 장뇌가 송진(resin)에서 유래한 물질이긴 하지만 하나는 fragrant로 들어가고 하나는 resinous에 들어가니 이게 뭐하자는 족보인가요ㅠㅠ [본문으로]
  9. 다구치 마모루의 <스페셜티 커피대전>에 의하면, '요리에 쓰는 향신료를 볶은 것 같은 냄새'(p.159)라고 합니다. [본문으로]
  10. 앞서 말한 바 있지만, 방향성이 있는 향신료인 카르다몸과 고수는 fragrant로 묶이고 양념(그리고 넓은 의미의 향신료)으로 쓰이는 파와 마늘은 alliaceous로 묶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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