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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과테말라 안티구아 (Guatemala Antigua) 100g

 구입일 : 2013. 10. 8.

 구입처 : 쿠아모스



 저의 아홉 번째 원두는 과테말라 안티구아였습니다. 전동 그라인더를 구입했는데, 처음에는 원두를 75g정도를 갈아내어 그라인더 날에 붙은 쇳가루와 방청유를 씻어내야 한다고 들어서 쇠밥(…)으로 주고 버릴 원두가 필요했지요.


 집에 원두가 좀 있었지만(사실, '좀'이 아니었습니다) 케냐와 치아파스 모두 쇠밥으로 주기엔 이상하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원두를 갈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쿠아모스에 가서 혹시 볶은 지 오래 되어 곧 버릴 원두가 있냐고 물어보니, 없다더군요. (예전에 원두 사러 갔다가 날짜가 다 되어가는 만델링을 덤으로 받은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나봅니다) 그래서 그냥 하나 사서 나왔습니다. 아직까지 안 마셔 본 안티구아를 별 생각 없이 골랐지요.


 집에 돌아오니 비범한 커피난리, 커피잔치, 커피사태가 벌어져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100g씩 사 먹던 집안에 500g이나 되는 원두가 쌓였으니까요. 케냐와 치아파스가 아깝다고 과테말라를 사오기는 했지만 구입가격으로 따지면 과테말라가 제일 비싸서(…) 결국 케냐, 치아파스, 과테말라에서 골고루 25g정도씩 퍼내어 쇠밥으로 주었습니다. 그리고 재고가 가장 적은 안티구아를 빨리 먹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이 글은 아홉 번째 원두 리뷰로 올라왔지만, 일곱 번째 원두 리뷰인 치아파스보다 먼저 완성되었습니다. 미리 써 놓고 나중에 올린 것이지요)


 콜드 브루 커피, 터키시 커피, 티백 커피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마셔 보았습니다. 상당히 만족스럽고 흡족한 커피여서, 쇠밥으로 75g을 줬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 뻔했습니다.


 과테말라 안티구아에 자동적으로 붙는 표현은 '스모키하다'는 말일 겁니다. 스모키한 커피가 흔치 않으니까요. 추출한 커피를 마시며 신중하게 향을 음미하다 보면 나무를 그을린 것과 같은 냄새가 섞여있음을 느낄 수 있지요. 원두를 분쇄한 상태(fragrance)나 분쇄한 원두가 물에 젖은 상태(aroma)에서는 생각만큼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aroma로서는 꿀과 같은 달콤한 향이 더 인상적입니다. 다크초콜릿도, 헤이즐넛도, 호두도 아닌, 제가 맡아본 향 중에서는 꿀에 제일 가까운 향입니다. 내가 잘못 맡았나… 싶었는데, SCAA Flavor Wheel에 시럽(syrup-like)의 하위 범주에 꿀(honey)이 들어가 있네요. 추출이 끝난 커피 원두를 말리다 보면 온 방에 꿀냄새가 가득합니다.


 그냥 스모키한 커피, 라고만 평가하고 끝낼 수 없는 커피입니다. '결이 좋다'고 표현하고 싶은—부드럽고 기분 좋은 산미, 적절하면서도 뒤끝이 텁텁하지 않은 쌉쌀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고급스럽고, 자극적이거나 밋밋하지 않은, 균형 잡힌 커피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순례(?)가 끝나면 자주 찾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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