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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파나마 다이아몬드마운틴 (Panama Diamond Mountain) 300g

 구입일 : 2013. 11. 25.

 구입처 : 카페뮤제오



 저의 열세 번째 커피는 파나마 다이아몬드마운틴이었습니다.


 <Coffee>[각주:1]에서는 '코스타리카와 인접한 서쪽 지역의 커피는 코스타리카 커피의 특성에 가깝고, 콜롬비아와 인접한 동쪽 지역의 커피는 콜롬비아 커피의 특성에 가깝다'고 하고, <커피 교과서>[각주:2]에서는 '코스타리카 및 콜롬비아와 지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향미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독자적이다'고 하는, 두 책의 평이 완전히 엇갈리는 재미난 나라입니다. (일반론 차원에서 따지자면, 두 책의 평 중 하나는 틀릴 수밖에 없겠지요. 이러한 외나무다리 매치의 또 다른 예로는 케냐 커피 품종 SL-28에 대한 평가[각주:3]가 있습니다)



 파나마 다이아몬드마운틴은, 에스메랄다 게샤(Esmeralda Gesha)로 유명한 에스메랄다 농장의 브랜드입니다. 에스메랄다 농장은 보케테(Boquete) 지방—파나마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각주:4] 품종은 티피카, 부르봉, 카투아이. 재배고도는 1400-1700m로 파나마 SHB등급을 획득하기에 충분합니다. 카페뮤제오의 SCAA 커핑 점수는 87.5점. Very good/excellent/outstanding 중 'excellent' 정도의 수식어를 줄 만한 점수입니다.




 "이거 이번에 산 이르가체페야"라는 말과 함께 친구에게 파나마 다이아몬드마운틴을 선물받는다면 '어머 역시 이르가체페는 보편타당해~' 하고 속아넘어갔겠다 싶을 만큼, 다이아몬드마운틴은 이르가체페와 닮았습니다. 고소한 냄새와 상큼한 산미, 꽃과 같은 향기, 비교적 가벼운 바디감… 작정하고 구분하려 들면 볶은 깨의 고소함(이르가체페)과 볶은 견과류의 고소함(다이아몬드마운틴), 감귤 느낌의 산미(이르가체페)와 히비스커스 느낌의 산미(다이아몬드마운틴) 정도의 변별 자질을 뽑아낼 수 있겠고, 파나마 쪽이 조금 풀과 같은 느낌을 준다는 인상평가도 가능하지만, 이름표가 안 붙은 이르가체페와 다이아몬드마운틴을 커핑으로 구분할 자신은 없습니다. 일반 등급 커피 상등품이 스페셜티 커피와 맞먹다니… 역시 보편타당한 이르가체페!


 티포트 브루 커피보다는 터키시 커피로 추출하는 편이, 산미와 깔끔함을 살릴 수 있어 좋습니다. 자바, 만델링, 하라 등과 반씩 섞어 마셔보면 스페셜티 커피 특유의 스페셜한 느낌(…)이 죽습니다. 스페셜한 느낌은 '조금 더 나은 디테일'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데(여전히 애매모호한 말이기는 합니다), 이 디테일은 티포트 브루 커피로 뽑았을 때 생기는 약간의 잡맛에도 덮여 사라지고 다른 커피와 반씩 섞었을 때 혼입되는 특성에도 쉽게 덮여 사라집니다. (스페셜티 커피나 COE 커피를 블렌딩에 잘 사용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조금 더 나은 디테일의 '깨지기 쉬운' 특성 때문일 것입니다)


 파나마 다이아몬드마운틴은 저에게 잔잔한 만족감을 줍니다. 바디감이 약간 가벼운 쪽에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으며, 맛과 향 모두 준수한 편입니다. 탄자니아 AA만큼이나 무난해서 인상적이지 않은, 어찌 보면 슬픈 커피이기도 하고요. 다시 찾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농장의 게샤를 마시고 신의 얼굴을 보았다는 그 커퍼는 대체 얼마나 훌륭한 커피를 마셨던 것일까 궁금해집니다.




 각주


  1. 여동완, 현금호 (2004) 가각본. pp.77-95 (요약본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2. 호리구치 토시히데 지음, 윤선해 옮김 (2012) <커피 교과서> 달. pp.156-197 (요약본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3. <인디커피교과서>에서는 "케냐 커피 고유의 신맛의 풍부함을 떨어뜨림으로써 케냐 커피의 다채로움을 잃어버리게 했다는 애호가들의 비판이 많다"며 혹평을, <커피 교과서>에서는 "특히 향미가 뛰어난 품종이며, 케냐 커피의 훌륭한 특징(감귤계와 와인을 연상시키는 산과 바디가 조화를 이루며 맑고 깨끗한 맛)은 이 품종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며 호평을 했습니다. [본문으로]
  4. 파나마 동쪽에 위치한 주요 커피 산지는 Pinogana, La Palma등을 들 수 있습니다. 콜롬비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는 파나마 동쪽의 커피가 정말 콜롬비아처럼 마일드한지 확인하려면 이 지방의 커피를 구해서 마셔보면 될 텐데, 산지를 여기로 명시한 파나마 커피를 국내에서 찾기가 힘드네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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