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절임을 만들다 재료 계산을 잘못 해서 설탕 1kg이 남은 적이 있습니다. 커피에 넣어 마시고 두유에 넣어 마시고 하다 보니 어느새 다 먹어버렸고, 설탕이나 꿀이 아닌 감미료도 맛보고 싶었던 저는 메이플시럽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250mL짜리 메이플시럽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아가베시럽이 그 다음 순서로 찬장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감미료를 살까 고민하면서 관련 자료를 뒤적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어느 시럽에 어떤 감미성분이 들어 있는지, 각 감미성분의 특징은 어떠한지… 그런 것들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죠. 탐구 끝에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건강에 좋은 감미료는 없다. 2) 설탕은 생각보다 해롭지 않다. 3) 단 맛이 당긴다면, 달게 조금만 먹자. 감미료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당분이 우리 몸..
파보일드 커피의 레시피를 조금씩 변경하면서 커피를 마셔오다가, 이제는 수정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레시피 수정 안내를 합니다. 주요한 변경점은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해당되는 레시피가 등장하는 이 블로그의 다른 글도 이에 맞게 수정되었습니다) ① 뜸 들이는 시간 연장 40초→45초로 연장. ② 원두를 투입하는 시간을 고정 45초 내에 원두를 투입하고 휘저어주는 것으로 변경. ③ 재가열 시간 변경 작은 거품이 올라올 때부터 시간을 재서 40초→불을 켜고 45초로 변경. 오랜 시간에 걸쳐 원두를 투입하면 그만큼 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에 재가열을 오래 해야 끓어오르게 되고, 결과적으로 원두가 오랜 시간 뜨거운 물 안에 머무르게 됩니다. 원두를 투입하는 시간에 따라 커피의 맛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죠. 커피의 맛..
저는 '일반적인' 커피 추출법을 사실상 사용하지 않습니다. 제 블로그를 처음 방문한 분께는 낯설 추출법을 주로 사용하지요. 콜드 브루 커피로 모든 것을 해결할 때는 원두를 리뷰할 때마다 해당 페이지로 링크를 걸어 추출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파보일드 커피를 고안하고 나니 언제 하루 날을 잡아 이 블로그의 커피 추출법을 정리하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 포스팅을 작성하였습니다. 이 블로그의 원두 리뷰 등에 자주 등장하는 추출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콜드 브루 커피 150mL의 물에 원두 8g을 모카포트 굵기로 분쇄하여 찬물에 담아 18시간 정도 우려낸 다음 눈이 가는 체로 거르는 것이 오리지널 레시피입니다. 더치 커피와 유사하지만, 원두 위로 한 방울씩 물을 떨어뜨리지 않고..
경매, 그리고 "제2의 창" 케냐 커피는 보통 습식으로 가공되어 볕에 말려 건조된 다음, 가공 공장으로 운송되어 품질과 크기에 따라 등급이 매겨집니다. 등급이 매겨진 커피는 정부가 운영하는 커피 경매장에서 팔릴 수 있게 됩니다. 나이로비에 있는 이 경매장에서는 1935년 이래 매주 경매가 열렸습니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 수출업자는 각국의 바이어에게 로트(lot)별 샘플을 보냅니다. 바이어들은 이 샘플을 바탕으로 어느 로트에 입찰할 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이 경매 시스템은 투명성과 공정성이 높은 것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가장 높은 값을 부른 사람이 로트를 낙찰받고, 농장주는 뛰어난 커피를 생산한 데 따른 보상을 받으니까요.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몇몇 생산자(가공업자)들은 경매에 내놓은 커피가 팔렸는데도..
2014년 7월 29일에 글을 수정합니다. 원래는 글을 삭제하고 포스팅을 재개할 생각이었지만, 그랬다가는 검색엔진에 새 글이 안 뜰 것 같기도 하고 답글 달린 글을 지우기 아까워서 추가 내용을 붙이고 글을 보존하겠습니다. 어, 하는 사이에 8월이 눈앞까지 왔습니다. 휴가는 종류를 불문하고 빛의 속도로 지나가게 마련인가 봅니다. 커피와 관련된 특별한 자기계발을 할 틈은 없었지만 쉬고 나니 머리는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모처럼 리뷰의 압박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았고요. 리뷰를 놓아버린 건 아니지만, '빨리 마시고 리뷰 써야 하는데'와 같은 생각에 쫓기지 않아서 여유가 있었습니다. 월요일에는 포스팅을 하고 때에 따라 비정기 포스팅을 할 수 있는, 한 달에 4+@건(혹은 5+@건)의 페이스를 잡을 생각입..
이 글은 격월간지 의 "Navigating Origins"시리즈의 기사 중에서 케냐 편을 골라 편역한 것입니다. 잡지사 홈페이지의 "Roasting 101" 페이지에서 입수한 PDF 파일을 자료로 삼았습니다.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와 이웃한 나라인 케냐에, 커피 나무가 처음 뿌리를 내린 지는 채 120년이 되지 않았다는 점은 꽤 놀라운 일입니다. 케냐 상인이 아프리카의 이웃나라와 중동 국가와 교역을 했지만, 이 나라는 서양인의 지도에 19세기 중반까지 오르지 않은 채 남아 있었습니다. 그 후 독일인 선교사들이 케냐를 여행하고 돌아와 웅장한 산과 거대한 호수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유럽인들은 케냐로 몰려가 탐사를 하고 터전을 마련했습니다—그리고 이 때 유럽인들이 케냐에 커피를 가져갔지요. 스코틀랜드 선교사..
컵 프로파일 (Cup Profile) 에티오피아 커피의 특성 중 제(Mark McKee)가 특히 높이 사는 것은, 지역마다 특성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하라(Harrar)는 확연한 나무(woodsy), 육두구(nutmeg), 계피(cinnamon)의 아로마를 가지며 커핑을 진행하는 동안 향미가 일정한 경향성을 갖습니다. 시다모(Sidama)는 풀시티 초중반으로 로스팅했을 때 자두(plum), 살구(apricot), 복숭아(peach), 꽃과 같은 아로마, 딸기류(berry)를 떠올리게 하는 특성을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원두를 로스팅할 때는 원두의 색이 제각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1차 크랙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특히 그러하지요. 하지만 면밀히 관찰하다 보면 1차 ..
이 글은 격월간지 의 "Navigating Origins"시리즈의 기사 중에서 에티오피아 편을 골라 편역한 것입니다. 잡지사 홈페이지의 "Roasting 101" 페이지에서 입수한 PDF 파일을 자료로 삼았습니다. 원제의 origin은 '커피 산지'를 뜻한다고 할 수 있지만 '기원(source)'이라는 사전적 풀이 또한 무시할 수 없어, 이 둘을 감쌀 수 있는 '고향'이라는 말을 제목에 사용했습니다. 최근에 저(Mark McKee)는 시애틀의 서늘하고 습기 찬 거리를 걸으며, 다양한 커피 가게에 사람들이 들어찬 광경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각자 스페셜티 드링크와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고 있었죠. 손님 몇 명을 붙잡고 '커피의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봤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저를 빤히 쳐다보고 조금 웃다..
이번 편에서는 커피(생두) 가공법에 따라 달라지는 커피(음료) 맛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글쓴이(Willem J. Boot)는 파나마의 Chinta, Lina, Jaramillo 농장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한 커피를 맛보고 비교했는데, 그 부분을 옮겨 보겠습니다. 커핑 점수의 차이는 최고점-최저점이 3~5점이었으며 점수 경향은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Chinta와 Jaramillo에서는 "반습식, 발효 안 함, 점액질이 붙은 채로 건조" 가공법이 각 농장에서 제공한 커피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Lina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옮긴이의 의견을 덧붙이자면, 이 실험은 특정한 가공법이 좋다/나쁘다를 가리는 실험이 아니라 '다른' 가공법이 얼마나 '다른' 맛과 향을 낼 수 있는지를 알아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