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 온도계를 사용해 고객에게 제공될 카페 라테의 온도를 재는 것은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까다롭고 비효율적이다' 가 됩니다. 카페 라테에 들어가는 우유의 스팀 온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몇 도로 스팀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최적 범위가 몇 도에서 몇 도까지인가─에 대한 이견은 있겠지만, 최적 범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가 중요하지 않은가에 대해서는 아마 이견이 없을 겁니다. 너무 뜨겁게 스팀하면 우유에서 가열취가 나고 폼이 거칠어지며, 너무 낮게 스팀하면 우유의 단맛이 살지 않고 폼이 떡지니까요. 이 중요한 스팀 온도는 사실상 전적으로 바리스타의 손 감각에 의지해서 측정됩니다. 스티밍 중인 밀크 피처에 손바닥을 대었을 때 '앗 뜨거' 싶은 순간, 우유의 온도는 55도 내외라..
보온병과 텀블러에 대해 예전에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보온병 수집가의 보온병 이야기"죠. 그리고 아홉 달 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보온병과 텀블러에 넣은 커피를 넣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수많은 아이쇼핑을 했고, 후속편을 써도 될 만큼 글감이 쌓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포스팅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사용중인 조지루시 ESE-35 죽통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커피를 담아 다니는 용도로 쓸 때, ESE-35의 장점과 단점을 나열해 보면… 장점 - 입구가 넓어 설거지하기 편합니다. - 잘 넘어지지 않습니다. 키가 큰 보온병이나 텀블러에 비해 안정적입니다. - 전용 가방이 기본으로 제공됩니다. (가방에 넣으면 보온이 좀 더 잘 됩니다) - 원터치 보온병보다 입구가 넓어 커피 체인점에서 음료를 받을..
'한 방에 가기'라는 주제로 글을 준비하면서 쓰고 싶었던 굵직한 이야기들은, 앞의 글들을 통해 대부분 풀어낸 것 같습니다. 이번 글은 제품의 '숨은 가격'—가격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사용하다 보면 어떻게든 우리에게서 돈과 시간과 수고를 빼가는 것들을 다루게 될 것입니다. 익숙한 내용이나 상식적인 내용도 많겠지만, 한 번 확인하고 넘어간다는 생각으로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당히 조야한 분류법이지만, '발생주의적 사고'와 '복식부기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이재(理財)에 밝고 '현금주의적 사고'와 '단식부기적 사고'에만 익숙한 사람은 이재에 어둡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시를 좀 들어볼 생각이었지만, 단순한 예시는 디테일을 껴안지 못하고 디테일을 충분히 살린 예시는 명쾌하지 않아..
예전 글 에서, 저는 '한 방에 가기'를 조건부 지지하면서 다음 조건을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 오래 쓸 게 확실하다면. - 내가 원하는 성능을 갖춘 제품 중 가장 저렴한 축에 든다면.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틀린 데가 없는 조건들이지만 아주 추상적이지요. 오래 쓸 게 확실한지, 내가 원하는 성능을 갖춘 제품 중 가장 저렴한 축에 드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당시에는 판단이 서지 않아 그쯤에서 글을 마무리지었습니다만, 영기준예산(ZBB, Zero-Base Budgeting)의 의사결정패키지라는 것을 얼마 전 알게 되었고 이거다 싶어 후속편을 쓰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덕질하는 데 쓸모가 있나 봅니다. 편의상 다음 상황을 가정하겠습니다. 당신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한 대 사고 싶고, 그..
가격대 성능비는 상당히 간단하고 직관적인 기준입니다. 제품의 가격과 성능을 알면 가성비를 산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용편익분석이라도 하려면 기회비용과 소비자잉여를 알아내야 하는데, 이게 보통 수고로운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큰 돈을 움직이는 사업에서는 보통 수고로운 게 아닌 비용편익분석이 자주 쓰입니다. 가격대 성능비에는 없고 비용편익분석에는 있는 '그 무엇'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가격대 성능비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요? 가격대 성능비(이하 가성비)는 제품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쓰일 수는 있어도 제품 구입의 타당성이나 구입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쓰기에는 좋지 않습니다. 가성비라는 기준이 무엇을 놓친다기보다는, 가성비라는 기준을 잘못 적용함으로써 무언가를 놓치게 된다고 말하는 편이 정..
원두를 자동으로 볶아주는 로스터는 비쌉니다. 수명이 영원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누군가 이 물건을 산다면, 편리하고, 시간이 절약되고, 시행착오를 덜 겪어도 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그 값을 치르는 것이라 보아야 할 겁니다. 원대한 포부와 함께 구입한 도구들이 찬장으로 들어가 다시 나오지 못하는 일을 몇 번 겪고 난 사람이라면 편리한 도구를 자주 쓰게 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되고, 버튼 하나 누르면 되는 머신의 값도 어느 정도는 납득할 수 있게 될 테고요. 그런데 과연 내가 이걸 사서 남는 장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전자동이라는 점에서 '재미'는 이미 포기한 셈이고, 편리하기야 당연히 편리할 테니, 금전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면 살 만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생두 판매..
여행은 좋은 경험입니다. 하지만 커피 애호가에게는 '그럼 거기 있는 동안 커피는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거리를 던져주지요. (ㅋㅋㅋㅋㅋ) 이런저런 회사에서 나오는 온갖 아웃도어용 커피 추출 도구들을 보면, 커피를 마시겠다는 인간의 집념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Handpresso, GSI Mini eXpresso, Esbit outdoor coffee maker. Handpresso는 뜨거운 물을 필요로 합니다. GSI와 Esbit의 제품은 열원이 필요합니다. 사진의 출처는 다음에 링크된 웹 문서와 포스팅들입니다 : [1], [2], [3] 올 봄 전남 쪽에 내려갈 때는 프리미엄 스틱커피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아서 커피 추출 도구를 싸들고 가기로 했습니다. 나름대로는 가..
수 차례에 걸친 시도 끝에 150ml의 물에 18g의 원두를 설탕 정도의 굵기(모카포트에 쓸 만한 굵기)로 갈아 넣고 20시간 정도 추출하는 콜드 브루 커피 추출법을 고안했지만,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남아 있었습니다. 산미였죠. 쌉쌀한 맛과 향기는 무척 진했지만, 산미는 제가 기대한 만큼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콜드 브루 커피 대신, 뜨거운 물로 추출한 커피를 차게 식혀 보관하는 방법을 고안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인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준비물 - 2500mL 유리포트(약탕기 유리포트) - 유리포트를 찬물에 담글 때 사용할 바가지/대야 - 유리포트를 식힐 찬물, 커피 추출 도구, 커피 보관 용기 ① 뜨거운 물로 커피를 추출합니다. (터키시 커피든, 티포트 브루 커피든, 그 외의 방법이든) ② ..
추출이 끝난 커피 원두를 말리는 방법에 대해 두 편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체 위에 펼쳐 말리는 방법과 신문지 위에 펼쳐 말리는 방법이었죠. 신문지 위에 펼치는 쪽이 훨씬 건조가 빨랐습니다. 이렇게 건조한 커피 가루는 방향제나 탈취제로 쓸 수 있습니다. 종이컵에 담아 화장실에 놓아도 되고, 음식물 쓰레기 모으는 통에 조금씩 섞어 넣어도 되고, 냉장고에 넣어도 됩니다. 추출이 끝난 커피 원두를 싹싹 긁어낸다고 해도 커피를 추출할 때 쓴 티포트나 드립서버, 눈이 가는 체에는 커피 찌꺼기가 어느 정도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는 물로 살짝 헹궈낸 다음, 커피 가루가 둥둥 떠 있는 물을 다른 설거지감에 부어놓으면 설거지감의 냄새를 빼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단, 경우에 따라 그릇에 색이 밸 수 있습니..
추출이 끝난 커피 원두(표현하기에 따라서는 커피 가루 혹은 커피 찌꺼기)를 말리는 방법에 대해 예전에 을 쓴 적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통 위에 큰 체를 받치고 그 위에 커피 원두를 펼쳐 말리는 방법이었죠. 가을까지는 이 방법이 아주 유용했지만, 습한 겨울 날씨에 베란다에 널어 놓은 원두가 잘 마르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 콜드 브루 커피를 연속으로 대량 추출할 일이 생겼는데, 체 위에 펼치는 방법으로는 이 많은 원두를 감당할 수 없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것은… 신문지였습니다. 이렇게 널어 말리면 아주 잘 마릅니다. 빨래 건조대 위에 신문지를 펼쳐 놓고 양쪽을 빨래집게로 집어 고정합니다. 그 위에 원두 가루를 펼쳐 놓는 것이죠. 원두에 남아 있는 물기를 신문지가 빨아들이고, 신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