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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격월간지 <Roast>의 2007년 1월-2월호, 3월-4월호의 기사 두 편을 편역한 것입니다. 잡지사 홈페이지의 "Roasting 101" 페이지에서 입수한 PDF 파일을 자료로 삼았습니다. 기사 두 편의 원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Wet, dry, and everything in between : How coffee processing affects your cup [Part 1 of 2]

 Fruity, fermented, and everything in between : How coffee processing affects your cup [Part 2 of 2]


Roast_JanFeb07_WetDryEverything.pdf

Roast_MarApr07_FrtyFrmtdEvything.pdf




 로스터가 커피 가공법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각주:1]

 <3월-4월호, p.34>


 로스팅 회사가 커피 가공법을 논의하는 자리에까지 끼어들 필요가 있나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습니다. 로스터가 믿을 만한 커피 수입상이나 중개상을 통해 (필요한) 생두의 전량을 공급받는다면, 생산자의 문제(=생산자가 고민해야 할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할 이유가 있나요? 저(Willem J. Boot)의 생각으로는, 스페셜티 로스팅 회사와 전통 있는 로스팅 회사들은 생두의 품질에 각별한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 전통 있는 중개상과 수입상이, 중요한 품질 요인(커피 가공법, 그리고 커피 가공법이 향미에 미치는 영향)에 갈수록 자신만만해지고 있는 것이 저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커피 가공 과정은 적어도 일곱 개의 결정적인(critical) 단계를 거칩니다. 이 단계를 거친 결과물은 커피 생산자의 수행(=가공 실력)과 농장주의 상업적 성공을 좌우합니다. 생산자의 가공 실력이 나아지면 로스터가 손에 넣는 생두의 품질도 올라갑니다. 생산자와 직거래하기를 원하는 로스터는 습식과 건식 커피 가공 공장 몇 곳을 둘러볼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 이 과정을 통해 커피 가공법에 대한 개괄적인 지식을 쌓아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커피 가공법에 대한 지식을 확장하면 한결 좋은 생두를 구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당신이 로스팅하는 원두의 품질도 그에 따라 올라갈 것입니다.




 커피 가공법의 기초

 <1월-2월호, pp.37-38>


 오래 전해져 내려온 말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 "형편없는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많다." 생두를 만드는 가공 과정에 딱 들어맞습니다. 생산자가 명확하게 수립된 가공 과정('체리에서 생두까지')을 따르는 것의 중요함도 이 말이 깨우쳐줍니다. 세계적으로 쓰이는 커피 가공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 습식(fully washed), 건식(natural sun-dried), 반습식(semi-washed) 혹은 펄프드 내추럴(pulped natural)이라 불리는 혼합 가공법(hybrid process)입니다.


 저는 에티오피아의 저명한 생산자이자 수출상인 Abdellah Bagersh에게, 커피 가공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단계 세 가지가 어떤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첫째는, 양질의 체리만 따고 덜 익은 체리를 골라내서 품질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발효(fermentation)입니다. 발효 과정을 거치는 커피에 한해서지만요. … 발효가 일어나는 동안이 아주 결정적인 시간입니다. 품질(=상품성)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셋째는, 건조 과정입니다. 심혈을 기울여서 말려야 해요. 통풍이 충분히 이루어지게 조치도 해야 하고요."




 좋은 커피의 필수요소 : 양질의 체리만 따기

 <1월-2월호, pp.39-43>


 과테말라에서 열린 ANACAFE의 연구는, 아주 적은 비율(0.5-3.5%)의 미숙 체리도 커피의 맛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ANACAFE의 커퍼들은 가리지 않고 체리를 딴(non-discriminate picking) 까닭으로 생겨난, 불쾌한 astringency[각주:2]를 감지해 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체리를 따는 인부의 대부분은 그들이 따 오는 열매의 양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습니다. 그리고 잘 익은 체리만 따면 그들의 수확량은 30%, 혹은 그보다 더 줄어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셜티 커피를 꿈꾸는 생산자에게는 (양질의 체리를) 골라 딴 인부에게 보너스를 얹어 주는 것이 훨씬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 추가적인 투자를 하여 (양질의 체리를) 골라 따면 그에 따라 커피의 품질도 높아질 것이고, 더 높은 값을 받을 가능성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최근 콜롬비아에 방문했을 때, 커피 농장주들이 스페셜티 산업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커피의 품질을 향상시키려는 의욕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감지했습니다. 콜롬비아에서는, 대부분의 농장주들이 커피 나무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심습니다 ; 세어 봤더니, 어느 농장에서는 헥타르당 8,000그루가 넘는 나무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비교를 위해 말씀드리자면, 파나마의 스페셜티 커피 농장주들은 대부분 헥타르당 3,000그루 이상을 심지 않습니다.[각주:3]


 콜롬비아의 어마어마한 나무 밀도 때문에, (양질의 체리를) 골라 따는 작업은 더 많은 인부를 필요로 합니다. 여기서부터 콜롬비아 농장주들이 골치아파지기 시작합니다. 인력을 더 구하기도 힘들거니와, 생산자들은 (양질의 체리를) 골라 딴 인부에게 인센티브를 얹어주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인부들은 커피 나무의 가지를 훑어서(stripping) 체리를 수확합니다. 잘 익은 체리만 골라 따는 대신에요. 첫 단추를 끼울 때부터 커피의 품질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는 것입니다. 콜롬비아에서 온 수많은 커피 샘플에서 제가 미숙과의 향미(youngish or greenish flavor notes)를 감지한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방문 도중 한 가공 공장에서 측정해 봤더니, 50퍼센트 이상의 체리가 부분적으로, 혹은 전적으로 미숙한 상태였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부문에서 성장을 이룬 르완다와 같은 나라는, 들어오는 체리의 품질에 중점을 두고 관리할 가치가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르완다에 있는 많은 가공 공장들은, 엄격한 검사 과정을 운영하여 가공을 위해 들어오는 체리를 검사하고 있습니다.


 덜 체계적이기는 하지만, 잠비아의 현장에서도 비슷한 검사 과정을 보았습니다. 등에 아이를 끈으로 잡아맨 여자 인부가 그 날의 수확분을 현장 주임에게 보였고, 그는 체리 더미를 짧은 나무막대로 검사했습니다. 현장 주임은 대단히 진지해 보였고, 그녀가 체리를 제대로 골라 따지 않았다며 불만을 나타내었고, 그녀의 체리를 받아주지 않을 것처럼 굴었습니다. 그 때 그녀의 눈은 지치고 화나 보였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땀으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딴 커피의 품질이 충분하다고 간주되고서야 그녀는 일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달러의 절반 정도였습니다.


 하와이의 몇몇 농장주는 굴절계(refractometer)를 사용하여 커피 체리의 당도를 측정합니다. 최고로 잘 익은 커피 체리는 보통 최고로 높은 브릭스(Brix) 값을 보입니다. 이 측정법은 와인업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져, 포도 생산자들은 충분한 브릭스 값에 이르지 않은 포도를 따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덴마크의 Estate Coffee에 근무하는 커피 바이어 Peter DuPont에게, 공급자의 가공 공장을 방문했을 때 어떤 점을 눈여겨보느냐고 물었습니다. "가공 공장 그 자체를 많이 봅니다. 과육을 제거하는 기계장치가 얼마나 청결한지, 그들이 얼마나 올바르게 품질 분류를 하는 지 봅니다. 1등품, 2등품, 3등품을 분류할 때 어느 정도의 tolerance[각주:4]를 두는지 말이에요. 로스터로서 저는 엄밀하게 분류한 상등품을 구입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렇게 엄격한 체계가 모든 곳에서 채택된 것은 아닙니다. 발달된 체계를 촬영한 사진을 콜롬비아의 커피 생산자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그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고, 심지어 몇 분 동안 그 사진의 진위를 의심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잘 익은 체리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최우선적으로, 진홍색(dark red)내지 버건디 와인(burgundy)의 빛깔이어야 합니다. 체리를 쥐어짤 때 파치먼트(parchment beans)가 쉽게 튀어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점액질에 싸인 파치먼트에서 단맛을 느낄 수 있으며 잘 익은 망고나 파파야 혹은 그 외의 이국적인 과일의 향을 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음…, 저는 에티오피아 카파의 야생 커피 나무 숲을 지나며 잘 익은 체리를 맛보았는데, (글자 그대로) 달콤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파나마의 고원에서 자란 잘 익은 게샤 체리의 향미는—파파야와 레몬이 느껴졌고, tamarind의 뒷맛이 났습니다—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각주


  1. 이 번역물에 포함된 각각의 글토막은 두 편의 기사 이곳저곳에서 잘라내어 번역한 것입니다. 소제목('로스터가 커피 가공법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 등)은 제가 글토막에 맞게 적절히 붙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본문으로]
  2. '백반 혹은 명반을 혀에 올렸을 때의 떫고 짜고 시고 한 날카로운 느낌'. Flavor Wheel에서 맛을 나타내는 말 Sharp의 하위범주. 2013년 8월 24일에 올린 "Flavor Wheel, 커피의 맛과 향 [1]" 참조. [본문으로]
  3. 헥타르는 10,000m²입니다. 100m×100m 크기의 땅이 갖는 넓이와 같습니다. 1헥타르에 8,000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다면, 모내기하듯 줄 맞춰 심었다고 가정할 때 옆 나무와의 간격은 약 1.12m입니다. 1헥타르에 3,000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다면, 옆 나무와의 간격은 약 1.83m입니다. [본문으로]
  4. 문맥을 살펴볼 때 원문의 'set the tolerances'는 ①분류 기계를 세팅할 때 허용 오차를 얼마로 두는지, ②등급을 분류할 때 얼마나 관용을 두는지(1등급에 조금 못 미치지만 1등급으로 판정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모두 가능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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