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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의 커피 추출법

느린악장 2014. 9. 15. 09:18

 저는 '일반적인' 커피 추출법을 사실상 사용하지 않습니다. 제 블로그를 처음 방문한 분께는 낯설 추출법을 주로 사용하지요. 콜드 브루 커피로 모든 것을 해결할 때는 원두를 리뷰할 때마다 해당 페이지로 링크를 걸어 추출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파보일드 커피를 고안하고 나니 언제 하루 날을 잡아 이 블로그의 커피 추출법을 정리하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 포스팅을 작성하였습니다.




 이 블로그의 원두 리뷰 등에 자주 등장하는 추출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콜드 브루 커피


 150mL의 물에 원두 8g을 모카포트 굵기로 분쇄하여 찬물에 담아 18시간 정도 우려낸 다음 눈이 가는 체로 거르는 것이 오리지널 레시피입니다.


 더치 커피와 유사하지만, 원두 위로 한 방울씩 물을 떨어뜨리지 않고 물에 원두를 담가 냉장고 안에서 추출을 진행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원두를 정말 조금 쓴다는 점도요.


 원두의 향(aroma)과 와인의 느낌을 잘 살려낸다는 강점이 있지만, 산미의 표현이 대단히 제한적이고 생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새로 들어온 원두의 특성을 알아볼 때 한두 번 사용합니다.




 나. 터키시 커피 (이 블로그에서 '터키시 커피'라 부르는 추출법)


 100mL의 물에 원두 8g을 모카포트 굵기로 분쇄하여 끓인 다음 눈이 가는 체로 거릅니다. 구리 냄비를 사용하였을 때 2분 30초 정도면 추출이 끝납니다.


 이 블로그에서 '터키시 커피'라 부르는 추출법은 분쇄한 원두를 물에 넣고 끓인다는 점만 터키시 커피와 비슷할 뿐, 투입하는 원두의 굵기와 양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추출된 커피의 맛과 향은 오리지널 터키시 커피와 완전히 다릅니다. 훨씬 연하지요. 설탕을 넣지 않고 마실 수 있는 터키시 커피를 목표로 작법을 다듬었기 때문입니다.


 원두의 바디(body)와 고소한 특성을 잘 살려내며, 산미의 표현 또한 좋은 편입니다. 새로 들어온 원두의 특성을 알아볼 때 한두 번 사용하고, 구리 냄비를 닦을 마음이 생기는 날이나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은 날에도 사용합니다.




 다. 파보일드 커피 (Parboiled Coffee) - 구칭은 '세미 터키시 커피(Semi Turkish Coffee)'입니다.


 원두 8g을 드립과 프렌치프레스의 중간 굵기로 분쇄한 다음 끓는 물 50mL를 원두 가루에 부어 45초 동안 뜸을 들이고, 뜸 들인 원두 가루 덩어리를 45초에 걸쳐 끓는 물 200mL에 투입한 다음, 45초 더 가열하는 추출법입니다.


 산미의 표현이 매우 좋고 쓴맛이 적습니다. 깔끔한 느낌을 추구할 때는 좋지만, 바디나 복합적인 맛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할 때가 있습니다. 제 입에는 잘 맞는 편이어서, 자주 사용합니다.




 라. 티포트 브루 커피


 원두 8g을 드립과 프렌치프레스의 중간 굵기로 분쇄한 다음 예열한 찻주전자에 끓는 물 200mL를 부어 추출하는 방법입니다. '찻주전자를 활용한 프렌치프레스'라고 해도 좋을 만큼 프렌치프레스를 닮은 추출법입니다. 뜸들이기 1분, 본 추출 3분 15초로 진행되는 추출법 A와 뜸들이기 없이 본 추출 3분 30초로 진행되는 추출법 B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저는 추출법 A쪽을 자주 사용합니다)


 바디의 표현이 무난하고, 복합적인 맛, 풍성한 느낌, 다크초콜릿 같은 바디감, 구수함, 와인의 느낌 등을 잘 살려내는 편입니다. 복합적인 맛이 감칠맛일 때는 바디와 산미를 돕지만, 복합적인 맛이 잡맛일 때는 산미를 가리고 바디를 텁텁하게 만들기 때문에 원두에 따라 티포트 브루 커피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나을 때도 있습니다. 새로 들어온 원두의 특성을 알아볼 때 한두 번 사용하며, 미리 갈아놓은 원두로 커피를 내리거나 전기포트의 끓는 물만을 사용하여 커피를 내려야 할 때에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합니다.




 이 블로그의 원두 리뷰 등에 가끔 등장하는 추출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다시백으로 추출하는 티백 커피


 원두 8g을 드립과 프렌치프레스의 중간 굵기로 분쇄한 다음 티백에 넣습니다. 잔(보온이 되는 잔이면 더 좋습니다) 다시백을 넣고 펄펄 끓는 물을 붓고, 4분 이상 우려냅니다. 추출이 완료되면 건져냅니다. 좀 더 가늘게 분쇄하면 맛을 진하게 할 수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그때그때 커피를 내려 마실 시간이 없는 단짝을 위해 고안한 추출법입니다. 요즘도 가끔 사용하지만, 유리 약탕기로 커피를 빨리 식히는 방법을 고안한 뒤로는 사용 빈도가 많이 줄었습니다. 진하게 추출한 커피를 더치 커피처럼 병에 담아 건네주는 게 더 편하거든요. 만들기도 편하고, 마시기도 편하고.




 2. 텀블러와 차망으로 추출하는 티포트 브루 커피의 변법


 찻주전자 대신 텀블러 위에 차망을 올리고 끓는 물을 붓는 방법입니다. 원두는 여전히 8g이지만 톨 사이즈 텀블러(12oz≒355mL)를 가득 채울 만큼 물을 붓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묽지만, 미분에서 계속 맛이 우러나오기 때문에 잔 바닥에 가까운 1/3정도의 커피는 제법 진합니다.


 주전자를 씻어 말릴 틈도 없이 바쁠 때 잠시 사용했습니다만, 유리 약탕기로 커피를 빨리 식히는 방법을 고안한 뒤로는 사용 빈도가 많이 줄었습니다. 한 번에 커피를 많이 생산해 두었다가 냉장고에서 조금씩 꺼내 마시는 편이 시간을 아끼는 데에는 더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3. 드립서버와 눈이 가는 체로 추출하는 프렌치프레스의 변법


 드립서버에 드립과 프렌치프레스의 중간 굵기로 분쇄한 원두 가루를 붓고 끓는 물을 부어 추출한 다음 눈이 가는 체로 거릅니다. 유리 약탕기로 커피를 빨리 식히는 방법을 고안하고 나서, 한 배치(?)에 생산하는 커피의 양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입니다.


 한 번에 많은 커피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다른 '본격적인' 추출법들—터키시 커피, 파보일드 커피, 티포트 브루 커피와 비교했을 때 이렇다할 강점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생산량으로 승부하는 추출법이죠. 파보일드 커피 1L를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리스 에델바이스 저그를 구입한 이후로는 사실상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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