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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느린악장 2015.08.31 23:45

 2013년에 커피 블로그를 열었을 때는 카누에 유자청이나 모과청, 매실청 같은 걸 타 마시며 다음에는 어떤 걸 섞어 볼까 고민하는 재미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 때는 할리스에서 구입한 콜롬비아 수프리모 200g을 콜드 브루 커피로 마시는 데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요. 이렇게 써 놓고 나니 소박한 옛 시절의 이야기 같습니다. 불과 2년 전의 일인데도 말입니다.




 1. 별점 매기기라는 이상한 전통에 편승하기


 2년 동안 그럭저럭 60종의 원두를 리뷰했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을 때도 되었지요. 얼마 전부터 원두 리뷰를 쓸 때 별점을 매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별점을 매긴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매겨야 할 지가 문제였습니다.


 분석적인 커핑폼(cupping form)을 사용해 점수를 산출한 다음 이를 별점으로 변환한다면 가장 객관적이겠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①분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고 ②점수를 별점으로 변환하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며 ③그래 봐야 아마추어(…)라는 한계는 극복되지 않은 채 남게 되지요.


더보기 - 점수를 별점으로 변환하는 기술적인 문제


 그래서 저는 객관적인 분석이 아닌 개인적인 선호를 바탕으로 별점을 매기기로 결정했습니다. 만점은 7성(★★★★★★★), 별 반 개는 사용하지 않고, 중간 점수는 4성이 아닌 3성(★★★), 최하점은 1성(★)으로 정했습니다. 각 별점의 의미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 괜찮은 원두.

★★★★ : 상당히 좋은 원두.

★★★★★ : 매우 만족스러운 원두.

★★★★★★ : 놀랄 만큼 훌륭한 원두. (excellent)

★★★★★★★ : 지극히 예외적으로 탁월한 원두에 바치는 경의. (sublime)


★★ : 아쉬움이 남는 원두.

★ : 실망스러운 원두.


더보기 - 별점을 이렇게 매기게 된 이유는…


 별점은 저의 선호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똑같은 별 넷(★★★★)도 어느 원두에 가서 붙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하와이 코나에 달린 별 넷은 그 명성에 비해 실망스러운 하이 커머셜이란 뜻이고 쿠아모스의 엘 나랑호에 붙은 별 넷은 '아주 좋은' 마일드 커피란 뜻이 됩니다. 시티로 볶은 과테말라 원두에 별 넷이 붙는 건 특별한 사건이 될 수 없겠지만 풀시티 후반으로 볶은 인도네시아 원두에 별 넷이 붙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저의 취향을 뛰어넘은, 로스터리의 위대한 승리—로 기록되겠지요. 별점 그 자체는 저의 주관적인 평가에 불과하지만, 글을 읽는 여러분이 저의 취향과 선호를 파악하고서 이 별점이 의미하는 바를 판단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객관적인 자료가 될 겁니다.


더보기 - 사족인 듯 사족 아닌 사족 같은 이야기들




 2. 왜 그래프인가


 간단합니다. 긴 글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그래프는 한 눈에 들어오거든요.


 요즘 저의 원두 리뷰는 꽤 정형화되었습니다. 원두를 리뷰할 때 다루는 특성의 목록이 어느 정도 정해졌고, A라는 특성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a라는 표현—그러니까 관습처럼 자리잡은 표현들의 목록도 어느 정도 정해졌습니다. 이러한 특성과 표현 몇 가지를 빼내어 그래프로 시각화한다면, 긴 글로 표현하던 내용을 집약할 수 있게 됩니다.



 저의 그래프에 들어가게 된 여덟 가지 특성들—산미, 마일드함, 달달함, 고소함, 복합적인 맛, 에스닉함, 쌉쌀함, 강렬함—은 저의 원두 리뷰에 자주 등장하는 특성들입니다. "곡물 같은 구수함과 약간의 달달함, 첫 모금을 삼키고 난 뒤 입안에 남는 쌉쌀한 뒷맛, 비교적 일찍 올라오는 새콤한 산미"(<온두라스 마리&모이>)라는 문장은 고소함, 달달함, 쌉쌀함 축의 특정 지점에 점을 찍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복합적인 맛이 강해져서 제법 강한 커피가 됩니다."(<엘살바도르 SHG 라 디비나 프로비덴시아>)는 복합적인 맛, 강렬함 축의 특정 지점에 점을 찍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 테고요.


 저의 그래프는 객관적인 커핑 데이터가 아닙니다. 저의 리뷰에 등장하는 표현을 시각화한 자료일 뿐입니다. (이 점에서, 저의 그래프는 저의 별점과 닮았습니다)


 다만 특성의 선발과 배치에 신경을 썼기 때문에, 원두의 대략적인 성향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원두 리뷰에 실린 그래프의 오른쪽(대략 2시에서 5시)이 적당히 부풀었다면 중배전한 콜롬비아 같은 마일드 커피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아래쪽(대략 5시에서 7시)이 부풀었다면 에티오피아 건식 같은 구수하고 콤콤한 커피를 기대할 수 있겠지요. 2사분면(대략 9시에서 12시)이 많이 부풀었다면 강배전 케냐 같은 강렬한 커피를 기대할 수 있고, 왼쪽(대략 7시에서 11시)이 많이 부풀었다면 강배전 만델링 같은 쌉쌀하고 콤콤한 커피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추출법에 따라 특성이 조금씩 달라지므로 그래프는 터키시 커피(<이 블로그의 커피 추출법>에 나오는 터키시 커피입니다)를 기준으로 작성하고, 추출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특성은 본문에서 다룰 것입니다. 그래프에 들어가지 않은 특성들—바디감, 와인의 느낌, 산미의 양상, 향기 등—은 그래프 아래의 노트에 간단히 표기하고, 본문에서 다시 한 번 다루게 될 것입니다.




 제 리뷰에서 그래프는 서론의 역할을 맡을 겁니다. 그래프에는 본문에 들어갈 내용이 집약되어 있고, 그래프를 보고 나서 본문을 읽으면 내용을 파악하기 쉬워지니 리뷰의 첫머리에 놓이는 편이 좋겠지요. 별점은 결론의 역할을 맡을 겁니다. 별점에는 저의 선호가 집약되어 있고, 본문을 읽고 나서 별점을 보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파악하기 쉬워지니 리뷰의 마지막에 놓이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이렇게 글을 맺고 나니 기분은 좋습니다. 예전보다 짧고, 명료하고, 서본결까지 갖춘 리뷰를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예순한 번째 원두인 르완다 루붐부 스페셜티부터, 새로운 형식의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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