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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격월간지 <Roast>의 "Navigating Origins"시리즈의 기사 중에서 에티오피아 편을 골라 편역한 것입니다. 잡지사 홈페이지의 "Roasting 101" 페이지에서 입수한 PDF 파일을 자료로 삼았습니다. 원제의 origin은 '커피 산지'를 뜻한다고 할 수 있지만[각주:1] '기원(source)'이라는 사전적 풀이 또한 무시할 수 없어, 이 둘을 감쌀 수 있는 '고향'이라는 말을 제목에 사용했습니다.


NavOrig09_3_MayJun.pdf




 최근에[각주:2] 저(Mark McKee)는 시애틀의 서늘하고 습기 찬 거리를 걸으며, 다양한 커피 가게에 사람들이 들어찬 광경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각자 스페셜티 드링크와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고 있었죠. 손님 몇 명을 붙잡고 '커피의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봤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저를 빤히 쳐다보고 조금 웃다가 "시애틀이죠, 당연히!"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말을 걸어 본 사람들 중 커피의 고향이 저 멀리에 있는 에티오피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던 이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완만한 구릉과 산을 걷다 보면 아직도 커피가 야생 상태에서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라를요. 커피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할뿐만 아니라, 커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이는 나라를 말입니다.



 역사


 (양치기 소년) 칼디(Kaldi)와 (커피 열매를 먹고) 춤을 추던 그의 염소들의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커피가 이슬람 문화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과정에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그 칼디가 커피 체리를 발견하고 커피 체리가 염소에 미친 영향을 알게 되자마자 그는 커피 체리를 이맘(imam, 사원의 예배 인도자)에게 들고 갔다고 합니다. 이맘은 칼디의 이야기를 듣고는 체리를 불가에 던져버렸지요. 사원은 곧 경이로운 향기로 가득찼습니다. 이맘은 커피 낟알을 불에서 건져 주전자(ewer)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습니다. 그날 저녁[각주:3], 예배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음료를 즐겼고 잠을 쫓는 효능에 크게 놀랐습니다. 이렇게 커피는 저녁 예배 전통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예멘으로 수출되었습니다. 이 때 짐을 나르던 수단인(Sudanese) 노예들은 커피 체리를 동물성 지방과 기(ghee, 버터 기름)로 둘러 최초의 '에너지 바'라고 할 만한 물건을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오늘날) 에티오피아의 커피 생산은 저러한 옛날 방식과는 아주 많이 달라졌지만, 커피 나무는 여전히 이 나라의 이곳저곳에서 야생 상태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커피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 텃밭 커피(garden coffee), 야생 커피(forest coffee), 그리고 플랜테이션 커피(plantation coffee) 입니다[각주:4].


 텃밭 커피는 가족이 꾸려나가는 1~2헥타르[각주:5] 면적의 농장에서 재배됩니다. 야생 커피는 숲 여기저기에서 자라난 것을 채집한 것입니다. 플랜테이션 커피는, 당연하게도 대농장과 세심한 가지치기와 가지런히 줄을 맞춘 재배를 필요로 합니다.


 에티오피아의 주요 커피 재배지는 시다모(Sidama)[각주:6], 하라(Harrar), 짐마(Djimmah), 리무(Limu), Teppi, Bebeka, Gimbi, Lekempti, 그리고 이르가체페(Yirgachefe)[각주:7]입니다. 이 지역을 모두 언급하기는 어려우니, 제가 아름다운 동아프리카 지구대(Great Rift Valley)에 위치한 이르가체페 지역을 들렀을 때 본 것들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여러 해 동안 에티오피아 커피는 주로 건식으로 가공되었습니다. 가까운 이웃인 예멘과 비슷했죠. 하지만 교육과, Dominion Trading 및 USAID와 같은 단체와의 협력, 그리고 relationship coffee[각주:8]에 참여한 개인(의 노력) 덕분에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커피 로스터와 커피 전문가들은 각각의 (커피의) 품질과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각 커피 농장 및 커피 가공 공장과 연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체 커피의 약 50퍼센트가 습식으로 가공되고 있으며, 제가 커핑한 에티오피아 커피에서 눈에 띄는 발전을—섬세한 아로마와 향미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좋은 예가 있습니다 : 이르가체페 지역에서, 저는 Mike Stemm과 Craig Meredith와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DTC 지주회사(DTC Holding)의 설립을 도운 사람들이고, 그 DTC 지주회사는 현재 에티오피아 인의 소유이며 운영 또한 에티오피아 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이르가체페에 있는 Kebede Koomsa 습식 가공 공장을 운영하며, 생산된 커피는 곧바로 그들 소유의 수출상사를 통해 선적됩니다. 이 가공 공장을 거닐다 보면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을 반드시 듣게 됩니다. 여인들이 커피를 건조대에 널고 결점두와 이물질을 손으로 골라내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물이 커피 가공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임을 알고 있습니다. Kebede Koomsa 가공 공장은 낡고 구식인 펄퍼를 사용했는데 이 기계는 하루에 6만 갤런(228,000L : 미국 갤런 기준)의 물을 소비했습니다. 게다가 그 물은 큼직한 구덩이에 저장되었는데, 오염되어서 내다버리지도 사용하지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DHC 지주회사는 새로운 친환경 펄퍼를 설치했고 이 기계는 하루에 800갤런(3,040L)의 물만 소비합니다. 물은 더 이상 오염되지 않았습니다 : 사실, (가공에 사용된) 물이 개울로 다시 흘러갈 때, 그 물은 처음 취수될 때보다 깨끗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커피 가공 과정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고, 그렇게 향상된 품질은 커핑 결과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각주


  1. 이 시리즈의 기사 내용은 세계 각지에 있는 커피 산지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2. 이 글은 2009년 5-6월호 잡지에 올라온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본문으로]
  3. 기사 원문의 evening은 일몰 후에서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을 가리키며, 따라서 저녁과 밤 모두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이슬람교의 예배(salat)는 하루에 다섯 번 행해지며 파즈르(Fajr, 여명), 주흐르(Zuhr, 정오), 아스르(Asr, 오후), 마그레브(Magreb, 저녁), 이샤(Isha, 밤)라 불립니다. 영문 위키에서는 마그레브를 "evening prayer", 이샤를 "night prayer"로 각각 옮기고 있으니, 기사 원문의 'evening prayer'를 마그레브로 간주하고 '저녁'이라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본문으로]
  4. 원문의 표현에 충실하자면 텃밭 커피와 야생 커피는 각각 '정원 커피', '숲 커피'로 옮김이 마땅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편의상 이 글(고향을 찾아서 에티오피아 편)에 한하여 '텃밭 커피', '야생 커피'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본문으로]
  5. 1~2헥타르는 10,000~20,000m²에 해당합니다. 이 블로그의 "공정무역 커피, 공정한 가격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글에 언급한 대로, 커피 영세농가는 1헥타르 정도의 땅에 농사를 짓습니다. 1년 농사를 지어 수매상에게 커피를 팔면 $4,600정도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 적이 있고, 10인 가족이 농장 하나에 매달린다면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돈은 1년에 $460정도입니다. 논으로 치면 15~30마지기에 해당하는 땅을 '텃밭'이라 부른 이유는 1만 헥타르가 넘어가기도 하는 대농장(estate)에 비하면 작은 크기라는 점, 가족이 근근이 먹고 살 정도의 소득을 올릴 규모라는 점을 감안한 것입니다. [본문으로]
  6. 원문에는 'Sidamo'라 되어 있었지만, 시다모의 알파벳 표기는 'Sidama'가 맞습니다. "이 블로그의 용어와 표기법"을 참조해 주세요. [본문으로]
  7. 이 블로그에서는 이르가체페의 알파벳 표기를 Yirgachefe(f가 1개)로 통일하였습니다. "이 블로그의 용어와 표기법"을 참조해 주세요. [본문으로]
  8. '신뢰에 바탕을 둔 장기 계약 직거래'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거래 방식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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