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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감미료

홈메이드 시럽 [2]

느린악장 2015. 9. 21. 07:01

 이런저런 시럽을 만들어 꿀을 대체하기 시작한 지도 어느새 반년이 되었습니다. 그럭저럭 두 번째 글을 쓸 만한 감상이 모여서, 이렇게 포스팅을 합니다.




 물:설탕:쌀엿을 1:1:1 비율로 섞어 끓이면 조청 시럽이 됩니다. (비율의 기준은 무게입니다. 저는 쌀엿을 조청의 공장 생산 버전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쌀엿 대신 진짜 조청을 넣고 끓여도 좋습니다) 너무 끈끈해서 흐르지 않는 쌀엿과 조청을 시럽처럼 쓸 수 없을까 하여 시도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서 많이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물:설탕:올리고당을 1:1:1 비율로 섞으면 올리고당 시럽이 됩니다. 올리고당은 고온에서 파괴되기 때문에(비타민처럼 한 번 파괴되면 그걸로 끝인지, β형으로 변했다가 α형으로 돌아오는 포도당처럼 온도가 내려가면 돌아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물과 설탕을 1:1로 섞어 끓인 것을 반쯤 식힌 다음 올리고당을 부어서 저어주었습니다. 시원한 커피나 음료에 넣어 마시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올리고당을 사용하면 '요리에 풍미를 더한다'는 식의 광고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올리고당 시럽을 맹물에 타 마셔도 딱히 풍미가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풍미가 필요하면 차라리 비정제/저(低)정제 설탕을 쓰세요. 설탕이 싫다면 메이플시럽이나 꿀을 쓰면 됩니다(주성분이 자당과 전화당이니 어차피 설탕과 똑같기는 하지만…).




 CJ제일제당의 흑설탕은 원당과 흑당으로 제조됩니다. 캐러멜 색소는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 "백설탕에 색소를 입혀 흑설탕을 만든다"는 점이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기사>) 몇 달 전 CJ제일제당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제일제당의 흑설탕은 염려하시는 캐러멜 색소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원재료에서 확인하시는 원당과 흑당(설탕을 가열하여 만듦) 외에 첨가되는 원재료가 없으니 안심하고 이용 부탁드립니다."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CJ제일제당 흑설탕을 유리병에 담아 뚜껑을 덮어서 몇 주 보관했더니 돌처럼 굳었던 적이 있습니다. 돌처럼 굳은 설탕을 숟가락으로 파낼 때 하얀 설탕이 긁혀나오더군요. 그러니까 이 제품은 처음부터 비정제/저(低)정제 설탕으로 제조된 게 아니라, 백설탕에 흑당을 섞어 흑설탕의 형태로 제조된 것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원재료 차원에서는 (캐러멜 색소 같은) 첨가물이 없는 설탕이지만, 가공 측면에서는 백설탕 급의 정제 과정을 거친 셈입니다.


 물론 백설탕까지 정제한다고 그것이 '독'이 되지는 않습니다. (<건강을 위한 감미료는 없다>에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백설탕은 건강에 해로우니 쓰지 않는 게 좋다, 이 감미료 대신 저 감미료를 쓰면 건강에 좋다는 말은 넌센스입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충분한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를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해야 합니다. 특정한 감미료나 당분을 넣고 뺄 게 아니라요.



 설탕을 보관할 때는 (구입할 때 설탕이 담겨 있던 바로 그) 비닐포장째로 지퍼백에 넣어 밀봉하는 편이 좋습니다. 유리병에 담긴 채로 굳은 설탕이 긁혀나오지 않는다면, 따뜻한 물을 부어 녹여내면 편합니다.


 시럽병은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럽병을 상온에 두면 시럽병의 천장이나 뚜껑 부분에 정체모를 하얀 것(곰팡이인 것 같습니다)이 피어나기 때문입니다. 병에 담긴 시럽에 하얀 것이 피어난 적은 없는데, 뚜껑 쪽에는 피어납니다. 시럽(=고농도 당 수용액)에 항상 닿아 있지 않으면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나 봅니다. 시럽병을 냉장고에 넣어 온도를 낮게 유지하면 하얀 것이 피어나지 않았습니다.


 시럽병의 주둥이가 너무 좁거나 시럽이 통과하는 관이 너무 가늘면 점성이 높은 시럽을 담아 쓸 때 불편합니다. 제대로 따라지지도 않고, 관에 남은 시럽이 밖으로 밀려나와 질질 새어나오기도 합니다. 시노글라스에서 제조한 자연주의 원터치오일병(170mL)이 때문에 시럽 냉장보관용으로는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질질 새어나오는 건 시럽병을 냉장 보관했을 때 벌어진 일입니다. 냉장고 밖으로 나와 병 내부 온도가 올라가서 공기가 팽창하여 관에 남은 시럽을 밀어낸 것 같습니다). 시럽을 냉장 보관할 생각이라면, 조금 투박해 보여도 관이 굵고 주둥이가 넓은 용기가 좋습니다. 500mL 정도 되는 용량의 플라스틱 꿀병이 이 용도로는 딱입니다.




 과일 설탕절임을 만들었다면, 과일을 건져먹고 남은 설탕국물을 눈이 가는 체로 한 번 걸러 시럽으로 쓸 수 있습니다. 블루베리 시럽, 크랜베리 시럽, 모과 시럽, 아로니아 시럽을 맛보았는데, 모두 괜찮았습니다.


 블루베리가 구하기 쉽고 맛도 무난하고 향도 좋으니 과일 시럽에 도전하고 싶은 분은 블루베리를 먼저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크랜베리는 시럽 빛깔이 정말 예쁘게 나오지만 과일 맛이 시금털털하고, 모과는 향이 정말 좋은데 시럽에 떫은 맛이 우러나와서 커피 시럽으로 쓰기에는 좋지 않은 편입니다. 아로니아는 과일이 정말 떫어서 먹기가 쉽지 않고요(적은 양을 갈아서 요거트에 타 먹으면 먹을 만합니다). 아로니아의 과일 부분이 아닌, 아로니아 시럽의 맛은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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