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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 코스타리카 COE 2015 29위 Finca Farami (Costa Rica COE 2015 #29 Finca Farami) 200g
구입일 : 2016. 2. 29.
구입처 : 빈스토어
저의 일흔다섯 번째 커피는 코스타리카 COE 2015 29위 Finca Farami였습니다.
이 원두의 COE Score는 86.04점입니다.
예전부터 눈독들여 온 빈스토어의 저렴한 COE 원두를 드디어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엘살바도르 El Topazio를 제외한 나머지 COE는 가격도 순위도 고만고만했는데, 2월의 무료배송 쿠폰을 적용할 수 있는 제품 중 Finca Farami가 제일 싸서 이것을 골랐습니다.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중간 바디, 벨벳(촉감), 다크초콜릿(촉감/향), 산수유 같은 산미(맛), 꿀 같은 달달함(맛/향), 향신료 같은 얼큰함(맛/향), 들기름 같은 고소함(향), 생담배(향), 와인의 느낌
택배로 원두를 수령하자마자 핸드 소트를 실시했습니다. COE 원두답게 생두의 품질 문제로 인한 결점두는 거의 없었으나, 타 버린 실버스킨이 표면에 달라붙은 콩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원두를 비닐백에 넣고 아가리를 묶은 다음 손바닥 위에 비닐백을 올려놓고 슬슬 흔들어 (프라이팬에 콩을 볶을 때처럼) 원두를 굴려 주면 표면에 달라붙은 실버스킨은 거의 다 떨어져나옵니다. 간단히 처리할 수 있죠.
이렇게 간단히 처리되는 실버스킨이 원두에 탄 채로 달라붙어 있었다는 건 생두의 특성에 맞지 않는 로스팅 프로파일을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나중에 주문한 니카라과 산살바도르의 로스팅 상태가 양호한 것을 볼 때, 기계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짐작건대 채프가 일어나 제풀에 떨어져나올 여유도 없을 만큼 빠르게 로스팅해서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실버스킨이 표면에 달라붙은 콩이 많은 생두는 좀 더 천천히 볶아야 하지 않을까요?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저는 코스타리카 + COE + 허니 프로세스의 조합에 대한 저의 기대는 여전했습니다.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레디쉬 코코가 코스타리카의 허니 프로세스 블렌드였으니까요.
이 원두는 코스타리카 핀카 디아만테를 닮았습니다. 따뜻한 온도에서의 끈끈하고 들치근하고 시큼달큼한 난해함은 그야말로 붕어빵입니다(닮아도 왜 하필 이런 걸...). 시원하게 해서 마시면 술술 잘 넘어간다는 점도 같습니다. 핀카 디아만테의 무리수(?)였던 제호탕이나 야채주스 같은 특성은 빠졌고, 그로 인해 좀 평범해지기는 했습니다만, 대신 과테말라 습식과 에티오피아 건식의 장점을 합친 듯한 무난함(?)을 얻었습니다.
핀카 파라미는 단맛과 산미가 강한 원두입니다. 다크초콜릿 같은 바디감, 열대과일 주스 같은 걸쭉함, 들깨 같은 고소함, 꿀 같은 향기도 지니고 있습니다. 산미-단맛-감칠맛-[+@]의 연합에서 오는 듯한 와인 비슷한 느낌도 있습니다. 각각의 특성은 특별할 게 없는, 커피로서는 꽤 전형적인 특성들입니다만 뜨거운 온도에서 이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오면 그 효과는 굉장합니다. 세일 기간 중의 롯데백화점 같은 왁자지껄한 느낌이 한 잔의 커피에서 난다고 생각해 보세요.
인상이 강렬하기는 하지만 결점으로 취급될 향미 노트는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추출법이라면 어느 방식으로 추출하든 드립 커피에 기대할 만한 산뜻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터키시 커피로 추출하면 와인의 느낌이 특히 잘 나타나고,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하면 산미와 단맛의 결을 즐기기에 좋고, 티포트 브루 커피로 추출하면 향신료 같은 얼큰함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로스팅 문제 때문에 탄맛과 탄내는 조금 납니다만, 맛을 크게 방해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콜드 브루 커피로 추출하면 진한 와인의 느낌, (인도네시아 커피 같은) 약간의 짭짤함, 들깨 같은 고소함과 상당한 단맛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결과물이 나옵니다.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한 다음 차갑게 식혀도 꽤 좋은 결과물이 나옵니다. 열대과일 주스 같은 청량함과 고소함, 적당한 산미와 괜찮은 단맛, 매우 달달한 aroma… 정말 술술 넘어갑니다.
코스타리카 핀카 파라미는 장점과 약점이 명확한 원두입니다. 이 원두로 추출한 커피는 따뜻한 온도에서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 진가는 낮은 온도에서 드러납니다. 콜드 브루 커피나 더치 커피, 아이스 드립이나 아이스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원두를 한 번 맛보시기 바랍니다.
★★★★
"낮은 온도에서 진가가 드러나는, 단맛과 산미가 훌륭한 마일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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