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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블해피니스는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 9층 식당가에 위치한 카페입니다. 상호 '더블해피니스'는 쌍희(囍)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여 지은 영어 이름 같습니다.


 백화점 식당가의 카페는 참으로 미묘한 공간입니다. 직원은 친절하고, 인테리어는 고급스럽고, 분위기는 럭셔리합니다. 하지만 사방에서 아줌마들이 수다를 떨고 있으며, 어디선가 앙앙 우는 아이의 소리가 들려오고, 음료 값은 하나같이 비쌉니다(습관적으로 '가장 싼 거'를 주문하는 사람 때문인지, 가장 싼 메뉴의 가격도 만만찮습니다). 혼자서 조용히 커피 한 잔 하기에는 별로 좋은 곳 같지가 않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에서는,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신세계 마티네 콘서트를 엽니다. 이 공연은 보통 오후 2시에 시작하고 1시 30분쯤 입장이 시작됩니다. 12시쯤 백화점에 도착해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고, 잠깐 커피 한 잔 하고 8층 문화홀로 가려면, 식당가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해결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6층에 있는 스타벅스는 한창 미어터질 시간이고 3층에 위치한 폴 바셋은 너무 멉니다. 8층에 있는 카페 비슷한 곳은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않고요.


 그렇게 해서 저는 백화점 식당가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다크초콜릿의 느낌이 나는 훌륭한 바디감, 딱 필요한 만큼의 쌉쌀함, 절제된 짭짤함과 와인의 느낌… 아주 산뜻하고 깔끔했습니다. 서초 예술의전당 근처에 위치한 젬인브라운의 더블샷 리스트레토 MD가 생각나는 맛이었죠. 인근 빈츠그라피나무들을위한숲보다는 좀 더 강하게 볶은 원두를 사용하는 듯했습니다. 더블해피니스 쪽의 에스프레소에서 강배전 특유의 풍미가 좀 더 많이 느껴졌거든요.


 싱글샷 에스프레소가 5천 원(샷추가는 천 원), 카페 라테가 6천 원, 카페 모카가 7천 원입니다. 품질로 승부하는 것이 가능할 만큼 에스프레소의 맛은 정갈하고 라테류의 벨벳 밀크는 인상적입니다. 가격대가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의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셔도 무료주차 2시간이 제공되므로, 백화점에 볼일이 있어 차를 가져왔는데 시간 여유가 별로 없다면 이곳에서 음료 한 잔을 마시는 것으로 무료주차 2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에서 이만큼 합리적인 가격에(…!) 주차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장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이곳의 카페 라테는 우유와 원두의 어울림이 좋아서, 무척 달고 부드럽습니다. 에스프레소에서 느껴졌던 다크초콜릿의 느낌이 우유를 살짝 뚫고 올라와서 깊이를 더합니다. 스티밍도 양호한 편입니다. 카페 라테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카페 모카를 주문하면 우유거품 위에 초콜릿 시럽으로 하트 도안을 그려줍니다. 고급스러운 단맛이 납니다. (휘핑크림은 올라가지 않습니다) 스티밍 상태가 양호해서, 숟가락으로 퍼내도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구색 메뉴도 괜찮은 편입니다. 지난 겨울에 단팥 파우더가 들어간, 아마도 '단팥 라테' 정도의 이름이 붙었을 음료를 마신 적이 있는데, 부드럽고 따끈해서 좋았습니다. 다음 번에는 고구마 라테도 마셔 봐야겠습니다.



 실내 공간은 주방을 감싸고 ㄷ자형으로 돌아가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주방 건너에 있는 고객센터 맞은편이 가장 조용하고, 다츠미 철판구이 코너와 잇닿은 복도 쪽 자리가 가장 어수선합니다. 옥상정원이 보이는 창가의 자리는 겨울에는 볕이 들어 아늑하고, 평소에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입니다.


 목재로 마감된 천장은 보기에는 좋으나 흡음이 되지 않아 손님이 많을 때는 소리가 울려서 정신이 없습니다. 이게 그나마 개선된 겁니다. 예전에는 철판구이 냄새도 났거든요(철판구이 코너 주방에 투명 격벽이 설치되고 환기가 강화되면서, 음식 냄새가 카페까지 풍겨오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조용하게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오전 시간대나 평일 오후 3~5시경에 방문해서 고객센터 맞은편 자리에 앉으면 됩니다.


 이런저런 단점과 아쉬움은 남지만, 백화점 안에 위치한 카페 중에서는 매우 '적절한' 곳입니다.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에 볼일이 있다면 한 번쯤 들를 만한 카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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