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커피와 COE 커피 [1]

　이 글을 작성하면서 주로 참고한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SCAA - http://www.scaa.org/?page=resources&d=cupping-protocols

　COE - http://www.allianceforcoffeeexcellence.org/en/cup-of-excellence/rules-protocols/

　자료 인용이 많고 국내 웹에 돌아다니는 자료에 대한 비판이 많은 1부와, 스페셜티 커피 및 COE 커피의 의미를 탐색하는 내용이 주가 되는 2부로 글을 나누겠습니다. 쓰다 보니 늘어지네요. 양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지만 한 번 쉬어주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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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의 품질을 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도구에는 현재 두 가지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의 커핑 양식과 COE(Cup of Excellence : 컵 오브 엑설런스)의 커핑 양식이죠. 두 양식을 비교해 보면 COE쪽이 SCAA에 비해 커피의 향보다는 맛을 좀 더 중요시하고 결점에 훨씬 더 엄격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각주로 달기엔 너무 길어지므로, 더보기 상자 속에 내용을 풀어놓겠습니다.

　1) COE쪽이 SCAA에 비해 향보다는 맛을 좀 더 중요시한다고 볼 수 있는 이유

　SCAA의 채점 영역은 10개이고 이 중 향은 2개 영역입니다(분쇄된 원두로서의 향인 Fragrance/Aroma와 추출된 원두로서의 향인 Flavor). 반면 COE는 8개 영역 중 향은 1개 영역뿐입니다(Flavor). COE쪽이 채점 영역 중 향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고, 맛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죠.

　2) COE쪽이 SCAA보다 결점에 훨씬 더 엄격하다고 볼 수 있는 이유

　SCAA는 원두 샘플당 적어도 5잔의 커피를 만들게 되어 있습니다. Taint 수준의 결점에는 그 결점이 발견된 커피 잔 당 -2점, fault 수준의 결점에는 그 결점이 발견된 커피 잔 당 -4점을 줍니다(총점에서 빠지는 거죠). Sour, rubbery, ferment, phenolic 같은 식으로 커핑 양식에 기재됩니다. 냄새 수준에서만 느껴지고 역하지 않다면 taint, 맛에 영향을 줄 만큼 강하고 역하다면 fault입니다.

　COE쪽은 (잔 수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SCAA에 준할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minor 수준의 결점에는 잔 당 -4점, major 수준의 결점에는 자동 탈락이라는 강력한 페널티를 줍니다. Ferment, oniony, sweaty 정도가 minor에, phenolic, rio, riado는 major에 해당합니다. (Minor/major의 내용에 관한 정보는 다소 오래된 COE 관련 사이트에서 가져왔으므로 현행 기준과는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결점에 주는 페널티를 보면 COE쪽이 훨씬 엄격하다고 할 수 있지요. SCAA 커핑을 하던 중 taint 수준의 결점이 1잔에서 발견되었다면 -2점의 페널티가 들어가는데 이는 2개 영역 10점 스케일에서 1점씩 깎인 타격입니다. 반면 COE 커핑을 하던 중 minor 수준의 결점이 1잔에서 발견되면 -4점의 페널티가 들어가는데 이는 4개 영역 8점 스케일에서 1점씩 깎인 타격을 입습니다. SCAA의 스페셜티 인증은 80점 이상, COE의 COE 인증은 85점 이상으로 커트라인도 차이가 나고 COE의 채점 영역 수가 8개로 SCAA보다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COE 커핑 중 결점이 발견되었다는 건 사실상 탈락 확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출처 - http://www.ezykids.com/WhatisCOE/CompetitionProtocols/CuppingForm/tabid/186/Default.aspx

　※ rio/riado는 요오드(소독약) 같은 맛과 냄새로, 커피 건조 과정에서 미생물이 침입하면 이같은 맛이 난다고 합니다. 북미 지역의 커피 바이어들은 이 맛이 나는 커피를 피하지만, 발칸반도(그리스, 터키…)나 중동의 몇몇 바이어들은 이런 특성을 가진 커피를 찾기도 한다고 하네요. 단어사전에 의하면 riado는 rioy와 같은 단어이고, 국내 웹의 자료에 의하면 브라질 기준 상 rio가 rioy보다 좀 더 강한 맛이라고 합니다.

　출처 - http://www.superglossary.com/Glossary/Life_Style/Coffee/Rio.html

　참고로, 국내 웹에 퍼진 관련 자료의 상당수가 낡거나 잘못되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나 COE 커피를 선정하는 현행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SCA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80점 이상 : Specialty 인증^[각주:1]

　COE (Cup of Excellence)

　　85점 이상 : Cup of Excellence 인증^[각주:2]

　　90점 이상 : Cup of Excellence 인증 + Presidential 표창^[각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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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AA 기준은 단순합니다. 80점 이상이면 스페셜티고 그 미만이면 아닙니다. 프로토콜을 더 읽다 보면 80-84.99점은 very good, 85-89.99점은 excellent, 90-100점은 outstanding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커피의 품질을 묘사하는 방법(말)이라고 봐야지 스페셜티 커피의 등급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80점 받은 커피를 very good coffee라고 하는 건 이상할 게 없지만 very good specialty coffee라고 하는 건 좀 이상하지요. 신용카드 회원 등급도 아닌데, 턱걸이로 스페셜티가 된 녀석부터 very good 달고 시작할 리가 없잖아요?

　국내 웹에는 80-84점이 Premium, 85-89점이 Specialty, 90-94점이 Premium Specialty, 95-100점이 Super Premium Specialty라는 자료가 돌아다니는데 이는 2005년 자료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2009년에 개정된 현행 기준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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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E 기준도 상당히 단순합니다. 일단 85점 이상이면 COE 인증, 90점 이상이면 COE 인증에 Presidential 표창이 함께 나갑니다.

　2011년까지는 84점 이상이면 COE 인증을 주었습니다. 주간조선의 "상위 0.1% 커피전쟁"에도 84점 이상이라 되어 있고, 역대 수상(인증) 농장 목록을 살펴봐도 2011년까지는 84점 이상으로 COE 인증을 받은 농장들이 있습니다. 84점이었던 이유는 COE의 채점 영역 8개에 '중간 점수'로 추측되는 6점^[각주:4]을 매기고 '기본 점수'인 36점을 더하면 84점이 되기 때문일 것이고, 84점이었다가 85점으로 올린 이유는 끝자리 수를 0이나 5로 맞추어 깔끔하게 보이려고 한 의도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국내 웹에는 76-80점이 Specialty, 81-84점이 Premium Specialty, 84-89점이 COE Coffee, 90-100점이 Presidential Honor라는 자료가 돌아다니는데… 76-80점이 Specialty니 81-84점이 Premium Specialty니 하는 건 근거 없는 소리입니다. 기본으로 36점을 깔고 들어가는 COE 커핑에서, 76점은 defect가 발견되지 않을 때 8개 분야에서 8점 만점에 5점씩만 받아도 나오는 점수입니다(8×5+36=76). 8점 만점에 5점이면 만점 대비 62.5%인데 SCAA 커핑 점수로 환산하면 62.5점밖에 안 됩니다. 채점 기준의 내용이 다르고 채점의 엄격성이 다르니 이렇게 산술적으로 변환되지는 않겠지만, 스페셜티에서 한참 떨어진 점수일 것이라는 짐작은 가능합니다. 옛날 자료라도 나오는 SCAA쪽 이야기(95-100점이 Super Premium이니 하는)와는 달리, 이쪽은 해외 웹에서 근거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당장 구글에 검색어로 "presidential honor" "COE" -"presidential honor roll"^[각주:5]을 입력해 보면 커피 관련 이야기는 국내 웹밖에 나오지를 않아요. COE의 옛날 자료에라도 근거가 있었다면 해외 웹에 그 흔적이라도 나와야 할 텐데 말이지요. 게다가 COE 자체가 COE 인증을 주기 위한 것이니만큼 COE를 못 받은 커피에 대해 등급을 줄 필요가 없고, 스페셜티 커피는 SCAA의 용어이므로 COE에서 가져다 쓸 이유도 없습니다.

　만약 76-80점이 Specialty니 81-84점이 Premium Specialty니 하는 게 실제로 존재한 적 없는 기준이라면 질이 별로 좋지 않은 커피를 COE 커핑해서 "76점이므로 COE 기준 스페셜티급!"이라고 광고하기 위한 장삿속이거나, COE는 최저 등급보다는 높은 것이라는^[각주:6] 환상을 주기 위해 꾸며낸 말이 틀림없습니다. 실제로 존재했었다면 "우리 COE 기준은 쫌 우월해서 8점 만점에 5점씩만 받아도 스페셜티임ㅋㅋㅋ"하는 자만심에서 비롯된 허세였을 겁니다. 해외 웹에서 근거를 찾기 힘든 기준이라는 점에서는 아무래도 전자에 가까워 보이네요. 장삿속이니 꾸며낸 말이니 하는 오해를 사기 싫다면, 자료를 복사해서 붙일 때 해외 웹에도 비슷한 내용이 돌아다니는지 검색해보는 정도의 수고는 해 주는 편이 좋습니다. 해외 웹에도 근거 없는 자료가 돌아다닌다면 어쩔 수 없지만, 한국어 웹에만 돌아다니는 출처불명의 자료가 하나 더 늘어나는 일은 막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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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주

1. Specialty는 커피 품질의 분류 또는 범주(classification)입니다. 따로 인증이 나가지는 않지만, 이 글에서는 COE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인증'이라고 표기하겠습니다. 바람직한 표현은 아니므로, 이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는 '스페셜티 인증'같은 말은 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본문으로]
2. 원어는 award입니다. 일정 기준 이상의 커피에 모두 COE의 자격을 부여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상 대신 인증이라는 말을 택했습니다. [본문으로]
3. 원어는 special recognition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자주 쓰이는 표현이지만 한국어로 옮기기가 마땅치 않아, recognition의 사전적 풀이 중 '표창'을 택했습니다. 원문은 '...and special recognition is given to those samples that score over 90 points and which are given a Presidential Award.'인데, Presidential인증이 나간다고 COE 마크를 못 다는 건 아니기 때문에 COE를 받고 거기에 덤으로 Presidential 표창을 받는다고 푸는 편이 매끄러워서 이렇게 처리했습니다. [본문으로]
4. COE의 커핑 양식에는 0점부터 8점까지 눈금이 그어져 있습니다. 이 눈금 위에 표시를 해서 채점을 하는 것이죠. 0점-6점 사이는 촘촘하고 6점-8점 사이는 간격이 넓어서, 6점이 눈금의 가운데에 위치합니다. 6점-8점 사이의 점수를 줄 때 소수점 채점(예 : 6점과 7점 사이에 표시해 6.5점을 매김)을 편하게 하려는 목적일 것이라는 추측을 해 봅니다. [본문으로]
5. 커피 이야기와 무관한 presidential honor roll이 많이 섞여서 검색되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기 위함입니다. [본문으로]
6. 85점 이상 90점 미만으로 COE 인증만 받은 커피는, COE 인증 중 '최저 등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등급이라봐야 COE 인증과 COE 인증 + Presidential 등급의 둘밖에 없고, COE만 받으면 둘 중 밑이거든요. 기껏 비싼 돈 주고 산 게 둘 중 밑의 등급이라고 말해버리면 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