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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 : 콜롬비아 엘 나랑호 (Comlombia El Naranjo) 100g

 구입일 : 2015. 6. 21.

 구입처 : 쿠아모스


 저의 쉰일곱 번째 커피는 콜롬비아 엘 나랑호였습니다.



 오랜만에 쿠아모스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콜롬비아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일반 등급의 콜롬비아는 알마로스터의 나리뇨 이후 13개월 만이네요. 모차르트가 좋다는 걸 알면서도 그 쪽으로는 손이 잘 안 가듯, 콜롬비아 쪽으로도 먼저 손이 가질 않네요. 그러다 정만섭씨가 모차르트를 틀어 주면 좋아라 듣는 것처럼, 어쩌다 마주친 콜롬비아도 좋아라 마시게 되는 건… 참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봅니다.


 이번 콜롬비아 엘 나랑호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묘한 와인의 느낌입니다. 건식으로 가공된 커피에서 감지되게 마련인 와인의 느낌과는 좀 다른, 묘한 와인이요. 약간 진득한 바디와 조금 풀 같은 쌉쌀함과 와인의 풀바디를 닮은 복합적인 맛이 함께 작용하여 와인 같은 인상을 풍기게 된 것 같습니다.


 티포트 브루 커피로 추출한 엘 나랑호는 묘한 와인의 느낌이 잘 드러나면서도 바디와 산미가 잘 조화된 마일드 커피였습니다. 비교적 굵게 분쇄한 원두를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추출하는 드립 커피나 프렌치프레스도 엘 나랑호의 좋은 특성을 잘 이끌어낼 것 같네요. 부드럽고 고소한 맛과 향, 진득한 바디, 콜롬비아다운—너무 밋밋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강렬하지도 않은—적절한 산미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터키시 커피로 추출하면 기름지게 고소한 맛(커피오일이 제법 많습니다)과 왠지 풀 같은 쌉쌀함이 나타납니다. 감칠맛이라 부를 만한 특성도 조금 드러납니다. 적당한 온도에 진입하면 산미가 올라오는데, 풀 같은 쌉쌀함과 함께 묶여 히비스커스 같은 느낌을 줍니다. 엘 나랑호에는 향신료와 비슷한 독특한 냄새가 조금 들어 있는데, 약간은 톡 쏘고 약간은 구릿한, 왠지 베트남쌀국수에 넣으면 육수가 구수해질 것 같은(…) 향신료를 닮았습니다. 이 향신료 같은 특성은 터키시 커피로 추출했을 때 특히 도드라지는데, 꽤 이국적이지만 좀 낯설기도 합니다.


 파보일드 커피로 추출하면 케냐를 닮은 커피가 됩니다. 약간의 떫음과 약간 탄 듯한 쓴맛을 포함한 복합적인 맛이 산미와 어우러져 와인의 풀바디 같은 인상을 풍깁니다. 중강배전을 한 케냐라면 이 정도겠다 싶긴 한데, 저에게는 조금 자극적이었습니다.


 콜롬비아 커피에는 고소함, 달달함, 부드러움 같은 특성을 기대하게 마련입니다. 이번 엘 나랑호는 고소한 맛이 나는 마일드 커피라는 점에서는 콜롬비아답지만, 풀 같은 쌉쌀함과 조금은 와인 같은 느낌이 있다는 점에서(그리고 조금은 향신료 같은 냄새를 풍긴다는 점에서)는 콜롬비아의 전형에서 조금 벗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원두였고, 맛 좋은 커피였습니다. 종종 쿠아모스에 들러 원두를 사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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