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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 에티오피아 샤키소 모모라 스페셜티 (Ethiopia Shakiso Mormora Specialty) 120g - 추정치
입수일 : 2015. 11. 14.
출처 : 할리스 커피클럽 대학로점
저의 일흔 번째 커피는 에티오피아 샤키소 모모라 스페셜티였습니다.
할리스 커피클럽 원데이 클래스를 수강하고 받은 원두입니다.
<참고 : 이 블로그의 별점과 그래프>
중간 바디, 밀크초콜릿(촉감), 말린 과일 같은 달콤함(맛), 생(生)파프리카 같은 달콤상큼함(맛), 감귤 같은 산미(맛), 레몬청(맛/향), 견과류 같은 고소함(맛/향), 헤이즐넛(향), 꿀(향), 참깨(향), 말린 자두·포도(향) 계피·정향·후추(향), 삼나무(향), 와인의 느낌
에티오피아 샤키소 모모라 스페셜티의 장점을 요약하면 "습식과 건식의 미덕을 모두 갖춘 커피"가 됩니다. 만 원짜리 커피교실을 수강한 기념품의 품질이 이 정도라는 것도 놀랍고,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마련인 커피 프랜차이즈의 스페셜티 커피가 이 정도라는 것도 대단히 놀라운 일입니다. 다음 번에는 할리스 커피클럽에서 원두를 몇 종류 사 봐야겠어요. 이렇게 낚이는 것인가!
에티오피아 샤키소 모모라는 티피카 품종을 건식 가공한 스페셜티 커피입니다. 상당히 특이한 조합이죠. 에티오피아에서는 온갖 토착종(mixed heirloom)을 기르는 경우가 많은데 생산성이 별로 좋지 않은 티피카를 재배했다는 점에서 일단 튑니다. 티피카는 보통 습식으로 가공되는데, 건식 가공된 티피카라는 점에서도 이색적이고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이나 하와이 코나 등은 워낙 명성이 높기 때문에, 또 파푸아뉴기니 마라와카 블루마운틴은 자메이카 블루마운틴과 '동일한 혈통'(티피카 품종)이라는 점을 내세워 그 명성에 묻어갈 수 있기 때문에 스페셜티 인증을 받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샤키소 모모라에는 스페셜티 인증이 붙었습니다. 티피카 품종의 원두로서는 드문 예입니다. 특이한 경우죠.
멕시코 치아파스 게샤보다 노트 목록이 긴 원두가 나와버렸습니다. 각각의 노트는 무난합니다. 우유 같은 바디감과 포도 같은 산미가 있는 에티오피아 게마드로, 과일의 느낌을 목젖으로 감상하는 르완다 마헴베, 베보자기로 과육을 걸러낸 과일주스 같은 케냐 루타카에 비하면 별로 특별한 것 없는, 일반적으로 커피에 기대할 만한 향미 특성입니다.
그러나 함께 모이는 일이 별로 없는 노트가 하나의 커피 안에 담겼다는 점에서—습식과 건식의 미덕이 한데 모였다는 점에서 모모라 스페셜티는 특별합니다. 일반적으로 건식 커피는 구수하고 달달합니다. 건식의 구수함은 향신료 계열의 특성에서, 달달함은 가공 과정에서 생겨나는 단맛 1과 말린 과일 같은 특성 2에서 유래됩니다. 반면 건식은 습식에 비해 산미가 덜한 경향이 있고 3 4, 결점두가 많아 5 깔끔함이 덜한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모라 스페셜티는 일반적으로 건식에 기대할 만한 특성인 구수함과 달달함을 갖추었으면서 (습식에 기대할 만한 특성인) 깔끔함과 산미 또한 아울러 지녔습니다. 습식처럼 깔끔한 건식 커피를 몇 번 리뷰한 적이 있지만( 6브라질 시치우 크루제이루, 에티오피아 구마르 등) 습식과 건식의 미덕을 모두 갖춘 커피는 처음입니다. 놀라운 일이죠.
이 커피는 난해하지 않은, 이해하기 쉬운, 부담없는 커피입니다. 김소월의 시처럼 말이죠. 때로는 너무 쉽다는 이유로 낮잡히기도 하지만, 평범한 표현을 비범하게 사용한 그의 언어구사는 높은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무난한 노트가 비범하게 모인—습식의 미덕과 건식의 미덕이 되는 노트가 한 데 모인 모모라 스페셜티 역시 그만한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는 원두라고 생각합니다.
★★★★★★
"마일드 커피의 정점."
각주
- 이 원두의 노트에서는 계피·정향·후추를 꼽을 수 있으며, 넓게 보면 삼나무도 향신료 계열에 넣어줄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 "체리의 과즙이 생두에 흡수되어 달콤한 맛이 더 느껴지며, …" —전광수 외 (2008) <기초 커피 바리스타> 형설. pp.44-47 (요약본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 이 원두의 노트에서는 말린 자두·포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 "자연건조한 커피는 … 스페셜티 커피의 조건인 풍부한 신맛이 다소 부족하다."—다구치 마모루 (2013) <스페셜티 커피대전> 광문각. pp.34-35 (요약본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 "워시드(수세식)는 신맛이 강하다. 내추럴(자연건조식)은 약간의 신맛과 과일 향이 느껴지는 정도." —다구치 마모루 (2013) <스페셜티 커피대전> 광문각. pp.39-41 (요약본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 습식은 가공 과정에서 커피 체리를 수조에 담가 물에 뜨는 미숙과를 골라낼 수 있는데, 건식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원두에 미성숙 콩이 섞이기 훨씬 쉽습니다. 건조 과정에서 곰팡이 등에 오염될 가능성도 건식 쪽이 높습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건식으로 가공한 원두/생두는 습식으로 가공한 것보다 더 많은 원두를 포함하게 됩니다. 비슷한 수준으로 QC를 하려면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여 결점두를 골라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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